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3주년 특집Ⅱ-이제는 기술기업이다]지방기업-"외롭지 않아"

 이제는 기술이 경쟁력이다.

 지방에 소재한 중소 IT기업들이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정부도 그동안 구태의연했던 기업 자금지원 방식에서 탈피해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에 대해 보증과 정책자금을 몰아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른바 ‘혁신형 중소기업 지원’은 기술력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은 자금줄을 차단함으로써 자연퇴출을 유도하고, 제대로 된 기술평가를 통해 검증된 기술에 대해서는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지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술기반 중소기업들도 굳이 수도권에 소재하지 않더라도 탁월한 기술만 갖추면 담보나 보증 없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전국적으로 벤처인증 기업이 점차 줄어들고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기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기술평가를 통해 벤처인증을 받은 기업은 3000여개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 지방에서는 현재 지역 특화산업을 중심으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중소벤처기업들이 지역기업을 선도하며 활발한 국내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구는 디스플레이와 메카트로닉스 분야, 광주는 광산업, 대전은 한국정보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관련 기업들의 기술개발 열기가 뜨겁다.

 ◇대전권=대전지역은 국내에서도 가장 탄탄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98년 IMF 직후 ETRI 등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연 연구원 출신들이 창업에 뛰어들면서 대덕밸리의 모체를 이뤘다.

 이들 연구원 출신 벤처기업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코 기술력이다. 축적된 연구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정부로부터 벤처 확인을 받은 기업과 이노비즈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이 유독 이곳에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대덕밸리는 이처럼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벤처 2세대들의 잇단 코스닥 상장으로 국내 시장에서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광학전문기기 전문 업체인 해빛정보는 카메라폰 등 디지털 영상장치의 핵심 부품인 적외선차단필터를 개발, 세계 IR필터 시장의 20∼30%를 점유할 정도로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지난 6월 코스닥에 입성한 이 회사는 고화소 카메라폰 촬영시 이미지가 찌그러지는 ‘모아레 현상’을 제거해 주는 신제품을 개발, 새로운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또 LCD 재생 전문 벤처기업인 케이엘테크는 LCD 재생 기술을 독창적으로 개발, 세계 LCD 시장의 발전과 함께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7월 코스닥 기업으로 등록한 이 회사는 올해 400억원대의 매출에 이어 내년에는 1000억원대 매출을 넘볼 만큼 튼실한 회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호남권=광주에서는 지역 특화전략산업인 광산업체에 연구개발(R&D)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20004년까지 광주 광산업체에는 총 118건 과제에 480억원의 R&D 자금이 지원됐으며 이 중 20건의 과제는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등 과제 성공률이 8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대표적으로 페룰과 평면광도파로(PLC)·커플러·파장분할소자(AWG) 등 수동 광부품 소자 기술은 광산업 육성사업의 R&D를 통해 성공적으로 개발됐다. 이들 제품은 국내에서는 광주 업체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정도로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라임포텍은 광통신 분야에 뛰어든 지 1년 만에 R&D를 통해 페룰 양산에 성공했다. 일본에서 들여온 기본 생산 설비를 모델로 페룰 생산공장을 착공해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광 장비의 종주국인 일본에 페룰 제조 설비를 역수출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신한포토닉스는 물리적·기계적·환경적 요소 등의 내구성이 뛰어난 세라믹 페룰 개발에 성공해 현재 스웨덴 에릭슨·미국의 텔렉스 등에 공급하고 있다.

 ◇영남권=대구경북은 구미 디스플레이 및 모바일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이들 가운데 대구 성서첨단단지에 위치한 디스플레이 기판유리 전문제조업체 신안SNP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최근 유기EL용 인듐산화막 및 메탈코팅유리 양산에 들어갔다. 이 업체는 올해 예상되는 270억원의 매출 가운데 이 분야에서만 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5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지난 7월 코스닥에 입성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아바코도 최근 7세대용 카세트 로봇을 개발함으로써 일본에 뒤져 있던 FPD 물류 자동화분야의 국산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 외 구미와 칠곡지역을 중심으로 모바일SW 및 임베디드 관련 100여개 중소벤처기업이 휴대폰 제조업체와 공동으로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

◆인터뷰- 이현도 대방포스텍 사장

 “지난 10여년 간 눈코 뜰 새 없이 지내온 것 같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젠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듭니다. 자금과 조직, 기술력 측면에서 어느 정도는 기반을 다진 것 같습니다.”

 광주 광산업집적화단지에 입주해 있는 고효율 조명기기 전문 제조업체 대방포스텍( http://www.onoff21.co.kr) 이현도 사장(42)은 “아직 성공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초라하고 갈 길이 멀다”고 전제한 뒤 “내년 창업 10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에서야 기업이라는 게 뭔지, 어떻게 회사를 이끌어가야 할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스스로 지나온 길을 ‘긴장과 험난의 연속’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전자제품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에 다니던 그는 회사가 부도나자 지난 96년 동료와 함께 시골마을의 창고 같은 사무실에서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그가 믿었던 것은 오로지 기술력 하나였고 지금도 “중소기업은 기술력을 갖추는 게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불을 밝혀주는 조명시스템과는 전혀 색다른 제품을 연구했습니다. 2∼3년의 연구 끝에 사람이 다가오면 자동으로 켜지고 지나가면 자동으로 꺼지는 절전형 조명(형광등) 센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일종의 블루오션 전략을 구사했다고 할 수 있죠.”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절전형 조명 제품을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온 오프(ON-OFF)’라는 자체 브랜드를 도입했다. 이 제품은 현재 광주·전남지역 신규아파트 조명기구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또 악취제거와 항균효과가 있는 등기구, 공기정화 기능을 지닌 음이온 램프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이러한 제품들은 고효율에너지 기자재로 인정받았으며 전력낭비를 크게 줄인 에너지 절약형 제품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대방포스텍은 올해 1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고객이 직접 구입할 수 있는 다기능 조명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이탈리아에 조명기구 디자인 자회사를 설립하고 일본인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올해 글로벌의 초석을 다질 계획”이라면서 “중소기업의 생명인 기술력 강화와 함께 끊임없는 혁신으로 세계적 조명기기업체인 오스람이나 필립스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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