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말로만 얘기해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相生)’이 이제 전자산업 분야 시장에서 체감할 정도라고 한다. 본지가 창간 23주년을 맞아 전자산업진흥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대·중소기업 협력 실태조사’ 결과 정부가 상생을 주요 국정 과제로 추진한 이후 전자 분야 중소기업의 85%가 대기업과 협력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이 말 잔치가 아니라 전자산업 시장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올해 들어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지원 방안 발표가 잇따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 개선 대책을 내놓은 것은 물론이고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4대 그룹 회장과 중소기업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생 협력 대책회의까지 가졌을 정도로 정책적으로 밀어붙인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시장에서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경쟁하는만큼 정부가 간섭한다고 해서 상생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중소 전자업체들이 체감하는 대·중소기업 협력 분위기는 당사자 간 필요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설문조사에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지는 상생 협력분야로 구매, 연구개발(R&D)은 물론이고 정보화,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면서도 고르게 꼽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전자산업 현장에서는 현재 대·중소기업 협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
사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상생을 통한 동반성장 모델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 전자업계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잘나갈 때는 대기업이 이익을 독식하고 어려울 때는 중소기업이 부담을 떠안도록 하는 게 그간의 관행이었다. 대기업이 하도급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에 ‘강자의 횡포’를 부려온 것이다. 이런 관행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욕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에도 하부구조의 부실과 경쟁력 상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지금 전자산업 시장에 형성된 상생 협력 분위기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기업이 세계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대기업의 인식 전환 결과로 판단된다. 전자산업 분야의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 상생 협력 활성화가 기대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전자분야 시장의 상생 경영 분위기가 그대로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대기업, 나아가 중견기업으로 확산시키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대기업들도 먼저 앞장서 상생의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 중소기업 3분의 1이 상생 협력의 저해요인으로 꼽은 대기업의 과당경쟁 유도나 납품계약 임의변경, 여전한 강자의 횡포 등은 대기업이 시급히 시정해야 할 요소다. 이런 걸림돌이 해결되지 않고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이래서는 경제의 잔뿌리이자 새싹 구실을 해야 할 중소기업이 제대로 살아날 수 없다. 좋은 부품과 소재를 대는 중소기업 없이는 대기업 역시 장기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대기업들이 당장의 이해관계에 집착하지 말고 긴 안목에서 상생 경영을 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상생 협력을 정책적으로 강제하기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나 인센티브를 통해 대·중소기업 상생 경영이 자율적으로 확산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에서 이번에 대·중소기업의 협력 성과를 공평하게 나누는 성과공유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률을 발의하기로 한 것이 주목된다. 중소기업도 이제는 스스로 대기업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국제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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