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기자의 고수에게 배운다]신야구<중>

지난 호에서 ‘신야구’ 필살 플레이에 대해 날카로운 조언을 해줬던 ‘덤비지마라’님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또다른 고수 ‘아멘(A-Man)’님의 노하우를 전수받도록 하겠다. 그의 승률과 전적, 방어율은 ‘덤비지마라’에 비해 떨어졌으나 심리전에서 만큼은 달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고수다.

‘아멘’으로 통하는 이경환(25) 씨. 원래 콘솔로 야구 게임을 무척 좋아했던 게임 유저다. 그가 ‘신야구’를 하게 된 이유는 오로지 온라인으로 야구를 즐길 수 있다는 것 하나. 실제 야구보다 야구 게임을 더 좋아하고 친구와 매일 야구 시합을 벌인다고 한다.

그런 탄탄한 기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야구’ 플레이는 상대를 압도한다. 배움을 한 수 전수받기 전에 일단 타 유저와 한판 붙어 보기를 권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멘은 서버에 접속해 상대방을 물색했다. 그 역시 ‘덤비지마라’와 마찬가지로 설정을 수동으로 놓고 아이템전보다는 일반전으로 게임 모드를 선택했다.“오토 설정은 야구의 묘미인 심리전을 대폭 삭감하는 것이에요.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아이템전과 일반전을 가리지 않지만 진정한 실력은 일반전이죠. 아무래도.”

겁도 없이 아멘과 상대하기 위해 들어온 ‘다친다’ 유저. 더블 A의 서버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쟁쟁한 실력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아멘은 여유가 흘러 넘쳤다. 그는 상대 타자를 매번 삼진으로 잡았고 타석에 서서는 수시로 안타를 쳤다.

홈런은 없었지만 삼대영이라는 스코어로 상대방을 압도했다. 무리한 도루만 시도하지 않았어도 점수는 더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참고로 이 구단은 제가 키우는 두 번째 구단입니다. 첫번째 구단은 너무 레벨이 높아 재미가 없어요. 그리고 나중에 트레이드가 구현되면 두 개의 구단을 합쳐 최강의 구단으로 만들 수 있지요. 후후후….”

헛헛헛. 그래서 그가 보여준 구단의 각종 전적과 기록이 낮았던 것이다. 트레이드를 목표로 벌써부터 구단을 두 개나 운영하다니.

시범경기를 마치고 아멘과 실전 경기를 치르면서 지도를 받기로 했다. 백번의 말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고,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몸으로 직접 부딪쳐 배움의 길을 열기로 합의했다.아멘의 투구는 뛰어났다. 마치 상대방의 마음을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예상과 정반대의 공을 자주 던졌다. 오른쪽과 왼쪽 코너를 철저하게 노렸고 높은 공마저 변화구로 승부했다. 볼과 스트라이크는 인공지능이었기에 망정이지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구위였다. 이런 공은 안 치면 스트라이크고 방망이를 휘두르면 플레이나 땅볼이다.

매우 어렵고 힘겨운 상대. 또 타석도 만만치 않았다. 1회는 관찰하며 볼 배합을 연구하는 듯이 보였다. 2회 공격부터는 이미 모든 것을 파악한 듯 안타를 때려냈다. 나름대로 볼 배합에 자신이 있었으나 아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볼 배합에 문제가 있네요. 1회에서 보여준 패턴이 2회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눈에 보입니다. 매번 계속해서 다른 코너, 변화구, 직구 등을 섞어야 해요. 그래야 치기 힘들죠. 이래서는 너무 뻔하죠.”

그가 지적한 것은 볼 배합이었다. 투수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패턴이 정해지는데 아무리 복합해 보여도 빙빙 돌아가는 사이클이 있다고 했다. 위기의 상황에 어떤 공을 던지고, 강한 타자를 상대할 때와 약한 타자를 상대하는 순간에 모두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치기가 쉬운 편이라고.

“또 있습니다. 제가 도루를 자주 시도하죠? 그것은 오로지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서에요. 도루 성공보다 투구에 틈을 만들도록 하는게 목적입니다. 신야구는 연습만 하면 도루로 잘 죽지 않아요. 고수들한테는 예외지만.”

아멘은 심리전을 설명했다. 볼 배합은 모두 심리전이고 타자의 타격도 심리전이다. 심리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기분을 흥분 상태로 몰아 넣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화가 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채팅으로 약 올리는 짓은 비겁하지만 플레이를 통해 약을 올리는 것은 정당하다고 말했다.아멘과의 시합은 일대영으로 졌다. 연장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그의 플레이는 정말 상대편을 화나게 했다. 약이 살살 올라 침착한 게임 운영을 방해한 것이다. 이 후로 아멘과 내리 다섯 번을 붙었지만 계속해서 일대영 승부가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결국 포기를 선언했고 아멘은 미소를 지었다.

“또 하나 알려드릴께요. 경기에서 얻은 볼로 선수를 육성할 수 있죠? 고수들은 외야수의 스피드를 우선적으로 올려요. 그리고 내야수들도 빠른 발을 가지도록 만들죠. 그럼 안타가 거의 안 나와요.”

이게 무슨 말인가? 투수를 키우지 않고 외야수를 육성하라니? 그의 말에 따르면 ‘신야구’는 안타를 쳐도 대부분 1루타가 된다. 그런데 2루타나 3루타가 되는 경우는 외야수의 발이 느려 공을 잡으러 가는 시간 때문이라는 것. 그렇다면 외야수의 발을 빠르게 만들면 외각으로 떨어지는 공을 대부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타격을 잘 해도 고수들과 붙었을 때 플레이 아웃을 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또 고수와 경기를 할 때 도루를 시도하면 결코 안 되는 이유도 알았다. 내야수의 발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기 때문이었다.

아멘과의 만남은 유익했으나 실행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것들이었다. 심리전을 위해 폭포수 아래에서 단전호흡이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어려운 숙제를 던져준 아멘이었다.이경환

나이 : 25세

아이디 : A-man

모바일 게임 경력 : 10년

주특기 장르 : 야구 등 스포츠

소속 길드 : 없음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