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업체들의 한국산 온라인게임 베끼기가 도를 넘어서 위험 수위까지 도달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지난 2002년 ‘미르의전설2’를 표절한 게임이 개발된 데 이어 최근에는 ‘오투잼’이란 게임과 이름까지 똑같은 ‘오투잼2’가 등장, 온라인게임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중국업체들의 한국 온라인게임 표절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에 따라 게임업체들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으나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정부에서는 중국 게임업체들의 표절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업체간 문제이기 때문에 직접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오투미디어에는 중국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이 하나 날아들면서 회사 전체가 발칵 뒤집어지고 말았다. 중국에서 자사 게임인 ‘오투잼’을 서비스하고 있는 더나인이 합의도 없이 ‘오투잼2’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오투미디어측은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나선 상태이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한국게임 표절 너도 나도
지금까지 중국에서 한국게임을 표절한 사례는 하나둘이 아니다.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개척했을 뿐 아니라 최고의 게임으로 이름을 날렸던 ‘미르의전설2’를 필두로 ‘카트라이더’, ‘크레이지 아케이드’, ‘오디션’ 등 10여종에 달하는 유명 게임들이 모두 표적의 대상이 됐다.
‘미르의전설2’는 중국 샨다에서 게임을 표절해 ‘전기세계’로 서비스하고 있다. 넥슨의 ‘BNB’를 표절한 ‘QQ탕’, ‘메이플스토리’를 베낀 ‘쾌락서유’, ‘카트라이더’를 그대로 옮겨놓은 ‘크레이지 레이서’ 등이 있다. 또한 ‘오디션’도 최근 표절 게임이 등장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게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개발되고 있는 표절게임까지 합치면 앞으로 나올 게임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게임을 그대로 표절하면서 이름을 바꿔다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한발 더 나가 개발사와 합의없이 상표를 그대로 도용, 후속작을 내겠다고 발표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는 단순히 게임을 베끼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표절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캐주얼 게임이나 보드게임의 경우 제작기술 보다는 기획에 중점을 둬 개발돼 표절이 훨씬 쉽다”며 “ 중국 업체들의 표절은 ‘게임베끼기’ 수준으로 한국산 게임으로 의심할 정도로 똑같다”고 지적했다.
# 넥슨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책 모색
중국 업체들로부터 표절을 당한 개발사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뽀족한 묘수가 없어 속만 끓이고 있는 상태다.
표절논란이 발생하면 최종적으로 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중국의 경우 자국내 기업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해 승소할 확률이 적어 이를 통한 문제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어 중국에서 법을 통한 해결을 기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 개발사들은 갈지자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업체들에 의한 표절이 심각한 지경까지 이르자 그동안 손을 놓고 지켜보고 있던 국내 개발사들도 해결책을 찾는데 부심하고 있다.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할 의사를 보이고 있는 업체는 넥슨이다. 넥슨의 게임은 중국 게임업체들의 가장 좋은 표절 대상이었고 대부분의 게임이 표절됐다. 넥슨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 법적소송을 진행할 뜻이 없었지만 최근 더나인에서 선보인 ‘카트레이서’를 보고 방향을 선회할 움직임이다. 넥슨측은 “‘크레이지 레이서’를 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이외의 업체들도 중국 표절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저작권은 자산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챙기지 못하는 업체들을 보면 너무 실리만 생각하는것 같다”며 “업체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때 중국업체들의 표절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이 워낙 큰데다 중국 정부에 찍혀 아예 서비스를 못하게 되면 자사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위기감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은 어렵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표절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 정부가 나서야 할 때
업계에서 중국 표절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표절 관련 문제가 게임분야를 비롯 전 분야에 걸쳐 진행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업체간 문제이니만큼 양사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에서는 저작권과와 협의를 진행하며 ‘해외저작권 보호 협의회’를 출범시키는 등 중국의 표절에 대해 대처하는 모습은 보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다는 지적이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업체들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하기는 힘들다”며 “정부에서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표절 방지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중국에 더 강력한 요청과 함께 표절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요청하면 중국에서 무시할 수는 없는것 아니냐”며 “한국 정부가 너무 중국의 눈치를 보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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