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세계최초 R스포츠 프로게임단 `넥스트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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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웨이브의 김영석·신봉구·김진·이선우·김은혜·표윤석 선수(왼쪽부터)와 그들의 로봇 하데스·아킬리우스·핵토르·헤라퀸(아래 왼쪽부터)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로봇(R) 스포츠를 아시나요.”

 우리는 몇년 사이 새로운 스포츠의 탄생을 목격했다. 컴퓨터 게임으로 승부를 가르는 e스포츠가 바로 그것이다. e스포츠는 잇단 프로게임단 창설과 프로리그 탄생으로 당당한 인기종목이 됐다. ‘쌈장’ 이기석에서 ‘황제’ 임요환까지 많은 스타가 뜨고 졌다.

 로봇을 이용한 R스포츠가 뒤를 이어 ‘뜰’ 채비를 갖추고 있다. 종목도 로봇축구로 시작해 길찾기 게임인 라인트레이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로봇격투, 로봇농구, 로봇올림픽 등으로 다채로워지면서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급기야 최근 프로게임단까지 탄생하면서 R스포츠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가수 서태지가 운영하는 ‘피온’에서 프로게임단 ‘넥스트웨이브’(Next Wave)를 창설한 것.

 넥스트웨이브 창설로 ‘세계 최초 R스포츠 프로게이머’가 된 이들은 대부분 광운대·서울산업대 공대생으로 동아리를 통해 R스포츠에 발을 깊숙히 들인 마니아. 이 열정 덩어리들을 기말시험이 한창인 광운대 캠퍼스의 강의동에서 만났다. 이들의 표정은 로봇에 열광하는 발랄함에서부터 로봇을 평생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진지함까지 변화무쌍했다.

 

 “로봇, 너무 좋아요.”

 친구따라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로봇에 빠졌어요. 하다보니 흥미로웠죠. 라인트레이서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다 해봤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회가 생겨 너무 좋아요.(김진·23) 학교에 들어와 동아리 홍보를 하는데 로봇동아리가 너무 멋있었죠. 거기에 반해 로봇을 시작했어요.(김은혜·20) 무엇보다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다가 어느 순간 로봇이 생각한 대로 움직일 때 쾌감이 대단합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못하는 걸 저들이 하는구나…’하는 시선으로 우리를 보죠.(이선우·23)

 

 “R스포츠, 뜰 것 같아요.”

 매번 대회에 나가면 호응이 좋습니다.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데 관심들이 많아요.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게 느껴지죠. 미니홈피에 제가 만든 초창기 로봇사진을 올려놓았는데 사람들이 방문해 사진을 퍼가더라구요.(김영석·23) 로봇격투를 하는데 로봇이 망가졌어요. CPU보드를 대롱대롱 매단 채 경기를 벌였죠. 중학생들이 인상 깊었는지 팬카페까지 만들었더라구요. 관심을 모았으니 이제 계속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합니다. 아직까지 보여줄 게 참 많아요.(김진)

 

 “4년 뒤 우리는….”

 로봇을 가르치는 일을 할 겁니다. 로봇관련 학원·쇼핑몰을 운영하는 거죠. 잘 살든 못 살든 하고 싶은 일을 해야죠.(신봉구·24) 저는 로봇과 함께 전국 순회공연을 다닐 거예요. 주말마다 사람들을 찾아 즐겁게 해주는 거죠. 주중엔? 봉구형 학원에서 강사를 하죠 뭐.(이선우) 기술 세일즈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해요. 로봇을 새로 개발해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 제공하는 겁니다. 기술 컨설팅도 하고….(김진)

 

 “R스포츠, 이걸 알면 더 재미있을 걸요.”

 아직은 휴머노이드의 동작이 딱딱합니다. 하지만 대회 때마다 동작이 업그레이드됩니다. 더 멋있는 동작, 더 빠른 움직임을 하는지를 주시하면 좋을 거예요. 이를 테면 예전에는 로봇격투에서 옆치기만 했지만 이젠 옆치기에 이은 허리잡아 뒤집기 같은 콤보공격이 많아졌죠. 또 로봇만 보는 게 아니라 로봇을 조종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동작을 함께 보는 것도 재미를 키울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리는 로봇제작기를 보면서 게임을 지켜보는 것도 좋습니다. 오락뿐 아니라 교육적인 요소가 있는 게 로봇이니까요.(표윤석·22) 로봇이 점점 사람과 흡사해져 가잖아요. 로봇 달리기, 허들, 농구…. 종목이 많이 늘어날 거에요.(신봉구)

 

 “로봇은 ‘□(길쭉한 네모로 해주세요)’이다.”

 나의 자식이다. 말 안 들으면 화도 나고….(이신우) 평생 애인이자 밥줄이다.(신봉구) 애물단지다. 평소엔 잘 움직이다 대회만 나가면 꼭….(김영석) 꿈이다. 진짜 꿈에도 자주 나온다.(표윤석) 영원한 추억이다. 대학생활의 황금기인 3학년 여름부터 4학년 겨울까지 꼬박 함께 하고 있으니….(김진) 친구다. 없으면 안 된다.(김은혜)

 

 ◇넥스트웨이브는=광운대·서울산업대 8명의 학생과 헥토르·아킬리우스·헤라퀸·하데스·아레즈 5대의 로봇으로 출범했다.(아레즈의 이제용·정준호 선수는 개인사정상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했다.) 세계최초의 R스포츠 프로게임단이기도 하지만 가수 서태지가 운영하는 피온(옛 STJ글로벌)이 ‘저지른’ 일이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선수들은 수천만원대 로봇제작 지원, 활동비 지원, 광고수익 분배 등을 내용으로 하는 3년 계약을 한 엄연한 프로선수. 선수들은 각종대회에서 장관상 등을 수상한 실력파로 구성됐다. 로봇은 수천만원을 투자해 특수재질로 만들었다. 넥스트웨이브는 내년부터 로봇격투기 로보원, 한·일전, 한·중·일전 등에 출전할 예정이다. 안명규 피온 총괄국장은 “내년에는 격투 외에도 구기·육상 종목 등 볼거리를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고 소개했다. 판은 벌어졌다. 이젠 대결을 벌일 “상대편 나와!”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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