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홈네트워크 업계는 ‘소비자 중심으로의 귀환’을 준비중이다. ‘귀환’은 단지 ‘기술과 기술의 결합’, 복합 상품을 홈네트워크 서비스라고 믿었던 기존 개념을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업계는 지난 2∼3년간 엄청난 물량을 쏟아붙고도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범사업’ 형태의 홈네트워크 서비스가 소비자에게는 별다른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을 자신의 사업모델로, 킬러애플리케이션으로 믿고 따랐던 수많은 중소 기업들은 제품을 개발했지만, 시장이 열리지 않아 판매조차 못하고 있다. 홈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부족의 결과다. 2007년 1000만 홈네트워크 가입자 유치를 믿는 업체는 이제 거의 없다.
홈네트워크 사업은 내년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사업모델 찾기는 물론, 정부부처간 업무 조정, 법적 제도 및 절차의 통합, 각종 인증제도 마련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역시 홈네트워크 추진 주체간의 ‘갑을관계’가 명확해진다는 점이다.
◇위상이 강화된 건교부=먼저 예상되는 것은 기존 정통부 중심의 사업구도 붕괴다. IT839로 홈네트워크사업이 미래 국가 중점 사업임을 천명했던 정통부 위상이 건교부 등장으로 크게 저하될 전망이다. 따러서 정통부가 추진했던 홈네트워크 시범사업의 실제 추진 주체는 건교부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통부 시범사업은 대부분 원격제어와 가전제어, 보안을 중심으로 하는 홈오토메이션 서비스. 홈오토메이션 서비스는 대부분 건물 건설 초기부터 네트워크와 장비가 구축돼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건설업체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건교부의 힘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건교부는 주공과 함께 파주·운정 지구 아파트를 홈네트워크 서비스 지역으로 선정하려 하고 있다. 건교부가 건설관계법령을 통해 신도시 건설 때 홈네트워크 구축을 유도하면 거대한 시장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건교부의 홈네트워크 아파트 구축 추진은 여러가지 사업구도 변화를 가져온다. 가전업체, 홈오토메이션업체, 네트워크 업체, 콘텐츠업체는 물론이고 그간 홈네트워크의 주체라고 여겼던 통신서비스사업자·방송사업자의 위상도 크게 흔들린다. 홈네트워크 사업 특성상 한번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건교부가 대규모 신도시에 대한 홈네트워크 구축사업을 시행할 경우 업체의수주전은 치열해 질수 밖에 없다. 건교부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관리와 관련된 법령 개정을 통해 신축은 물론 기축 아파트 시장에 대한 인증제를 시행할 경우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건설업체·아파트 관리소의 부상=홈네트워크 서비스는 가족구성원이 살고 있는 주택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층이 밀집해 있는 아파트는 좋은 시장이다. 민영 주택의 경우 아파트 건설업체는 홈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은 당연하다. 건축비용에 홈네트워크 구축 비용은 물론, 다양한 정보가전기기 구입비용까지 넣을 수 있는 주요 고객이다. 여기에 아파트 구축시 홈네트워크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고 있다. 가전업체는 물론 통신사업자, 네트워크 업체에 있어서 ‘종합상품’인 아파트를 생산하는 건설업체는 영원한 ‘갑’이 될 수 밖에 없다. 건교부가 홈네트워크 관련 건물 인증제를 시행할 경우 통신사업자, 가전업체 등은 건설업체의 눈치를 봐야만 한다. 민영주택 건설에 있어서 건설업체는 홈네트워크 업체의 미래 수익원을 좌우하는 강력한 사업주체다.
아파트 관리소의 부상도 주목할만하다. 아파트 관리소는 해당 아파트 마다 지역 밀착형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창구다. 서버 관리는 물론,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일 수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알뜰 구매시장’처럼 다양한 물류유통사업에 나설 수 있다. 즉 가정내 중심이 되는 포탈 운영주체로도, 건강과 의료등을 지역 사회와 매개 해주는 첨단 정보기지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와 통신사업자=정통부가 추진했던 홈네트워크 서비스는 수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실제 정부가 추진한 기존 시범사업의 경우 소비자를 겨냥한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 연구소와 업체에서 개발된 기술을 소개하고, 전파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새로운 정보통신 사업이 아닌 기존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는 것도 별다른 기술없이 적용이 가능한 홈오토메이션 수준의 서비스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기술과 기술의 결합정도로 규정하다보니, 가정과 가족구성원, 그리고 사회와 연관돼 벌어지는 사용자의 다양한 경제적·산업적·정치적·사회문화적 변화를 가볍게 규정했다. 홈네트워크 주도권 다툼에서 매우 중요한 이론적 무기를 정부와 업계 스스로 버린 셈이다.
홈네트워크는 기술의 결합 보다도 그에 따른 국민 생활 변화와 통신·방송·네트워크·가전·콘텐츠 업체의 주도권 다툼의 핵심이라는 측면이 매우 중요하다. 홈네트워크 사업에서 다양한 수익 모델이 등장하면 할 수록, 컨버전스가 심화되면 될 수록 기업간의 다툼을 치열해진다. 한때 홈네트워크사업자의 적임자로 여겨졌던 통신사업자는 한전과 싸워야 하고, 건설업체와 다양한 제휴 내지는 다툼을 벌여야 한다. 정통부는 문광부와 방송위원회, 산자부에 이어 건교부라는 부처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 미래 먹거리와 수종사업으로 일컬어지는 홈네트워크 사업. 정통부는 ‘홈네트워크’ 인증 만을, 통신사업자는 건설업체의 ‘부속사업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서울통신기술 ‘이지온(EZON)’
‘집안 상태 보고해.’ 소비자는 외출 뒤 벽에 부착된 월 패드를 향해 이렇게 명령한다. 집안 가전기기의 온·오프 상태를 하나씩 알려 주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서울통신기술(대표 송보순 http://www.scommtech.com)의 홈네트워크시스템 ‘이지온’은 음성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한다. 회사측이 음성인식 기술에 이처럼 집착하는 것은 ‘음성’이 가장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즐겁고 편리해야 하며, 안전해야 한다는 게 서울통신기술이 추구하는 홈네트워크의 논리다. 서울통신기술은 내년 하반기 이같은 음성인식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은평 뉴 타운을 비롯, 창원 반송지구 등 대규모 아파트에 적용할 예정이다.
◇타워팰리스 신화=서울통신기술의 홈네트워크 신화가 시작된 곳은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다. 지난 2002년 세계 최초로 3000여 전 세대에 이지온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업계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타워팰리스는 아파트 단지 전체가 무선 랜 기반으로 구축됐다.홈 서버와 홈 게이트 웨이를 통해 각 가정의 가전기기와 통신기기를 제어한다. 타워팰리스가 홈네트워크업계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실제 생활에 이런 서비스가 적용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서울통신기술은 이후 아데나팰리스, 리첸시아, 아크로비스타 등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에 홈넽워크를 구축하는 성과를 올렸다.
서울통신기술은 홈네트워크 서비스의 핵심은 이지온 월 패드(EZON Wall Pad)다. 휴대폰 하나로 가스밸브를 제어하는 것은 물론, 집안의 난·냉방 시스템 및 조명, 부재 중 화상녹화 및 재생할 수 있다.최근에는 화성 동탄 아파트에, 충북 오창, 창원 반송 등 대규모 아파트에 홈네트워크 사업권을 따냈다.
◇개발자 중심의 회사=서울통신기술의 인원 980명중 대부분은 기술 개발자다. 회사의 주축은 전전자 교환기(TDX)개발에 참여한 인력들. 이들은 인터넷 산업이 활성화 되면서부터 초고속 인터넷 분야로, 97년부터는 이동통신 분야로 자연스럽게 진출한 경력을 갖고 있다.
서울통신기술은 지난 99년부터는 홈 네트워크 사업에 대한 미래 성장성을 판단, 홈 네트워크 사업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 모 기업인 삼성전자와 협력 체제도 빼놓을 수 없다.현재 통신망 구축 사업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통신기반 SI, NI 사업, 통신 부가장비·솔루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통신기술은 최근 홈 네트워크와 연동이 가능한 디지털 도어록을 출시, 대규모 아파트에 적용을 앞두고 있다.
◆인터뷰-서울통신기술 송보순 사장
= 홈 네트워크 시스템의 특징은.
-홈 엔터테인먼트 보다는 세대침입, 가스누출 감지, 외출방범 설정 해제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휴대폰으로 가스밸브를 잠글 수 있고 전등과 보일러 에어컨을 컨트롤 할 수 있다. 별도의 홈 서버를 두지 않고 가정 내 꼭 필요한 홈 네트워크 기능만을 채택했다.
=홈 네트워크 시장 상황은.
-분양시장을 찾는 청약자 대부분 홈 네트워크 분야에서 엔터테인먼트보다 홈 제어 가정보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에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이다. 보안이 강화된 홈 네트워크 시스템이 분양시장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성인식 홈네트워크 기술로 승부수를 띄우겠다.
=향후 중국시장에 대한 전망은.
-우리 나라처럼 아파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고, 정부 의지가 강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2002년부터 중국에 본격적으로 진출, 현재 50여 곳의 프로젝트를 상담 중에 있으며 항조우 2000세대, 베이징 1000세대, 홍콩 800세대, 대만 200세대 등을 수주했다. 향후 유럽이나 미주를 포함하는 전 세계시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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