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SW발주 이것만은 바꾸자](4)하도급 불공정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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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국내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큰 관심을 모은 사건이 있었다. ‘시·군·구 정보화 공통기반시스템 구축사업 상용SW 도입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으로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에서 하드웨어(HW)와 SW 분리발주를 처음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당초 기획했던 분리발주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우습게 끝났다. SW를 분리발주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시스템통합(SI) 업체를 통한 구매라는 한계를 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솔루션 업체에 대한 SI 업체의 무리한 제품가격 인하 요구와 SI 업체 자체 솔루션 우선 공급이라는 고질적 병폐는 이 사업에서도 나타났다.

 결국은 발주자→주계약자→하도급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어떠한 대안도 쉽사리 먹혀들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공공 프로젝트는 99%가 이 같은 발주 형태를 가진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발주 관행 가운데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구매사업을 제외하고 공공사업 대부분은 SI를 통해 이뤄진다”며 “전문 솔루션 업체가 이것이 싫다면 안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곧 사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SI 업체가 앞에 나서서 사업을 도맡는 것은 발주 공무원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기술적으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전반에 대해 잘 모르는데 사업을 책임지기 힘들기 때문에 이를 SI 업체에 맡긴다는 설명이다.

 최근 관계기관의 조사 결과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정보화 부서의 평균 인력은 15.3명이며 이 가운데 전산 또는 통신 등 기술인력은 9.4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보화 부서 과(팀)장은 전산 및 통신 직렬이 32.8%에 불과해 기술적 판단이 요구될 때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를 제안하는 SI 업체들의 로비까지 더해지면서 SI 업체 중심의 공공사업 진행은 마치 하나의 원칙처럼 굳어졌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심각하다. 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SI 업체는 말 잘 듣고 가격이 싼 제품을 고르기 마련”이라며 “아무리 좋은 솔루션을 개발하고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도 공공시장에서는 SI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SI 업체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솔루션과 동일한 제품을 가진 전문업체가 있다면 공공시장에서 이 제품을 팔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며 “SI 업체와 경쟁하는 솔루션을 가진 벤더는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그는 단정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공정위가 SI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사전서면계약서 미교부, 대금 부당 감액, 대급 미지금과 관련된 적발건수가 무려 7500건을 넘어섰다.

 이 같은 문제해결의 핵심은 표면상의 분리발주가 아닌 최종 고객이 솔루션을 선정하는 권한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업계는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중요 SW는 SI 업체에 맡기지 말고 최종 사용자가 직접 기술평가를 해서 구매해야 한다”며 “선정 과정에서 평가위원회를 통한 객관적 선정을 한다면 발주 공무원의 책임 부담이라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에서 근본적인 발주 형태 변화없이 정부가 단순히 하도급 상황을 감독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하는데 실효성은 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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