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맨이면 누구나 자신의 명함이 있다. 명함에는 이름·직책·회사·연락처가 적혀 있어 명함의 주인을 나타내고 동시에 그 회사를 나타낸다.
평소 비즈니스는 명함을 주고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다고 느끼게 된 것은 얼마 전 다녀온 샌프란시스코의 ‘CTIA 2005’ 행사에서였다. 무선사업 분야를 대표하는 콘퍼런스 전시회 중 하나인 이 행사는 세계 주요 이통사·단말사·솔루션사·퍼블리셔· 미디어 그룹 관계자를 만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청중은 토의가 끝나기 무섭게 발표자를 만나러 강단으로 모여 들었고, 토의 주제를 개인적으로 주고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소위 ‘아, 발표 참 잘 들었다’라며 명함을 교환하는 풍경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그 잠깐 주어진 시간에 발표자의 관심을 내게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논점을 늘어 놓아야 한다.
전시장에서도 부스 담당자와 관람객의 대화를 보고 있노라면 서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하는 말의 내용이다. 마무리 눈인사 정도는 할 법도 한데 전혀 없다.
각국 비즈니스맨들이 몰려드는 장소에서 냉정하지 않다면 필요한 것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반면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현지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계속 주고 받는 e메일 속에는 상대방을 만난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이 배어난다. 그들 중 몇 명은 벌써 서울에서 극적인 또 한 번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
업무상 사람을 만나게 될 경우, 예의가 바르지만 정작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람보다 다소 지나친 자신감으로 불편해 보이지만 필요한 말을 하는 사람이 더 좋을 때가 있다.
명함에는 오로지 비즈니스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냉정함과 함께 신뢰를 통해 인연을 소중히 할 수 있는 끈이 된다는 따뜻함이 담겨 있다. 이번 출장을 통해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이처럼 작은 명함 속 냉정함과 따뜻함의 양면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작은 교훈을 깨달을 수 있었다.
권수란 XCE 전략기획팀 대리, waterorchid@x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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