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표준이 각 산업분야별로 독자 추진되면서 표준간 연동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모든 기기가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각종 정보가 실시간으로 활용되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아 각종 단말장치와 네트워크, 콘텐츠 등 분야별 표준이 서로 충돌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각 기기의 표준이 다르면 정보의 흐름이 막히는 ‘동맥경화’가 나타나며 네트워크와 정보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 전자신문은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아 부상하는 표준화 과제를 살피고 적절한 대응전략을 세우기 위해 유비쿼터스 기술표준화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각 분야별 표준이 서로 호환되지 않는 현상에 우려를 표명하고 이들간 연계·통합을 위한 전략적 표준화가 유비쿼터스 사회 실현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사회(이상선 한양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표준화의 성공여부는 곧 시장에서의 성패와 직결된다. 표준화의 필요성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이승윤(ETRI 서비스융합표준연구팀 선임연구원)= 표준은 산업발전적 측면에서 기업이 생산비용을 최적화하고 시장이 열리는데 조기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술발전 측면에선 전략기술 분야에서 세계 표준을 주도해 시장을 선점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 또 표준화로 인해 제품의 호환성을 확보하는 이용자 보호부분도 표준의 필요성 중 하나다.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 중심의 급속한 확산으로 다양한 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표준을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OECD 보고서를 보면 표준화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제품이 전체 교역량의 8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준균(한국정보통신대학교 공학부 교수)= 표준화의 필요성에 대해선 많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기업체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도 표준과 무관하면 의미가 없다. 표준이 시장을 결정하게 된다. 표준화 없이는 시장을 형성하거나 이끌 수 없는 현실이다.
◇이상선= 모든 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표준화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박광로(ETRI 디지털홈 연구단 그룹장)= 유비쿼터스 시대의 표준화 이슈를 살피기 위해선 먼저 유비쿼터스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 마디로 유비쿼터스는 ‘(서비스간 경계가) 없는 세상’이라고 볼 수 있다. 각 분야들이 발전하면서 센서네트워크와 통합되는 부분이 유비쿼터스 표준화의 핵심이다. 현재 상황의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위한 별도의 표준화는 없다고 본다. 표준간 각각의 연계가 가장 큰 과제다. 또 표준기구의 융합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참가자가 여러 그룹을 함께 참석하면서 중복을 최소화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최준균= 표준기구끼리 문서교류를 쉽게 하는 등 표준화 협력을 용이하게 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통신분야 표준기구인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선 표준화 장자로서 협력을 위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젠 ITU든 ISO든 혼자 모든 표준을 만들어낼 수있는 그룹이 없다. 표준화 선도기구 몇 곳만 협력하면 된다. 예를 들어 NGN의 경우, 유무선 그룹이 각각 모여서 별도의 포럼형태를 구성, 표준을 만들어 냈다. 전략적인 표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승윤= 웹서비스 기술분야가 유비쿼터스 서비스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RFID 태그의 정보를 XML로 주고받거나 하는 것이 모든 서비스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이 분야는 또 우리나라의 최대 강점인 인프라 기술과 접목할 수 있기 때문에 유비쿼터스 서비스 분야 시장의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는 포인트다. 선택과 집중을 하면 산업적 효과가 큰 분야다. 또 모든 표준은 IPR(지적재산권)를 확보하면서 접근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정민화(산자부 기술표준원 비즈니스표준과 공업연구관)= TBT(WTO 기술장벽협정) 환경이 도래하면서 세계 표준의 의미가 더욱 커진다. RFID만 해도 이미 기술경쟁이 마무리 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시기를 맞고 있다. 기술표준문제만 해결되면 유비쿼터스 세상을 만드는 RFID 센서 보급의 봇물이 터질 것이다. 주체는 민간기업이 돼야 한다. 표준문제는 동시에 특허의 이슈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물건만 잘 만들면 됐지만 이제는 다른 패러다임이다. 경쟁기업과 협력해야 하는 표준화의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이상선= 유비쿼터스 시대의 표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승윤= 국제표준 수용자에서 제안자로 도약하려면 미래핵심기술과 서비스에 대응하는 국제표준화를 선도해야 한다. 또 국내 신규시장 창출을 위한 국제표준을 신속히 수용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는 한중일의 협력을 이끌 수 있는 입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준균= 표준을 주도할 필요성을 인식하는 회사는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대량 마케팅을 추구하는 회사로 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소규모 시장을 겨냥하는 특수기업이 단순 노동력에 의지하는 2류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표준화는 기업의 전략적 방향까지 좌지우지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정민화= 글로벌 표준전략의 핵심은 협력이다. 어느 한 기술이 단독 표준이 되기는 어렵다. 경쟁자와의 협상을 통해 어떻게 자사의 기술을 유리하게 표준에 반영하느냐가 관건인 시대가 됐다. 기술을 보유한 시점에 표준화에 뛰어들면 늦다. 선행해 대응하지 않으면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도 경쟁자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
◇이상선= 정보기술이 단위별로 통합되는 것이 바로 유비쿼터스다. 각 기술의 인터페이스만 정리되면 완벽한 유비쿼터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표준은 너무 미래의, 환상적인 결과물을 선정해놓고 추진하면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다. 장기적인 비전은 필요하겠지만 중간중간 기업이 수익모델화할 수 있는 중간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참여한다.
또 정부의 표준화 지원도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좋다. 현재는 1년 단위의 단기성과를 기대하면서 지원정책을 운영한다. 이런식으로는 국제전문가를 키우기 어렵다. 수적으로도 너무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유독 대학교수들의 표준화 참여가 많다. 교수들은 그러나 기업이 가지는 충실한 백데이터(Back Data)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표준화 성과를 내는데 미흡하다. 교수와 기업을 짝 지워 데이터를 제공, 실질적인 표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지원을 제안한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표준화 제각각 중복·충돌 우려
네트워크, 단말기/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단계별·분야별로 표준화가 제각기 진행되면서 표준간 중복과 충돌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정보와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다가오면서 표준간 연동에 소홀할 경우 자칫 정보가 제대로 쓰여지지 못하는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지적된다. 좌담회에 참석한 분야별 표준전문가들은 버스정보시스템(BIS)이나 지리정보시스템(GIS)이 표준화에 실패해 제대로된 정보활용을 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하고 전자태그(RFID) 시범 사업 등에서 이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최준균 교수는 “GIS의 경우도 우리가 많은 돈을 쏟아부었지만 표준화에 실패한 사례”라며 “GIS 정보가 표준화된 데이터로 처리될 경우 네트워크에서 위치확인이나 접속여부 확인 서비스에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표준화 미비로 서로 결합되지 않아 무의미한 정보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GIS 표준이 네트워크 표준과 서로 연동되지 않으면서 GIS의 위치정보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문제를 빚어낸 것이다. 이상선 교수는 버스정보시스템(BIS)의 사례를 들며 “서울시와 수도권 도시에 적용된 수신기 표준이 서로 달라 지방 버스가 서울에 오거나 서울 버스가 지방에 가면 시스템을 적용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정민화 연구관은 “서울시와 건교부가 각각 차량에 RFID를 설치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도 서로 다른 표준을 적용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며 “서로 다른 기술표준의 태그를 적용하기 때문에 조기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나중에 서울 지역을 다니는 차는 두개의 태그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분야별 표준그룹이 긴급하게 합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 네트워크 측면에서 보면 하드웨어 분야에서 독자적으로 추진되는 표준화가 기존 기술표준과 겹치는 현상이 잦다”며 “서비스를 단계별로 나누고 단계별 관련 표준을 서로 결합될 수 있도록 해주는게 좋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장비 △서비스 △콘텐츠 △특정 VPN(가상사설망) △정보단말 인식 △정보통신망에서의 정보검색 수단 등으로 표준영역을 일괄 정리한 뒤 각 표준기구에서 이뤄지는 표준화 과정에서 각각이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연동될 수 있도록 조율·합의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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