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강국으로 가는 길](5)수출 현장을 가다-동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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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플러스 베트남 법인 임직원이 베트남 SW 시장 개척을 위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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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하노이 한복판에는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었다. TV에는 ‘대장금’이 인기리에 방송중이고 젊은이들은 장동건과 김희선에 열광했다. 하노이 중심가에는 삼성전자 매장이 자리잡으면서 베트남 젊은이의 눈과 귀를 붙잡았다.

베트남 사람은 삼성 휴대폰을 갖고 현대 자동차를 타고 LG TV로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 꿈이다. 지난 80년대 대우가 건설을 앞세워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한국 기업의 베트남 공략은 줄을 이었다. 어느새 삼성과 LG는 베트남의 대표 브랜드가 됐고, 대우호텔은 하노이의 최고급 호텔로 위상이 대단하다.

특히 최근 베트남에 정보기술(IT)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한국과 베트남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국내 IT업체들이 베트남에 속속 진출했고, 베트남도 IT 강국 코리아에 문호를 활짝 열었다. SK텔레콤을 위시한 서비스업체와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는 8200만 인구의 베트남을 잡기 위해 한 발 앞선 투자와 마케팅을 단행했다. 때마침 한류 열풍까지 불어 베트남에서는 ‘메이드 인코리아’ 제품이 최고급으로 통하게 됐다.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2004년 하반기에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아이티플러스는 최근 베트남 최대 은행인 베트남농업지방발전은행 등 금융권 4곳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베트남의 대표적인 외국계 SW업체로 두각을 나타냈다.

IT플러스의 베트남 법인은 ITP글로벌은 올해 15∼20여개의 고객을 확보, 초기 베트남 SW 시장에 안착할 계획이다. 김혁수 ITP글로벌 법인장은 “지난 1년 반은 베트남 SW 시장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면서 “올해 본격적인 고객 확보를 통해 베트남 시장을 점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법인장의 말이 호언만은 아니다. ITP글로벌은 현재 베트남 최대의 IT업체인 FPT와 CFTD넷을 파트너로 확보했다. 베트남의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은 확실하게 갖춘 셈이다. 초우 FPT 사장은 “한국 SW업체와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하는 베트남 기업이 적지 않다”면서 “아이티플러스는 베트남 시장에 안착한 대표적인 한국 SW업체”라고 평가했다.

덕 CFTD넷 사장은 “아이티플러스는 인력과 기술면에서 글로벌 SW업체에 뒤지지 않고 베트남 현지화에도 성공했다”며 “기회가 닿으면 더 많은 한국의 SW업체와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ITP글로벌은 올해 FPT와 CFTD넷을 기반으로 15∼20개 고객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다. 김 법인장은 “현지화에 성공하면서 올해 고객 기반이 크게 넓어질 것”이라며 “3년 내에 베트남 최대 SW업체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ITP글로벌이 여기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초기에는 베트남 정부와 기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SW 시장이 열리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프로젝트 하나 발주하는 데도 1∼2년이 걸려 대기 상태에서 허송세월을 보내기 일쑤였다. 한국 SW업체라는 이유로 차별 아닌 차별을 받기도 했다.

김 법인장은 “철저한 고객 만족 전략으로 승부했다”며 “고객이 원하면 낮이든 밤이든 달려가 만나고 제품을 구매할 때까지 일대일 전략으로 사이트를 개척했다”고 회고했다. 최근 우리나라 SW업체들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것과 관련, 그는 “무턱대고 덤볐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IT플러스처럼 베트남 시장을 먼저 경험한 업체들과 협력해 진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후진국이라고 아무런 준비없이 달려들다 혼쭐난 국내 기업들도 없지 않다. 초우 FTP 사장은 “한국 SW업체로부터 연락이 와 만났는데 너무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놀랐다”며 “영문 제품 소개서 하나 없이 베트남 시장에 들어오려는 한국 SW업체들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덕 CFTD넷 사장은 “한국 SW 제품은 글로벌 수준에 가깝지만 비즈니스 수준은 떨어진다”며 “철저한 현지화와 확실한 파트너를 만들어야 베트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베트남 동남아 SW 공략 전진기지로

베트남이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의 동남아 시장 공략 전진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주요 SW업체들은 베트남이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빠른 SW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한류 등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동남아 진출 교두보로 최적의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베트남 SW시장은 지난 2004년 처음으로 1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지난해 1억3270만달러로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1억6000만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시아 SW시장 중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빠른 경제 성장 속도를 보이는데다 인구 8200만인 동남아 최대국이라는 점을 들어 동남아에서 가장 큰 IT시장으로 급부상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평가한다. 초우 FPT 사장은 “베트남은 앞으로 10년간 혁명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며 “IT와 SW시장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의 베트남 시장 진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2004년 베트남에 지사를 설립한 아이티플러스에 이어 다우데이타시스템·영림원소프트랩 등 국내 주요 SW업체가 베트남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다각화를 모색중인 다우데이타시스템(대표 이진환)은 베트남의 첨단 IT단지인 꽝쭝 SW 산업단지와 IT컨설팅 및 해외투자 사업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 SW 사업을 베트남에서 벌이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

다우데이타시스템 관계자는 “베트남 SW 시장이 성숙되면 국내처럼 SW 유통이 각광받을 것”이라며 “베트남을 통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우데이타시스템은 현재 베트남과 한국 업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과 교육 사업을 베트남에서 벌이고 있다.

다우데이타시스템은 이를 발판으로 베트남 SW 유통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주요 애플리케이션 업체도 베트남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연내 베트남 시장 진출을 확정한 전사자원관리(ERP)업체인 영림원소프트랩(대표 권영범)은 현재 베트남 법인 설립에 관한 실무 작업에 착수, 하반기에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김종호 영림원소프트랩 전무는 “베트남 교육 수준이 높아 개발자 발굴에 유리하다”며 “베트남 기업이 ERP 도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이수용 아이티플러스 사장

“베트남 시장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베트남 소프트웨어(SW) 시장은 이제 막 열리기 시작했고 아이티플러스는 시장을 선점해가고 있습니다. 베트남 법인인 ITP글로벌이 베트남 최고 SW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이수용 아이티플러스 사장은 베트남 시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미국과 일본에도 지사가 있지만 이는 선진 기술을 따라 잡거나 수익을 올리기 위한 거점이다. 하지만 베트남은 다르다. 베트남에서 성공하면 동남아 시장에서 아이티플러스를 대표적인 SW업체로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베트남은 동남아 SW 시장 관문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물론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업체들까지 들어와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이티플러스는 4개의 금융권 고객을 확보하면 발빠르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시장을 선점한 셈이지요.”

이 사장은 향후 3년 동안 베트남 SW 시장에서 완전하게 자리를 잡은 후 이를 발판으로 동남아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국내 SW업체들이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각개 약진하는 것보다 ‘메이드인코리아’ 브랜드를 만들어 공동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중소 SW업체들이 아이티플러스가 베트남 시장을 개척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이겨내기는 힘들 것입니다. 아이티플러스가 구축해 놓은 베트남 네트워크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국내 SW업체들이 원하면 아이티플러스가 가교 역할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