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떨 때 공포를 느낄까. 모두들 비슷한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겠지만 공포에 대한 관점만큼은 동양과 서양이 큰 차이를 보인다.
‘사일런트힐’과 ‘제로’는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게임이다. ‘바이오하자드’와 함께 서양식 호러게임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사일런트 힐’은 잔인하게 피가 튀며 끔찍하게 생긴 괴물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와 게이머를 공포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에 비해 동양식 호러게임의 대표주자인 ‘제로’는 ‘사일런트 힐’처럼 피가 난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 내면의 공포심리를 교묘히 자극해 공포를 몰고 온다.
‘사일런트 힐’은 휴가를 떠나던 중 야간의 산길에서 사고를 당해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남자 해리 메이슨이 사라진 딸 쉐리를 찾아나서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리즈 특유의 흐릿한 시야처리와 잡음이 언제 어디서 괴물이 튀어나올지 몰라 막연한 공포감을 유발하며 게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 게임은 처음부터 끝가지 피가 흥건하다. 낭자한 선혈을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강심장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이 게임의 약효는 그다지 오래가지 않는다. 게임을 그만 두면 뇌리를 사로잡던 공포감은 어느새 달아나 버리기 마련이다.
‘제로’는 갑자기 실종된 오빠를 찾아나선 여동생이 어느 흉가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다. 여자 주인공은 영혼을 찍는 카메라인 ‘사영기’를 이용해 혼령과 맞서 싸우며 의문을 풀어나가게 된다.
미소녀 스타일의 여자 주인공과 서정적인 분위기는 얼뜻 보기에는 호러물과는 거리가 멀고 호러물에 단골로 등장하는 칼이나 전기톱과 같은 소품이라던지 선혈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이 게임이 그리 무섭지 않다는 평을 내리는 게이머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서정적인 분위기에서 스멀스멀 찾아오는 공포, 과장된 폭력을 절제한데서 오는 실제적인 공포감은 오래도록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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