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3’는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어요.”
후배들이 또다시 등을 떠밀기 시작했다. ‘고수에게 배운다’ 코너에서 진행키로 한 ‘워크래프트3’를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예전에 잠시라도 배워본 사람이 하는게 훨씬 효과적이지 않겠느냐”는 후배들의 주장에 억지춘향으로 나서게 됐다. ‘썩을 넘들∼’
그렇지만 내가 누군가. 처참하게 무너지기는 했지만 ‘여제’ 서지수에게 도전장을 던진 경험이 있지 않은가. 더구나 내게 처음으로 ‘워3’를 사사해준 사부가 바로 당시 최고의 프로게이머였던 김동수선수가 아니었던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서서히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하지만 방법이 문제였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끝에 예전에 ‘워3’를 처음 배우면서 친분을 쌓아온 프로게이머 김대호를 찾아 나섰다. 김대호선수는 당시 ‘워3’계에서는 최고수로 통하는 선수였다. 지난 2003년에는 HP배 온게임넷 워크래프트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 했다.
이후 군대문제로 방송리그와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아직 배틀넷상에서 그는 명성은 대단하다. 실제로 그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블리자드 주최의 토너먼트 3차시즌에는 8강에 올라있을 정도로 배틀넷에서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 각지의 게이머들로부터 지도대전을 벌여달라는 주문이 쇄도해 아예 이들을 대상으로 한 레슨을 부업으로 삼았을 정도다.
초보탈출을 위한 지도를 받기에는 최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에 일단은 기본부터 배우자는 생각에 그에게 지도를 요청했고, 그도 흔쾌히 응해줬다. 하지만 그는 최근 몸이 좋지 않아 운신이 어려운 상태라 동대문구 창신동에 위치한 그의 집을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일단은 재미를 붙여야 해요.”
그는 ‘워3’의 기본부터 가르쳐 달라고 하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게임을 잘하려면 가장 먼저 게임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뒤에야 빌드도 있고 전략도 나온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였다. 그러더니 그는 배틀넷에서 한판할테니 지켜보라고 했다. 옆에서 고수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다는 의미였을 게다.
‘역시∼”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감탄사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다수의 유닛을 운용하면서도 어떻게 골라 냈는지 죽을 것같은 유닛을 뒤로 빼돌려 살려내고, 그러면서도 상대의 유닛은 하나 하나 줄여나가는 콘트롤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유닛을 뽑아냈고, 필요한 건물을 짓고, 테크트리를 올려나갔다. 특히 나이트엘프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그의 데몬헌터 콘트롤은 필설로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극적이었다.
뭔가 느낌이 팍하고 와 닿는 듯했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종족이 휴먼밖에 없는지라 영웅을 다루는 것이나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보다 쉽게 파악하려면 휴먼으로 하는 경기를 봐야 할 것같아 이번에는 휴먼으로 경기를 해 볼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그는 휴먼을 선택해 경기를 풀어나가며 조목 조목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그는 경기가 시작돼자 맨처음 등장하는 5명의 피전트 가운데 4명은 금광을 캐도록 하고 한명은 곧바로 알터를 짓도록 했다. 그리고는 첫번째 생산한 피전트로 팜을, 그다음에 생산되는 피전트로 패럭을 건설했다. 처음 알터를 지은 피전트는 작업을 완료한 후 금광에 붙였고, 팜을 지은 피전트에게는 계속해서 팜을 짓도록 했다. 나머지와 추가로 생산되는 피전트는 모두 목재를 채취하도록 했다. 휴먼 종족이 주로 사용하는 초반빌드였다.
“초반 건물은 이렇게 일자로 짓는 것이 좋아요.” 그는 그가 짓고 있는 건물들의 위치를 잘 보라며 가리켰다. 그가 지어놓은 건물은 타운홀과 알터, 배럭이 일직선상에 놓여 있었다. “이렇게 지어야 견제를 쉽게 당하지 않아요. 입구가 좁아져서 상대가 쉽게 들어오지 못할뿐만 아니라 쉽게 나가지도 못하게 되거든요.” 그는 초반에 건물 짓는 것만 봐도 초보인지 고수인지 쉽게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심시티가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골자는 자신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면 서 반대로 상대방은 쉽게 들어와서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건물을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초반에 사냥을 할 때는 반드시 미니맵에 초록색 점으로 표시된 곳에서 하도록 하세요. 공연히 욕심을 부려서 고레벨 몹을 잡으려다가는 유닛에 막대한 피해를 입게돼 경기를 그르칠 수 있어요.” 이어 그는 유닛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첫 영웅인 아크메이지가 소환한 워터엘리멘탈로 먼저 공격을 가함으로써 모든 공격을 그가 받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소환물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유닛이니 체력이 줄어도 상관없지만 돈을 들여 생산한 풋맨이 피해를 입게 되면 상대와의 전투에서 불리하게 된다는 아주 상세한 설명이었다.그는 경기를 마친 뒤 이번에는 직접 해볼 것을 주문했다. 아직은 그와 일전을 치를만한 실력이 안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컴퓨터와의 1대 1 대전에 돌입했다. 아무리 초보이기는 했지만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면서 단축키를 사용할 줄 알았고, 웬만한 명령어는 알고 있던 터라 컴퓨터는 무난히 이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단 경기에 돌입하고 나니 방금 전에 보고 들은 것들이 머리속에서 뒤엉켜 버렸고, 손도 따라주지 못하면서 뭔가가 꼬여가고 있다는 느낌이 다가왔다. 초반 빌드만 어줍잖게 따라한 나는 한동안 풋맨만 죽어라 생산을 했고, 그나마도 관리를 못해서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이런 저런 주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아케인생텀을 2개 지으세요. 하나에 피전트를 2명씩 붙어서 빨리 짓도록 하세요.”, “자원이 많이 남잖아요.유닛을 계속 생산하세요.”,“피가 많이 빠진 유닛을 빼는데 신경을 너무 쓰다 보면 전투중인 유닛을 볼수가 없어요. 뺄 유닛은 아예 미니맵에 멀찌감치 찍어서 보내세요.”
비록 손은 느리지만 그가 주문하는데로 진행하다보니 어느새 상대방을 괴멸시키고 승리를 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기기는 했지만 사실은 그가 하라는대로 움직인 것에 불과했다. 어느 한 구석 그가 코치를 해주지 않은 부분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그의 주문은 계속 이어졌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ㅡㅡ ;;
“경기중에 가만히 구경을 하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아요.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항상 무엇인가를 해야 해요.” 그가 가장 강조한 부분은 항상 움직이라는 것이었다. 뭔가를 기다리느라 멍하니 있거나 전투 중에 손을 놓고 있으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그는 “전투 중에도 그냥 지켜보고 있지만 말고 끊임없이 유닛을 찍어보고 따로 움직여 줘야 한다”며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자꾸 연습을 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고수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콘트롤의 비법을 알려주었다.
그는 또 ‘워3’도 ‘스타크’처럼 자원을 절대 남기지 말고 꾸준히 유닛을 뽑아야 한다는 점과 상대의 주력 유닛이 뭔가를 파악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유닛을 뽑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가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역시 ‘연습량’이었다. 아무리 좋은 빌드오더를 알고 있더라도 똑같은 시간에 해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으니 연습을 통해 똑같이 해낼 수 있도록 몸에 익혀야만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내게 이런 가르침을 주었다.“연습하세요∼”
<김순기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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