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북대서양의 섬나라인 아이슬란드는 영국 어선들이 근해의 대구를 남획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어업전관수역을 12해리에서 50해리까지 확대 선포한다. 그리고 영국 어선에 대해 강력 단속에 나섰으며, 심지어는 발포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응해 영국 해군도 자국의 어선을 보호하기 위해 해군을 파견함으로써 두 나라는 한때 국교까지 단절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200해리 경제수역이 정착되면서 영국은 76년 아이슬란드 근해에서 자국의 어선을 철수시킨다. ‘대구전쟁’이라고 부르는 영국과 아이슬란드 간 분쟁의 전말이다.
지금 한국과 중국, 두 나라 사이에는 김치전쟁이 불붙었다. 한국 정부가 중국에서 수입된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발견돼 수입금지조치를 내린 데 대해 중국 정부가 곧바로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수입된 한국산 김치와 고추장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됐다며, 중국 정부는 관련제품의 폐기 처분과 함께 지방 정부에 검역 강화를 지시했다. 얼마 전 한국 정부가 중국산 김치에 내린 조치가 이번에는 중국 정부에 의해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중국 정부에 의해 촉발된 김치전쟁은 대구전쟁과는 달리 명분이 없다. 당연히 문제가 있으면 조사를 벌이고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했기 때문에 우리도 한다는 식의 대응은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한국의 산업계 일각에서 벌써부터 김치전쟁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를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김치전쟁이 명분 없는 전쟁임을 시사해 준다. 단순한 김치전쟁이면 김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전쟁을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김치전쟁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다른 부문으로까지 불똥이 튀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가장 큰 손으로 군림하고 있다. 모든 기업이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반대로 중국은 이 같은 엄청난 시장을 앞세워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을 길들이고 있다. 제2, 제3의 김치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양승욱부장@전자신문, sw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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