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비쿼터스 의료가 한국의 미래를 이끈다.’
전자신문이 주최하는 국내 정보기술분야 산·학·관·연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 미래모임(회장 정태명)은 지난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다가올 미래의 디지털 의료’라는 주제로 3월 정기 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의료 관계자와 이에 관심있는 회원들이 참석, 우리나라의 디지털 의료 수준과 향후 나아갈 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제호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연사로 나와 디지털 의료에 대한 세계 트렌드와 현재 국내 상황, 보안해야 할 점 등을 상세히 발표해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또 김진태 이수유비케어 사장, 전진옥 비트컴퓨터 사장 등은 패널로 참석, 기업 입장에서 의료 정보화가 왜 필요한지, 이를 위해 정부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 지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참석자들은 디지털 의료, 즉 ‘u헬스케어’가 왜 중요한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디지털 의료가 현재 공급자(병원)중심의 의료 서비스에서 수요자 중심(환자)의 의료 서비스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치료’가 아니라 징후 예단을 통한 ‘예방’이 주가 되면서 현재 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 시술 행위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제호 성대 교수는 “현재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의료 산업이 전체 GDP에 차지하는 비중이 14% 정도고 향후 10년 이내 34%까지 확대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의료 산업의 확대를 장담하는 이유는 디지털화 통한 u헬스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디지털 의료 산업의 경우 단순 병 치료가 아니라 발병 징후 예방, 웹을 통한 진료, 개인형 맞춤 의학 실현을 포함하는 등 아주 광범위해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디지털 의료 시대가 되면 병원도 개인 맞춤형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변해야 한다”며 “미래의 병원은 ‘인터랙티브 호스피털’ 즉 환자가 누워있는 침대가 IT터미널이 되고 수술장도 토털 시스템 개념이 도입돼 상호 연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참석자들은 의료 정보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재 u헬스 등 많은 시범사업이 펼쳐지고 있지만 법제화가 안될 경우 자칫 그야말로 ‘시범사업’으로 끝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의 의료 시대에는 ‘의사’와 ‘환자’의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김진태 이수유비케어 사장은 “현재 u헬스 서비스가 고착상태에 빠진 것은 원격 전자의료 등 IT기술을 이용한 의료 행위를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시장에서 외면받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그는 “추진하고 있는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의 경우 휴대폰을 통해 혈당을 체크할 수 있고 인근 병원 콜 서비스 가능한 등 편리한 점이 많지만 제도 미비로 시범사업에 그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유승삼 벤처테크매니지멘트 사장은 “현재 병원에 가보면 의사들이 대게 고압적이고 권위적이지만 예방 의학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 의료 시대에는 변해야 한다”며 “디지털 의료 시대가 되면 병원만 의료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를 통한 실시간 의료 서비스와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원식 열린우리당 전문위원도 “디지털 의료가 확산되면 모바일 헬스케어, 홈 헬스케어 등으로 의료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 정부도 관련법 마련을 위해 각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은 디지털 의료 시장의 성장성을 주목했다. 홈네트워크, 개인 네트워크, 차세대 PC 등 모든 분야에 의료 산업은 적용될 수 있는 의견이다. 또 성장성이 큰 만큼, 개인 정보 유출 우려 등 파생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진옥 비트컴퓨터 사장은 “디지털 의료가 홈네트워크와 연동되면 화장실에서 혈당 체크가 가능하며 모바일 네트워크를 이용해선 실시간 환자 상태 파악이 가능해지는 등 디지털 의료 분야 성장성이 매우 높고 여타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도 크다”며 “특히 유비쿼터스 개념이 의료 산업에 접목돼 u헬스케어가 확산될 경우 사실상 모든 곳이 병원이고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인 환자”라고 설명했다. 홍계현 3A토탈솔루션 사장은 “디지털 의료가 모든 의료 주체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개념인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철저해야 혼란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정보통신 미래모임 회장인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디지털 의료는 단순히 기기의 첨단화를 뛰어넘어 의료 행위, 환자, 기술 등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실시간 개념이 도입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디지털 의료가 향후 한국을 먹여 살기 위한 ‘차세대 동력’을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정부, 의료계, 산업계가 모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제발표
◇주제: 다가올 미래의 디지털 의료
발표: 이제호 성균관대학교 의대 교수
현재 세계는 IT와 BT가 접목되는 네트워크 시대다. 의료 산업도 마찬가지다. 과거 개인에 의존했던 의료 산업은 디지털이 더해지면서 ‘의료 시스템’으로 확대됐다. 관련 산업도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34% 정도가 의료 사업에서 발생된다. 최근 노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네트워크 사회가 확산되면서 의료 산업 환경도 변하고 있다. 과거 의사 힘이 강했다면 최근 소비자(환자)의 권리와 권한이 강화되고 있고, 웹을 활용한 건강 관리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병원’은 디지털웨어하우스로 확장되고 있다. 인공지능에 의한 진단 보조 시스템이 도입되고 PDA를 통한 원격 회진도 실시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입는 의료기구’로 개인의 병을 실시간 진단·치료하기도 한다.
미래 의료 시스템은 한 단계 더 진보할 것이다. 이른바 u헬스를 기반으로 한 ‘인터랙티브 호스피털(interactive hospital)’이 확산되고 진료는 가정, 사무실 등으로 확산돼 더 이상 병원에 머무르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이런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선진국 병원의 경우 환자가 누워있는 침대가 ‘IT터미널’로 확산돼 환자 상태에 대한 모니터링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또 원격 진료가 확산돼 환자도 ‘e페이션트(e-patient)’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도 물론 이런 조짐들이 보이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먼저, 원격 진료·치료에 대한 법제화가 시급하며 또 홈케어, 모바일케어 등의 확산 될 것에 대비 관련 기관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패널 발표
◇주제: u의료 산업 확산을 위해 제도 정비가 우선돼야
발표: 김진태 이수유비케어 사장
현재 국내 의료 업계와 정부는 u헬스로 확대를 위해 많은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모바일 헬스케어 시범 사업과 홈 헬스케어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의 경우 ‘휴대폰’을 이용해 개인의 건강 상태를 체크, 관련 정보를 인근 병원으로 실시간 전송해 진단과 처방을 받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휴대폰을 통한 병원 예약뿐만 아니라 병원에 대기하고 있는 환자 수까지 검색이 가능하다. 또 홈 헬스케어 시업 사업은 집이나 아파트에 건강 검진 전용 단말기를 탑재해 동네 의원들과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문제는 시범 사업이 산업화 단계로 확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 사업은 여타 산업과는 달리 주체가 다르다. 소비자(환자)와 생산자(병원)뿐만 아니라 이를 감독하는 정부와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 있다. 물론 환자와 병원이 핵심이지만 이를 지원하는 여타 두 주체도 없어선 안된다.
특히 u헬스 등 새로운 의료 서비스에서는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정부는 인터넷 진료, 처방 법적 인정 등 관련 제도 정비를 해야 한다. 제도 정비가 안되면 의료인도 진료를 할 수 없고 기업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수가 없다. 사실 이는 ‘닭과 달걀의 문제다.’ 혹자는 u헬스 서비스가 확산돼야 정부가 나서 법적 정비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법적 테두리가 마련되지 않은 채 신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의료인만 낭패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 고리를 깨기 위해선 모든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협상해야 한다. u헬스케어가 대세인 만큼 이를 확산시키기 위한 대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주제: 미래 U헬스케어 시장을 대비하라.
발표: 전진옥 비트컴퓨터 사장
의료 정보화는 분명 대세다. 지난 2004년 전자의무기록이 법제화된 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의료 정보화’는 현재 언제 어디서나 진료할 수 있는 u헬스케어까지 발전하고 있다. 다만, 의료 환경이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일인만큼 보수적이어서 발전 속도가 느리지만 대세는 변함없다.
이에 관련 기업과 의료 기관들은 u헬스케어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법제화 테두리에 따라 의료 산업에 유비쿼터스 개념을 확신시켜야 한다. 특히 의료 정보화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헬스케어 관련 기술이 가전 기기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입는 옷에까지 적용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유관 업체와의 협업이 핵심이다. u헬스케어는 치료가 주목적이 아니다. 치료보다는 진단과 예방이 먼저다. 이 진단과 예방은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가능해야 한다. 의료 정보화 기업들의 역할 여기서 나온다. 이 회사들은 건설사 등에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미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u헬스케어 사업이 미래 한국을 먹여살릴 동력인 만큼 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법제화가 필요하다. 특히 대형 병원에 대한 지원도 좋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는 u헬스케어의 진료과 진단이 언제 어디서든 이뤄지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일이 발생한 뒤 대체해선 늦다. 이에 정부는 소비자(환자)와 1차 생산자(의원)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주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