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게임산업이 세계를 호령하는 고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전자신문은 이들과 함께 였다. ‘골방’ 문화로 대표되는 태동기 때 이들의 발굴에서부터 이후 성장신화를 같이 써 왔다. 병술년 신년을 맞아 이제 업계에 가장 영향력 있고, 다음 세기에도 세계 인터넷·게임시장을 주도할 ‘10걸’을 제시한다. 10걸 중에는 한국 대표 인터넷기업 NHN의 실력자 3인이 모두 포함돼 더욱 눈길을 끈다.
◇이해진·이재웅 ‘양이(兩李)시대’로 출발=20세기 막바지 새 밀레니엄 개막을 앞두고 한국 인터넷산업은 이해진 당시 네이버 창업주 겸 사장과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주 겸 사장의 손에서 꽃망울을 터트린다.
PC통신이란 도약대를 넘어 인터넷이 21세기 산업적 골격을 갖추기까지 ‘양이’의 공적은 혁혁했다. 하나의 기업 ‘창업’을 넘어 산업을 ‘창출’한 공신이란 점에서 높은 평가가 매겨졌다.
지난 99년 이해진 현 NHN 최고전략임원(CSO)이 한국형 검색포털을 표방하며 네이버컴을 설립할 때만 하더라도 지금의 NHN이 만들어지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해진 CSO는 이듬해 같은 삼성 출신인 김범수 현 NHN 글로벌대표와 의기투합해 김 대표가 만들고 있던 게임포털 한게임커뮤니케이션과 전격 합병, 급성장의 노둣돌을 놓는다. 이들은 2001년 NHN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지금은 검색과 게임을 아우르는 글로벌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는 주식시장 상장 3년만에 회사가치(시가총액)를 4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재웅 다음 사장은 95년 회사 창립이래 지금까지 인터넷시장에 끊임 없이 이슈와 화제를 던지는 ‘풍운아’다. 다음검색, 메일(한메일넷) 등 시장 1등 비즈니스 모델의 제조기이자 산업의 고비마다 중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업계의 ‘키맨’으로 정평 나 있다. 99년 인터넷기업으로는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통해 후발주자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통로를 열었고, 2004년에는 미국 라이코스를 덥석 삼키며 한국 인터넷산업의 글로벌 저력을 만방에 과시했다. 회사 이름처럼 이재웅 사장의 다음 행보가 무엇이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택진·김정주·김범수 ‘삼김(三金)시대’ 활짝=초고속인터넷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한국은 비디오·PC게임에 빠져있던 세계 게임시장에 새로운 파문을 일으킨다. ‘온라인게임’의 시작이다.
온라인게임 시대의 주역인 이들 ‘3김 CEO’는 한국 게임산업을 시장규모 5조원, 수출규모 5억달러로 이끈 점에서 선정 이유로 손색이 없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지난 96년 회사 창업과 함께 ‘리니지’라는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기 시작한다. ‘리니지’를 발판으로 엔씨소프트는 한국 대표 게임기업을 넘어 일약 세계시장을 휩쓰는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도약한다. 지난해에는 전세계에서 올린 연 매출이 3500억원을 넘어섰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 겸 사장은 게임업계의 ‘기린아’다. 김 사장은 지난 94년 회사 설립에 이어 ‘바람의 나라’라는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을 내놓으며 신기록을 쓰기 시작한다. 이후 ‘메이플스토리’, ‘비엔비’ 등 내놓는 게임마다 공전의 히트를 치며 넥슨을 흥행대박의 산실로 만든다. 급기야 ‘카트라이더’는 동시접속자수 22만여명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다시 쓴다. 이해진 NHN CSO와 서울대·KAIST 동기동창인 김정주 사장은 NHN 지분 5%대를 보유한 주요주주로도 영향력이 크다.
김범수 NHN 사장은 한동안 한국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성공하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미국 게임포털시장 터잡기를 위해 떠난지 4개월 가량이 흐르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에 이어 미국시장 게임포털까지 오픈하는 올해 상반기 안에 4개국의 동시접속자수 총합을 200만명까지 올려놓겠다는 야심에 불탄다. 지난 2000년 일찌감치 일본에 진출한 한게임재팬(현 NHN재팬)은 시장 1위를 차지하며 회사가치가 2조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입지전적’ 성장의 본보기인 두 CEO=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통신업체 계열 포털이 자생적 포털에 밀리면서 ‘판판이’ 떨어져나가는 와중에 회사를 선도 포털까지 올려세운 주역이다.
모회사인 SK텔레콤에서 옮겨 대표로 앉자 마자 유 사장은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바로 ‘싸이월드’를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로 집중 육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SK커뮤니케이션즈는 소위 ‘도토리 열풍’을 일으키며 대박을 낸다. ‘싸이질(싸이월드를 즐기는 행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큰 히트 뒤에는 그의 정확한 판단과 결정이 있었다.
유 사장은 일본·중국·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에 또 한번의 승부를 걸고 있다. 내달 유럽시장 직접 진출도 앞두고 있다. 그의 고집스러움을 닮아서 인지, SK커뮤니케이션즈의 질주에는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최휘영 NHN 국내담당 대표는 그야말로 NHN을 만나기 전에는 ‘무명의 존재’였다. 그랬던 그가 NHN에 입사하면서 일약 인터넷업계 간판 CEO로 급부상한다. 나아가 가장 성공한 인터넷 전문경영인 모델로 손꼽히게 된다.
이해진 CSO와 김범수 대표가 해외를 헤집고 다닐 동안 NHN의 안살림을 도맡아 시가총액 4조원짜리 회사를 만들어낸다. 이제는 그 어느 누구도 ‘최휘영과 NHN의 성공 궁합’을 부정하지 못하게 됐다.
◇“세계가 좁다” 글로벌리스트들=김영만 한빛소프트 사장은 요즘 창업 이래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전설적인 게임개발자 김학규 사단이 만들고 있는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명품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서비스에 임박해 있고, 자체 게임포털 ‘한빛온’은 올해 가장 주목받는 게임포털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 일본 히타치제작소와 함께 일본에 설립한 한빛유비쿼터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김학규를 기억하는 일본 팬들에게도 본격 서비스될 예정이다.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중국·일본·대만 3개국에 수출액 1500만달러를 기록하며 팔렸다.
김남주 웹젠 사장은 개발자 출신 답게 자기 작품에 대한 고집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총지휘해 만들고 있는 차기작 ‘썬’은 웹젠의 운명 뿐 아니라 한국 MMORPG의 진로를 뒤바꿀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게임 ‘뮤’ 하나로 버텨온 시장도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고집스레 버텨온 만큼, 그가 내놓을 작품의 완성도를 믿는 것이다.
김남주 웹젠 사장은 차세대 비디오게임 플랫폼을 활용한 세계 게임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영국 데이비드 존스와 손잡고 공동 개발중인 온라인게임 ‘APB’를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360으로도 개발할 예정이며, 자체 개발중인 초특급 온라인 슈팅게임 ‘헉슬리’도 역시 X박스360 버전으로 만들 계획이다.
나성균 네오위즈 창업주 겸 사장도 지난해 10월, 맡고 있던 국내외 대표직 중 해외사업 대표를 자임하고 나섰다. 국내 사업을 박진환 전 네오위즈 사장에게 모두 일임하고 홀연히 해외시장으로 떠났다. 나 사장은 요즘 중국 미국 등으로 쉴새 없이 출장을 다니고 있다. 이미 일본에 진출해 있는 네오위즈재팬도 틈틈이 챙기고 있다. 이미 ‘스페셜포스’ 등의 인기게임으로 국내 게임포털시장을 평정한 상황에서 해외시장 밖에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경쟁 기업들이 대부분 해외시장에서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점도 네오위즈와 나 사장에겐 더없는 자극제가 됐다. 해외 승부에 ‘올인’하고 나선 나 사장은 제2창업에 견줄만 한 공력을 세계에 쏟고 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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