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5년 8월 21일. 중국 베이징 시내 중심가 위치한 국제무역중심 주변 일대에 수백명의 중국 젊은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중 양국의 최고 게이머를 가리는 ‘한·중 e스포츠 페스티벌(CKCG2005)’에 한국팀 대표로 참가한 임요환·이윤열 등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서다.
e스포츠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기는 한국에서 상상했던 것 이상이다. 지난 3월에 열린 ‘WEG(World E-Sports Games) 2005’ 1차시즌 결승전의 경우 인터넷에서 입장권을 배포한 지 2시간 만에 7000장이 동났고, 무료로 배포된 입장권은 무려 350위안(한화 4만3000원)에 거래됐을 정도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중국 대학생은 “중국에서는 한국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인기가 김희선·안재욱 등 연예인에 못지 않다”고 말했다.
#2. 2005년 9월 16일. 베이징 시내의 한 PC방. 중국 젊은이들이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스타크래프트·워크래프트3·미르의 전설 등이 중국에서 인기있는 온라인게임들이 PC방 모니터를 가득 메운 풍경이 한국의 여느 PC방과 다를 바 없다.
“미르의전설을 공급한 한국의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샨다는 현재 중국에서 제일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리 성공하지 못한 게임이었지만 중국 젊은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중국 젊은이의 말이다.
PC방을 메우고 있는 건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만이 아니다. 맞고·포커 등 다양한 보드게임도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임열풍의 한 축을 이룬다. 한 때 중국에서 PC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때 한국에서 들여온 보드게임에 밤을 꼬박 지샌 중국인들이 한두명이 아니었다고 한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중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는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게임을 즐기는 인구는 1억명에 달한다는 게 중국 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디지털 한류가 13억 중국을 사로잡고 있다.”
음악·드라마·영화 등 한국 문화·연예 콘텐츠에 대한 중국의 한류열풍이 디지털 콘텐츠로 옮아가고 있다. 특히 온라인게임과 한국 프로게이머에 대한 동경은 이제 중국 젊은이들의 감성을 사로잡는 ‘문화코드’로 자리잡아가고 있을 정도다.
중국 젊은이들은 비단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유명한 블리자드의 게임만을 즐기지는 않는다. 다양한 보드게임과 캐주얼게임 등을 즐기고 있으며, 액토즈소프트 ‘미르의 전설’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듯 한국 게임에도 익숙하다. 그만큼 국내 콘텐츠 업체들에게는 중국 시장이 ‘기회의 땅’으로 성큼 다가와 있는 것이다.
디지털 한류는 중국 정부의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 지난 8월에 개최된 ‘한중 e스포츠 페스티벌 CKCG2005’는 차세대 중국을 이끌어갈 중국공산당청년단(공청단)이 직접 성사시켰을 정도다. 중국 공청단 조직은 4억명. 그 중 핵심 인원은 7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중국에서 영향력 있는 조직이다.
중국 문화콘텐츠 시장 성장률도 디지털 한류 열풍을 이어갈 수 있는 호재다. 최근 국내총생산(GDP) 기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9.6%. 이에 비례해 문화콘텐츠 시장 성장률도 매년 25%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광활한 중국대륙의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누가 먼저 깃발을 꼽느냐가 관건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가운데 NHN·SK커뮤니케이션즈·다날·부즈 등 국내 주요 콘텐츠 업체들은 온라인게임을 비롯해 미니홈피·벨소리·캐릭터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상품을 앞세워 경쟁적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SK텔레콤·팬택앤큐리텔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콘텐츠와 e스포츠를 통해 중국 공략을 선언하고 나설 정도다. 그야말로 중국 시장은 국내 콘텐츠업계뿐 아니라 대기업의 ‘황금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온라인게임(e스포츠)으로 촉발된 중국 대륙의 디지털 한류 열풍이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 세계인들에게 ‘콘텐츠 강국=코리아’의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도록 우리 기업들이 더욱 분발해주길 기대해 본다.
김종윤·김민수기자@전자신문, jykim·mim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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