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이후 정통부는 정보통신산업발전을 위해 다양한 규제정책을 내놨다. 이동전화, PCS, 시내 외 전화, 국제전화 부문에서 경쟁사업자를 선정, 육성해왔다. 경쟁체제가 구축된 이후에도 규제는 계속됐다. 시장점유율 50%를 초과한 SK텔레콤에 대해 가입자 모집제한에서부터, 상호접속료 재조정, 요금인가 규제 등 다양한 카드를 던졌다.
심지어는 번호이동성제도까지 만들어 경쟁체제를 유지시키려고 했다. 이유는 단 하나, 경쟁을 통한 산업발전과 국민 편익 증대라는 점에서였다.
◇홈네트워크의 운명=디지털 기술은 통신과 방송의 기술적 융합은 물론 서비스와 산업, 제도적 융합을 이끌어내고 있다. 디지털 정보는 이동통신망, 유선통신망, 무선망을 가리지 않고 넘나든다. 지상파 DMB, 위성 DMB, 케이블 방송은 물론이거니와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동일한 정보전송이 가능하다. 이제 통신은 개인 대 개인의 통신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방송은 대중만을 상대하지 않는다.
홈네트워크·유비쿼터스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사용자 환경은 이러한 통신네트워크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유선망이건, 무선망이건 구분하지 않고 인간은 정보를 취득하며, 정보를 생산한다. 지상파·위성·케이블·초고속인터넷·무선을 비롯한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네트워크 환경이 결합한다. 인간은 2개 이상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공받는다. 홈네트워크서비스는 가정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수많은 용역과 서비스 활동이 결합돼 이뤄진다.
홈네트워크·유비쿼터스는 태생적으로 다른 서비스와 산업을 묶어야 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존재다. 통신서비스 영역뿐만 아니라 방송·콘텐츠·T커머스·건설영역 등 다양한 존재를 아우를 때만이 생겨나는 서비스다. 사람이 거주하는 가정환경에서는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아날로그 적 신호를 디지털로 변경시키는 활동의 모든 것, 그것이 바로 홈네트워크다. 이 때문에 홈네트워크·유비쿼터스의 범위는 무제한 확대된다. 인간과 매개한 통신·방송·인터넷·콘텐츠·가전제어·보안·검침·결제·교육·헬스 등 수많은 산업들은 디지털 홈에서 ‘0, 1’로 가공처리된다. ‘0, 1’로 묶인 각종 콘텐츠와 서비스는 디지털 홈이라는 공간으로 들어오면서 동일한, 혹은 유사한 서비스와 경쟁체제 속으로 내몰린다. 인간의 활동영역이 다양한 만큼 경쟁의 유형도 천차 만별이다.
이를 구성하는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홈네트워크 서비스 구현은 동일하거나, 혹은 유사한 서비스 사업자와의 경쟁을 의미한다. 홈네트워크는 업종별, 업무별, 규모별 영역구분을 하지 않는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이나 이동통신사업자나, 유선통신사업자, 방송사업자 영역은 오래전의 이야기다. 따라서 통신사업자·방송사업자·케이블사업자·물류유통업체·콘텐츠 제공업체 간의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제휴 등은 필연적이다. 결과는 산업구조의 변동이다.
◇홈네트워크, 선순환 투자구조=홈네트워크·유비쿼터스의 주체는 고객, 사업자, 정부다. 고객은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가는 정보생산·수신자와 서비스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가장 큰 주체다. 사업자는 정부의 업무를 대행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과금을 하는 법인으로, 정부는 효과적인 규제정책을 통해 서비스 발전 및 산업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당사자로서의 역할을 갖는다.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홈네트워크 구현이 가능하다.
서비스 초기에 정부의 규제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CDMA의 경우를 보자. 정부는 출연연구기관인 ETRI와 기업을 연계해 CDMA 기술개발을 추진했고, SK텔레콤과 PCS사업자에게 해당서비스를 시행할 것을 규제했다. 정부가 먼저 사업자를 선정하고, 사업자를 강력하게 규제함으로써 통신시스템은 물론 단말기 산업이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도록 했다. 무선인터넷 콘텐츠도 더불어 확산됐다. 초고속인터넷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 당시 ADSL 모뎀을 활용한 초고속인터넷 사업의 반대를 뒤집고 정부는 KT를 통해 대규모 모뎀을 공급하도록 독려,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강국을 만들었다. 인터넷이 가져온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반면 홈네트워크는 역설적이다. 가정 내에 통신·방송·인터넷·콘텐츠·가전제어·보안·검침·결제·교육·헬스 등 수많은 산업과 서비스, 용역들이 디지털 신호로 오가고, 가정 내 사용자의 정보가 다양한 형태로 가공 처리되는 공간이 됐음에도 정부는 전적으로 ‘시범’사업자 자율에 맡기고 있다. 사업자들은 ‘킬러애플리케이션이 없다’는 소리만 할 뿐 소규모 투자에 그치고 있다. 투자 비용 대부분 직원들의 인건비와 연구개발비에 불과하다. 일부에서는 아예 사업 불가론까지 나온다. 이쯤 되고 보면 정부의 사업 의지도 의문스러워진다. 일각에서는 IT839를 소리높여 외친 정통부 입장에서 어쩌면 홈네트워크 사업을 이미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도 들린다.
정부는 ‘선순환 투자’라는 좋은 선례를 잊고 있다. 첨단 기술과 다양한 서비스의 결합, 고객 정보의 활용이 이미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도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가정 내에서 유선과 무선이, 통신과 방송이 사생결단을 벌이고 있음에도 주무부처는 주파수 규제, 사업영역 조정이라는 규제의 칼을 들지 않고 있다. 홈네트워크에서 가정 내 수많은 정보가전기기를 통해 서비스와 용역이 오가고, 사용자가 정보생산자가 되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시범서비스’ 사업 예찬에만 빠져 있다.
90년 이후 정부는 선순환 투자를 통해 IT산업 발전을 주도해왔다. 정부가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고, 이를 사업자들이 따라오며 CDMA·초고속인터넷·디지털 가전 신화를 이끌어냈다. 홈네트워크·유비쿼터스 시대에도 이 방법은 아직도 유효한 경쟁법이다. 무선과 유선, 콘텐츠, 가정 내 사용자 정보의 교환이 일어나는 지상 최대 이벤트 홈네트워크를 사업자들은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에서 이동전화서비스 사업자와 PCS사업자를 구분했듯, IMT2000사업자를 구분했듯, 와이브로 사업자를 구분했듯이 홈네트워크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와 다른 차별점이 있다. 그 차별점과 그 파괴력은 없는 게 아니라 감춰져 있다. 그 숨겨진 내용에는 21세기 대한민국 산업발전과 경제 회생, 세계 최고의 디지털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도 가려져 있다. 홈네트워크는 수익을 먼저 고려하는 산업이 아니라, 그 파급효과를 고려해 투자를 먼저 해야 하는 사업이다.
<표> 해외 홈네트워크 서비스 형태(자료 인용: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방송통신융합 환경하의 디지털콘텐츠 산업 활성화 전략 연구
구분 내용
미국 FSN(Full Service Network)을 통해 VOD(Video-on-Demand), 홈쇼핑, 온라인 게임, 대화형 TV, 전화통신, 음악, 교육 서비스 등을 올랜도 거주 4000가구 대상 상용서비스. 1996년 통신법안‘Telecommunication Act)’ 공표 이후 미디어와 통신영역 상호 간 영역 침해. 케이블 TV의 시내 외 전화시장 진출. 1996년 4월 기존의 전화선을 이용해서 영상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디지털 케이블 TV 서비스 개발. 2005년 대화형 TV 수신가구수 6250만 가구 예상. 미국의 Wink사는 디지털 케이블 방송과 디지털 위성 방송을 이용한 대화형 T커머스 시스템 제공.
영국 지상파·케이블·위성을 통한 정보서비스. EPG 및 뉴스 시사 서비스를 제외하고 대화형 서비스를 통한 광고 허용. BBC와 iTV는 디지털TV의 다채널 서비스를 위한 콘텐츠 회사 공동설립 예정 영국 최대 디지털방송사업자인 BSkyB는 BT와 함께 1999년 10월부터 자회사인 OpenTV를 통해 디지털 데이터 방송서비스를 제공 중. PlayJam은 위성을 이용하는 SkyDigital의 채널 중 하나를 이용해 양방향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콘텐츠는 게임·퍼즐·퀴즈 등.
일본 2003년 12월부터 브로드밴드 통신회선을 이용해 영화·드라마 등을 송신하는 인터넷방송 서비스가 본격화. KDDI, NTT그룹, 간사이전력그룹, 등도 방송사업에 뛰어들고 있음. KDDI는 FTTH를 경유하는 서비스를 개시.
◆기업탐방-오투런
오투런(대표 유재원 http://www.o2runbiz.com)의 U헬스 프로젝트는 매우 구체적이다. 실제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디테일한 구성요소가 곳곳에 채워져 있다. 이를테면 2분정도 운동하고 나온 칼로리 소모량 ‘껌한개’분량으로 표시해준다. 운동처방전을 이용해 맞춤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디지털 러닝머신(ODR)은 이 회사의 대표적인 상품이다.
디지털 러닝머신은 인터넷과 TV와 연동한다. 개인의 운동량은 가정 내 러닝머신에 저장할 수 있지만, 필요에 따라 건강관리센터나, 주치의에게 인터넷으로 보고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운동량과 심박수 등을 종합해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처방전에 내려주기 때문에 남녀노소 쉽게 이용이 가능하다. 보안유지를 원하면 RF카드를 통해 개인별 운동 이력을 관리할 수 있다. 가정용의 경우에는 가족 구성원별로 아이콘을 만들 수 있다. 홈네트워크시스템이 구축돼 병원과 연동이 되면 병원 전문의가 가정에서 이뤄지는 개인의 운동량 상태를 일일이 체크할 수도 있다. 헬스 트레이너와 연계하면 자신의 근력과 폐활량에 맞는 부위별 맞춤 운동도 가능하다. 운동량 및 칼로리 소모량이 기존 제품에 비해 매우 정확하게 측정되기 때문에 병원에서의 환자 재활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운동 중에 전면 LCD를 이용해 TV시청도 가능하다.
오투런의 제품군은 다양하다. 러닝머신은 물론 전동바이크, 폐활량측정기, 서전트 점프 측정기, 윗몸일으키기, 근력측정기 등 여러가지다. 이들 제품은 병원이나 학교, 보건소, 직장 등에서 기초체력 측정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하나의 RF카드로 모든 기기 작동과 데이터 기록이 가능해 업무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오투런의 1차 목표는 신축 아파트 대상 빌트인 시장이다. 최근 신축아파트 베란다 확장이 발표되면서 오투런은 고무돼 있다. 오투런은 아파트 베란다에 러닝머신이 놓는 이른바 ‘U헬스 아파트’ 조성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모 건설사와 ‘U헬스 아파트’ 구축을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2차 목표는 해외 홈네트워크 시장 진출이다. 오투런은 이미 미국과 중국 등에서 U헬스 케어 시장에 대비해 첨단 러닝머신 등에 대한 특허를 20개나 등록해 놓은 상태다. 최근 오투런 유재원 사장의 일본 출장도 잦아졌다. 현지 IT관계자, 건설업체를 만나 U헬스 아파트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유재원 대표이사
-사업아이템이 매우 특이하다.
▲건강이라는 부문은 홈네트워크 사업에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매일 운동하고 거기에 따른 정확한 처방전과 식이요법 등을 처방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분야다. 커튼 닫기와 가스 닫기 등으로 별도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러닝머신에 디스플레이가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보인다.
▲화면이 있기에 광고 사업이 가능하다. 광고 내용은 나이, 체중, 성별 등에 대한 인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맞춤 광고가 가능하다. 이 점을 활용하면 다양한 수익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협력사업은 어떻게 진행중인가.
▲KT컨소시엄과 LG가 주도하는 LnCP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들이 결집돼야 효율적인 홈네트워크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다. 보건소와 기업체 중심의 영업루트를 가정 영역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향후 발전방향은.
▲향후에는 지상파 DMB칩을 넣을 것을 검토중이다. 네트워크를 무선화시키는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해외 홈네트워크 서비스 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