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역사는 짧다. 그래서 10년 넘게 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파고 있다면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캐주얼 게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어려움에 처해있던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이하 제이씨)를 단번에 구해준 게임이 있다. 바로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이다. 이 게임의 성공으로 제이씨는 다시한번 대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 게임이 성공하기까지 아니 그 이전부터 제이씨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임송란 마케팅본부장(31)을 만나봤다.
10년동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임 본부장)에게선 여유로움 속에 숨겨진 강한 승부 본능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임본부장이 처음부터 게임회사에 입사한 것은 아니었다. 10년전 처음 제이씨에 입사했을 땐 지금처럼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었고, ‘청미디어’라는 온라인 교육용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였기때문이다.
# 눈물의 신입사원시절
“처음 맡았던 업무는 지금과 많이 달랐어요. 제가 컴퓨터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다른 동료들이 컴퓨터를 활용해 업무를 볼때 저는 자료를 정리하는 조금 단순한 업무를 했죠. 다른 동료들이 부럽기도 했구요. 때론 무시당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동료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남몰래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어렵던 시절은 보낸 그는 이제 어느 누구보다 컴퓨터를 잘 활용하는 프로가 됐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게임에 관련된 업무를 맡게 된 것은 2000년 저희 회사가 ‘레드문’이라는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 하면서 부터였어요. 그때 맡은 업무가 GM이었습니다. 고객을 관리하고 여러가지 이벤트 기획을 통해 ‘게임이란 이런것이구나’라고 알게 됐죠.”
그러면서 그는 게임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일을 하면서 많은 고객들의 항의와 PC방 업주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PC방 사장들을 직접 찾아 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성실면서도 노력하는 자세를 본 PC방 사장들은 오히려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결과 ‘레드문’은 기대 이상의 대성공을 거뒀고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 실패 뒤 맛 본 성공의 기쁨
항상 임 본부장이 성공을 거둔것만은 아니었다. ‘레드문’의 서비스 성공으로 자신감에 차있던 임본부장은 2004년 ‘프리스트’의 실패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목표로 한것이 있으면 반드시 이루고야 만다는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성공을 확신했던 ‘프리스트’의 실패 후 의욕을 상실하기도 했지만, 2004년 9월부터 9명의 운영팀과 함께 ‘프리스타일’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그건 제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했죠. 클로즈베타와 여러가지 이벤트 준비 등을 직접 하면서 조금씩 자신이 생겼어요. 그리고 오픈 베타 후 동접 만명을 기록했을 땐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했습니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그녀에게서 진정 프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못 다한 학업에 대한 미련이 커 틈틈히 마케팅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하고, 관련 서적 등을 통해 공부도 할 만큼 항상 자만하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일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욕심도 큰 임본부장은 “제가 이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도움이 컸다”며 “컴퓨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잠재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줬다”고 회사에 공을 돌렸다.
임 본부장은 ‘프리스타일’의 성공이 개인의 결과가 아니라 개발팀과 운영진 그리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경영진 등 모두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 게임을 흥미로 접근해선 안돼
앞으로 게임업계에 진출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선배 마케터로서 하고 전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 우선 게임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며 “단순히 게임을 만드는 업체라고 해서 게임처럼 자유롭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게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게임을 통해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아직까지 일부 업체를 제외하곤 급여조건이 좋지 못하다는 점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본부장은 10년 동안 근무를 하면서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게임업계에서 일하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마케팅이라는 것이 어느 분야나 비슷하겠지만, 게임 분야는 그 결과가 너무도 분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이 게임 마케터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것.
앞으로 ‘프리스타일’을 스포츠 토털 게임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작품을 준비중이라는 그녀에겐 자신에 일에 대한 만족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모승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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