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롤플레잉게임)는 국내 게임 유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다. 유저는 캐릭터의 역할을 맡아 자신의 캐릭터를 키우고, 정해진 퀘스트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 주된 골격이다. 이러한 RPG는 주로 중세 팬터지, 또는 과거나 미래 시대의 전쟁 상황을 배경으로 캐릭터를 선택해 적과 전투를 벌이며 아이템 수집, 레벨업 등의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휴대폰과 결합된 모바일 RPG의 역사는 짧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짧은 역사 속에서 RPG는 휴대폰의 급속한 변화처럼 빠르고 다양하게 변해가고 있다.
# 실시간 액션RPG와 턴방식 전략RPG로 양분
RPG는 전투 방식에 따라 실시간 전투를 지원하면 액션 RPG, 턴방식의 전투를 지원하거나 전략이 필요한 전투를 표현하면 정통 RPG 혹은 전략 RPG로 세분화된다.
대표적인 액션 RPG 게임으로는 2004년 최대 히트작 ‘삼국지 무한대전’을 들 수 있다. 현재까지 SKT와 KTF에 서비스 중인 이 게임은 삼국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삼국지에 등장하는 주요 장수를 선택해 플레이하는 내용이다.
실시간 전투를 기반으로 액션 RPG 게임의 거의 모든 요소를 담았고 특히 다른 유저와 1대1 대결을 펼칠 수 있는 네트워크 플레이 기능을 지원한다. 이 같은 진보적인 게임성과 세미 네트워크 게임 플레이의 지원으로 누적 다운로드 200만을 기록하며 2004년 최고 흥행작으로 꼽혔다.
정통 RPG의 대표작으로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시리즈를 들 수 있다. 동명의 유명 PC게임을 바탕으로 전통 RPG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거슬러 올라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RPG는 다른 어떤 장르보다 휴대폰 구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장르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정의된 것처럼 ‘역할 수행’이라는 말 뜻 그대로 얼마만큼 유저에게 높은 자유도를 보장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가, 그리고 이를 위해 갖춰야할 방대한 맵과 스토리, 나아가 다양한 아이템 등 RPG의 특성을 제대로 구현하기에는 휴대폰 용량과 가능한 속도와 그래픽 등이 이를 받쳐주지 못했다.
# ‘용자의 무덤’에서 ‘에픽크로니클’까지
모바일RPG에 역사를 논하는 것이 우습지만 소프트맥스에서 지난 2002년 선보인 ‘용자의 무덤’을 가장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에도 RPG를 표방한 게임이 있기는 했지만 ‘용자의 무덤’에 와서야 처음으로 스토리와 퀘스트, 그래픽 등에서 RPG다운 느낌이 난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이어 그레텍의 ‘이카리아’가 조그만 휴대폰 화면에서 실현 가능한 최대한의 그래픽을 살려냈다는 호평 속에 수작 RPG 게임의 맥을 이었다.
2003년을 전후로 모바일 RPG게임 개발과 서비스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다. ‘포카튼사가’, ‘바람의 나라’ 등 대작 정도는 아니어도 이전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토리와 그래픽으로 무장한 게임들이 속속 선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빠르게 휴대폰 사양이 뒷받침되면서 이전과는 또 다른 느낌의 ‘헐크’, ‘마스터오브소드’ 등 새로운 RPG가 속속 등장해 주목받았다. 특히 보다 진보적인 RPG 게임으로 액션 RPG 장르를 개척한 엔텔리젼트가 싱글과 네트워크 플레이를 접목한 ‘삼국지 무한대전’을 선보여 모바일 게임 최고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기 시작했다.
2004년으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킬 수 있다는 RPG의 장점을 바탕으로 액션, 전략, 육성시뮬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한 RPG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RPG 개발을 두려웠했던 개발사까지 나서 대표적인 RPG 하나쯤은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됐고 대작 RPG 개발 경쟁에도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전략RPG는 앞서 나온 ‘창세기전 : 크로우’가 원조격.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를 바탕으로 ‘길드전’이라는 새로운 게임 시스템을 도입해 전략 RPG의 성공 가능성을 열었다. 이어 지난해 등장한 ‘에픽크로니클’을 정점으로 모바일RPG는 새로운 대작 경쟁의 시대로 접어든다.
‘에픽크로니클’은 그래픽은 물론 게임프로그램 등에서 기존 휴대폰의 한계를 넘어선, 현재까지 최고의 RPG로 손꼽힌다.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700KB의 용량에 3000원이라는 다운로드 요금을 들고 나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에픽크로니클’의 출시와 함께 모바일 RPG 개발은 피크에 이르렀고 이후부터는 개발기간과 투입 인원이 크게 늘어 개발비 10억원을 넘나드는 대작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올들어 지오스큐브의 ‘어둠의 전설’과 ‘북천항해기’가 ‘에픽크로니클’이 지닌 명성을 잇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로맨스소드’ 등 새로운 대작 RPG게임들이 속속 RPG마니아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시기다.
# 모바일 게임 다운 RPG로 변신 중
모바일 RPG의 가장 큰 특징은 플랫폼의 특성에서 나타난 그대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나타난 모바일RPG의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진 점 역시 다양한 장르의 접목을 통해 보다 모바일 유저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들이다.
기존 RPG라는 장르가 무겁고 어둡고 육중한 느낌이었다면 최근 RPG는 밝고 쉽고 가벼운 접근성이 돋보인다. 그렇다고 정통 RPG가 지닌 장점을 축소하거나 삭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휴대폰 기능의 발전에 따라 더욱 많은 부분을 강화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가운데 휴대폰을 베이스로 이용하는 모바일 콘텐츠가 지닌 장점을 최대한 반영하고 동시에 액션, 전략, 육성 등을 가미해 새로운 재미를 가미하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전체 플레이 시간은 늘어난 반면 타깃인 학생층에 맞춰 5~10분 정도의 플레이를 잠깐 잠깐씩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게임 진행방식이 대세다. 반면 아이템 시스템, 레벨 업, 퀘스트 수행 등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MMORPG의 특성을 최대한 유사하게 구현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최근 등장한 ‘드래곤하트’와 올들어 가장 성공한 RPG로 손꼽히는 ‘삼국쟁패 패왕전기’는 RPG라는 장르를 표방하면서도 모바일 게임 특유의 쉬운 조작과 접근성으로 일찌감치 폭넓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원버튼이라는 모바일 최대의 강점을 활용해 어지간한 부분까지는 모두 버튼 하나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모바일게임 RPG의 역사는 길게 잡아 3년 정도다.
초창기 모바일게임 시장은 제작 노하우 부족으로 RPG 장르 같은 대작형 게임을 개발하기가 힘들었다. 또한 짧은 개발 기간으로 대량 생산을 하는 시장의 특성과 모바일게임 자체의 인식 부족 등의 이유로 선발 업체들은 RPG같은 대형 게임 개발에 집중하지 않았다. 2001년부터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경쟁이 워낙 치열해지자 RPG같은 대작형 장르의 게임 개발이 필요하게 됐다.
모바일게임 히트작을 시대별로 분석하면 1단계는 80년대 일본 라이선스 및 퍼즐 게임이 인기를 끌었고 2단계는 고스톱 및 맞고류, 그리고 당시 시류를 반영한 아이디어형 아케이드 및 퍼즐게임이 인기를 끌었다. 3단계는 일반 PC 및 온라인게임 같은 기존 게임과 같은 작품성을 갖춘 대작형 게임이 인기를 끄는 시대다. 이때 RPG 역시 우리나라 유저가 매우 좋아하는 장르로서 무선 네트워크 기능과 맞물려 일반 온라인게임과 같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정통 RPG의 대표작으로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시리즈가 꼽히며 이외에 ‘타워오브바벨’, ‘페노아전기’, ‘에픽크로니컬’ 등이 수작 RPG 게임으로 각광받는다. 이어 최근에는 ‘삼국쟁패’, ‘컴투스 삼국지’, ‘어스토니아 스토리3’, ‘드래곤 하트’, ‘드래곤 나이트’ 등이 주목받고 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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