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술유출 논쟁

김인순

 전세계 보안기업의 70%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내에는 보안기업이 많다.

 120여개 기업이 활동하고 있지만 전세계 10위 안에 드는 글로벌 대표 기업은 없다. 세계적인 보안회사인 시만텍은 몇 년 전부터 주요 기술이나 기업을 사들여 세계 1위의 보안업체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기업은 아직 세계적인 기업과 싸우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작다.

 어떤 사람은 국내 120여개 보안기업을 하나로 합쳐야 세계 시장에서 그나마 경쟁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정보보호 업계에 기술이나 기업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과 시장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모습이다.

 최근 국내를 대표하는 보안기업인 안철수연구소가 컴트루테크놀로지의 기술 인수를 진행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기술 인수를 둘러싸고 상반된 의견을 보이며 감정싸움으로 확대됐다. 매각을 추진한 컴트루는 일이 성사되지 않자 기술 유출 가능성과 도덕성을 들먹이며 안철수연구소를 몰아세웠다. 컴트루는 일이 성사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 SW의 핵심인 소스코드와 로직을 모두 공개했다고 한다. 또 그와 관련된 영업 기밀까지 모두 넘겨줘 기술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컴트루는 기술 인수 계약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기술을 보여주는 우를 범했다. 기업 간 계약에서 객관적이고 철저한 과정보다는 감정에 휩쓸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업 간 기술 인수나 M&A를 진행하다 결렬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번 기술 인수도 최종 결정을 앞두고 과정이야 어찌됐던 양측의 조건이 맞지 않아 결렬됐다. 우리 기업들은 기술이나 기업 인수 경험이 적다. 글로벌 기업들이 회사 성장을 위해 새로운 기술과 기업 인수에 치밀한 자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보안업계에는 앞으로 기술 및 기업 인수 움직임이 더 많이 일어날 것이다. 이번 사건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계획하며 기술 인수를 추진하던 또 다른 기업의 앞을 가로막지 않길 바란다.

 이번 일은 기술 인수 과정에서 철저한 보안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핵심기술에 대한 철저한 보안의식과 성숙한 인수 협상 자세가 기업들에 요구된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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