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중기 육성을 위한 자본시장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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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양극화가 최근 우리 사회의 심각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 양극화는 말 그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고착화된 격차를 말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정부 차원의 집중적인 중소기업 지원책이 마련되고 시행되면서 그 지원 규모는 예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관련 자금지원 통계를 살펴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금은 지난 2000년 130조원에서 2005년 말에는 258조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2005년 직접금융 자금조달 실적도 약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1%나 늘어났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경제 양극화 현상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남아 균형발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자본시장의 혜택을 선택받은 소수 기업만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전체 자금조달액 28조9000억원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1% 수준에 불과했다. 기업공개·유상증자를 통한 조달시장에서는 중소기업 비중이 45%에 달했지만 회사채발행시장에서는 대기업이 99%를 차지하고 중소기업의 몫은 나머지 1%뿐이었다.

 자본시장을 이용하는 기업 중 대기업을 비롯해 어느 정도 여건을 갖춘 일부 중소기업만이 시장의 혜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 양극화의 실체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단순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문제라기보다는 중견기업을 포함한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 간의 경제적 격차 문제다.

 중견기업은 산업표준 분류상으로는 중소기업에 속하지만 대기업과 주 거래를 맺는 1차 거래업체거나 독자적인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들 기업은 대기업이 제공하는 중소기업 지원과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 등 양쪽에서 혜택을 받으면서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비교적 쉽게 조달할 수 있다.

 반면 산업표준 분류상 중견기업과 동일하게 중소기업으로 취급되는 혁신형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은 회사 경영 및 사업추진을 위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들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의 2차, 3차 거래업체여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원 혜택을 받기 힘들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영세한 규모 때문에 은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벤처 및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이 절실하다는 데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혁신형 중소기업 및 벤처는 대기업과 같은 유형의 담보를 갖고 있지 않아 자금조달에 애로가 많다. 기술력과 성장성만이 유일한 담보라 할 수 있는 이들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혁신형 중소기업과 벤처에 대해서는 은행 및 보증기관의 지원뿐만 아니라 창업 초기부터 재무 및 비재무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기업공개(IPO)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투자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

 벤처업계 특성상 비록 이러한 투자 과정에서 투자대상 기업의 다수가 실패할 수 있겠지만 이들 가운데 소수의 기업만이라도 성공해 이익을 공유한다면 그 투자가치는 충분하다.

 증권업계도 기업의 미래 성장가치와 기술의 사업성을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한다. 증권사가 기업의 미래가치를 제대로 평가한다면 투자자들도 얼마든지 이에 동참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자에게 올바른 기업을 선별해 제공하는 것은 증권사의 역할인 동시에 혁신형 중소기업과 벤처 육성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지원책이 될 것이다. 이는 혁신형 중소기업과 벤처업계의 자금 갈증을 해소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최명주 교보증권 대표 vermeer@ib4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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