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과학부 장길수 부장
온전하게 정부의 벤처 활성화 정책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벤처 생태계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중소 벤처 기업들의 직접금융 창구인 코스닥이 오랜 침묵을 깨고 상승의 날갯짓을 하고 있으며 벤처 캐피털의 신규투자도 회복 조짐이 뚜렷하다.
덕분에 코스닥 상장 중소 벤처 기업들이 신규 상장 또는 유상증자를 통해 올 8월까지 증시에서 조성한 자금이 작년대비 42% 증가한 1조2700억원에 달했다. 돈 가뭄에 허덕이던 벤처 기업으로선 시설투자나 연구개발에 투자할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코스닥의 상승세는 벤처 캐피털 업계에도 청신호다. 이는 창투사들의 당기순이익이 2001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됐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코스닥이 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나고 벤처 캐피털의 경영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것은 벤처 생태계 전반에 선순환 고리 역할을 할 것이 틀림없다.
물론 벤처 업계가 완연한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벤처 거품기의 정점이던 지난 2000년에 결성된 투자조합들이 올해 해산을 앞두고 투자자금 회수에 들어가면서 벤처 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게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창투사와 투자조합의 신규 투자가 증가 추세라고는 하지만 작년 대비 고작 400억원 정도 증가한 3800억원(8월 현재) 수준이다. 2조원을 상회하던 2000년에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벤처 거품기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하는 벤처 기업으로선 가당치도 않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1700억원 규모 모태펀드가 창업 단계의 벤처 기업에 본격 투입되며 국민연금관리공단 등도 벤처투자조합을 지원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올해 말까지 대략 6000억∼7000억원의 자금이 창업 또는 성숙단계의 벤처 기업에 흘러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벤처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전히 우리에게 벤처는 애증의 교차점 위에 서 있다. 벤처가 우리 경제에 역동성과 창의성을 불어넣는 성장엔진이 돼야 한다는 데 누구도 토를 달지 않지만 논의가 벤처 기업의 회계 및 경영 투명성에 관한 것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최근 벤처 1세대로 조명받던 벤처 기업인이 분식회계 문제로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은 서글픈 현실이다. 그가 국내 벤처 기업을 대표하는 단체의 수장이었고 정부의 벤처 활성화 대책을 이끌어낸 주인공이었다는 점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벤처 업계에 전문 인력들이 흘러들어가지 않는 것 역시 벤처 불신의 또 다른 측면이다. 과거와 달리 대기업이나 국책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다 벤처로 간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시선이 많다. 불신이 가시지 않은 탓이다.
벤처들은 정부의 벤처 활성화 대책이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야단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결코 만능은 아니다. 또 모든 벤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도 없다. 이미 정부의 벤처 지원방식이 직접적 방식에서 간접적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또 선택과 집중의 관점에서 벤처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제 벤처 기업들과 벤처 경영인들이 스스로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국민은 앞으로 코스닥이나 모태펀드 등을 통해 중소 벤처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이 어떻게 쓰일지 두눈 부릅뜨고 살필 것이다.엉뚱하게 본업이 아닌 재태크에만 열중하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보낼 것이다.
벤처 주간을 맞아 벤처 기업인들에게 응원의 박수와 함께 분발을 촉구하고 싶다.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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