`웰빙`을 위해 보조 가전제품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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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혼수가전 시장에서 전자레인지 수요를 대체해 나가고 있는 오븐.

 서울 동부이촌동에 사는 주부 우 모씨(30)는 요즘 식기세척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설거지를 직접 하지 않아도 돼 집안일이 한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세척기 버튼만 누르고 나오면 ‘뽀송뽀송한’ 그릇들이 기다리고 있다. 결혼 전에는 집안일이라고는 모르던 우씨는 ‘식기세척기가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지 모르겠다’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지금은 남편에게 로봇청소기를 사 달라며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지고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보조 웰빙가전’ 제품들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TV·냉장고·세탁기와 같이 반드시 필요한 가전은 아니지만, 생활의 질을 높이면서 편의를 도와주는 보조적인 성격이 강한 것이 특징. 전자전문점인 하이마트가 지난 2∼3월 매출을 분석한 결과, 웰빙 생활가전 제품이 전년보다 월등하게 성장했다. 배상준 하이마트 바이어는 “청소로봇·식기세척기·오븐 등 가사노동을 줄여주거나 건강과 관련한 제품들의 인기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가격이 비싼 편에 속하지만, 가사 노동시간이 적은 맞벌이 부부들이 집안일을 대신해 줄 가전제품을 찾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명동 본점에서만 미국 아이로봇의 ‘룸바’ 청소로봇이 월 40∼50대씩 팔린다. 매장에 한두 대 진열돼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40∼50대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특히 일반 진공청소기보다 3배 이상 비싼 59만원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롯데백화점 김재범 MD는 “청소로봇이 고가에도 불구하고 서브 청소기로 자리잡았다”며 “비교적 여유가 있는 30∼40대 주부들의 구전효과가 상당한 힘을 발휘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상황은 다른 유통가도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은 청소로봇 판매가 늘어나면서 제품 수를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아이로봇·유진로봇·일렉트로룩스 3개 제품만 입점했으나 마이크로 로봇의 청소로봇도 추가 입점시킬 계획이다. 하이마트 역시 지난 2∼3월 청소로봇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3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식기세척기도 판매량이 10% 정도 증가했다. 식기세척기 제조사인 동양매직도 식기세척기 덕을 톡톡히 봐 지난 한 해만 6만대를 팔았다. 올해도 8만대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 동양매직은 기능 보강에 전력, 여세를 몰아가겠다는 구상이다.

 대당 200만원이 넘는 에스프레소 머신도 상종가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230만원 하는 크룹스 에스프레소 머신이 월 10대씩 팔린다. 일주일간 유라 커피머신 이벤트를 실시한 현대백화점에서는 일주일 매출이 2000만원에 달했다. 백화점으로서도 놀라운 실적이었다.

 현대백화점 고태원 MD는 “커피 전문점에서 즐기던 카페라떼나 비엔나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대당 가격은 비싸지만 실제 비용을 환산하면 오히려 경제적이고, 분위기 연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구화된 입맛은 오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빵·쿠키·치킨요리를 손쉽고 빠르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름이 빠져 건강에도 좋은 덕분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 오븐을 판매중인 현대백화점은 한 달 매출이 4000만원에 이른다. 하루에 2∼3대씩 꾸준히 팔린다는 얘기다.

 광파오븐으로 유명한 LG전자도 올 1분기 광파오븐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20∼340% 신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광파오븐은 LG전자 내에서도 블루오션 품목에 속한다. 하이프라자의 한 관계자도 “전자레인지를 사느니 10만∼20만원 더해 오븐을 구입하는 추세”라며 “올해 혼수가전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가 오븐이 전자레인지를 대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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