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PC방 업주들은 좌불안석이다. 지난달 초 PC방에서 무려 50시간을 게임을 즐기던 20대 이모씨가 사망, 게임 중독 문제의 온상으로 지목된데 이어 급기야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PC방을 완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 산업 발전에 공헌이 큰 인프라인 PC방. 하지만 우후죽순식으로 늘어난 PC방은 대부분이 영세한 업소인 데다 아직까지 사회·문화적인 역할과 기능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러 가지 문제점도 동시에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PC방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서울 마포 대로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위치한 도화동의 A PC방.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무렵, 한가한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이 PC방은 주변에 사무실이 많은 데다 아파트도 밀집해 있어 50석 가량의 좌석 가운데 절반 이상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입구에서 이어지는 통로를 기준으로 20석 정도의 좌석을 금연석으로 구분해 놓았다. 하지만 별다른 연기 제거 벽이나 시설이 없어 금연석에서도 독한 담배 연기와 냄새를 피할 방법이 없다.
# 초등생들 콜록이면서도 찾아
초·중등학교의 하교 시간이 지나자 삼삼오오 몰려든 초등학생, 중학생들로 금새 좌석이 꽉찼고 카운터 앞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총소년들도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아저씨들이 담배를 계속 피워서 자꾸 기침이 나요. 그래도 무서워서 말도 못하고 그냥 참곤해요.”
인근 B 중학교에 다닌다는 이모군은 친구와 함께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동안 흡연석에서 날아드는 담배 연기 때문에 연신 콜록거렸지만 흡연석의 게이머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
특히 대부분의 PC방이 어두침침한 조명을 만들어 내기 위해 대부분의 창들을 썬팅을 해놓는 등 막아 놓았듯이 이 PC방도 모든 창에 썬팅을 해놓아 유일한 환기통로는 입구뿐인 듯하다.
“게임하면 이상하게 담배를 더 피게 돼요. 평소 한갑 정도 피는데 PC방에 들르는 날은 한갑반정도 피게 돼요.”
대학생이라는 최모씨는 최근 유행하는 일인칭슈팅(FPS) 게임인 ‘스페셜포스’를 즐기고 있었는데 매판이 끝날 때마다 담배를 꺼내 문다. 그 말고도 흡연석에 앉은 게이머들 앞에 놓인 재떨이에는 대부분 담배 꽁초가 가득하다.
이 PC방은 사무실이 많은 곳에 위치한 탓에 장시간 이용하는 게이머보다는 잠깐잠간 즐기고 가는 뜨내기들이 많은 듯했다.
# 지하 PC방 환기 문제 심각
마포 대로 인근 일명 먹자거리에 위치한 C PC방. 이 PC방은 마포대로에서 한참 들어간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최근 개업해 인테리어가 깨끗한데다 마일리지까지 적립해 줘 많은 손님들로 붐볐다. 이 PC방은 주택가에 가까워 A PC방과는 달리 오랜시간 자리를 잡고 있는 게이머들이 많이 보인다.
C PC방 역시 금연석과 흡연석을 나눠 놓았지만 서로가 통로 등으로 구분되지 않은 데다 지하에 위치해 환기 문제는 더욱 심각한 듯 보였다.
“저도 담배를 피우지만 어떨 때는 숨이 꽉 막히는 것 같아요.”
이 PC방을 자주 찾는다는 나모씨는 몇시간씩 게임을 하다 집에 가보면 몸에 이상 신호가 오는 듯해 몇번이고 안오려고 마음먹었다가도 워낙 게임을 좋아해 작심삼일이 되곤 한다고 했다.
이 PC방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자리가 없을 때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는 테이블이 바로 금연석 앞쪽에 붙어 있지만 다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곳에서 담배를 피워댄다는 점이다. 또 저녁시간 때가 되면 금연석이 어느새 흡연석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기자가 흡연석을 달라고 종업원에게 부탁하자 자리가 없다며 물이 조금 담긴 일회용 종이컵을 재터리로 쓰라며 건네주고 금연석으로 안내했다. 금연석이기 때문에 재터리를 줄 수 없으니 알아서 요령 것 담배를 피우라는 뜻이다.
종업원이 권한 금연석쪽 자리로 가자 바로 옆자리에 앉은 손님의 종이컵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미 몇개피의 꽁초가 들어있다.
# FPS 손님 많은 곳은 완전 ‘시장판’
대흥동의 D PC방. 이 PC방도 큰 길에서는 꽤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데다 정액제, 마일리지 등으로 요금이 저렴해 빈자리를 찾기 힘든다. 입구에는 다른 손님께 방해가 되니 ‘스페셜포스’를 이용할 손님은 카운터에 비치된 헤드셋을 이용하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적베! 적베! 돌아가! 돌아가!”
적 베이스 기지에 적군이 있으니 돌아가라는 뜻이다. ‘스페셜포스’에 빠진 게이머들이 다른 게이머와 이런저런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연신 큰 목소리로 떠들어댄다. 적에게 총을 맞을까봐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전혀 주변의 다른 손님들에 대해서는 의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일부 좌석에서는 상스러운 욕설까지 들려온다.
“총 소리를 워낙 크게 해 놓은 데다 시끄럽게 떠들어서 방해가 되지만 소리좀 줄여달라고 말도 못꺼내 봤어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서핑하고 있던 20대 초반의 여자 손님인 정모씨는 총싸움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신경이 쓰이지만 워낙 거칠어 보여 그냥 참고 있는 다고 한다.
이 PC방은 아예 금연석과 흡연석을 구분해 놓지도 않았는데 지하에 위치한 데다 에어콘 바람을 타고 담배연기가 곳곳으로 퍼져 천장부근이 담배 연기로 자욱하다.
이 PC방의 또 하나 문제점은 주택가에 위치해 게임에 중독된 손님들이 많다는 점이다. 부부인듯 보이는 중년의 남녀 손님은 몇시간째 나란히 자리에 앉아 MMORPG를 즐기고 있는데 도무지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는 듯했다.
“도대체 뭐하는 분들인지 모르겠어요. 매일 같이 와서 하루종일 게임을 하는데… 매상을 올려줘서 고맙긴 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해요.”
이 PC방의 주인은 MMORPRG를 즐기는 많은 손님들이 10시간짜리 정액 요금을 내고 장시간 게임을 즐긴다고 한다.
몇곳의 PC방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의 PC방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음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청소년보호 단체들은 흡연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는 데 공감이 갔다.
PC방을 완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문제는 성급히 판단할 사안은 아니지만 어떤 형태로든 미성년자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게이머를 담배연기로부터 보호할 방안이 마련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또 PC방 이용객들의 에티켓도 새롭게 정착되어야 한다. 옆자리 다른 손님들을 위해 스피커의 볼륨을 적당한 위치에 맞춰 놓고 스스로를 자제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등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최근 문화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PC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게임에 대한 몰이해가 건강을 해치거나 사회생활을 어렵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같은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PC방 업주와 유관 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IPCA), 게이머, 관련 정부부처 등이 모두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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