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e스포츠 타고 만리장성 공략

e스포츠와 프로게이머가 한류 연예인의 명맥을 이어 한국과 중국의 산업 교류에 디딤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광안리 10만 인파의 열기를 등에 업고 한국 e스포츠 스타를 발판으로 삼아 휴대폰을 비롯한 국내 유수의 통신, 자동차 기업들이 높게만 느껴진 중국 만리장성을 넘고 있다.

포커스는 현재와 미래 이들 기업의 최대 고객이 될 중국의 10대 청소년. 중국 청소년에게 기존 한류 스타에 버금가는 우상으로 떠오른 한국의 e스포츠 스타들이 토종기업의 중국 시장 개척의 매개체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9일 한국과 중국 청소년 문화 교류의 장으로 펼쳐진 ‘한중e스포츠 페스티발(CKCG 2005)’ 개막식이 열린 중국 베이징의 중화세기단. 중국 정부차원의 국가 행사가 아니면 사용 자체가 어렵다는 이곳에 팬택앤큐리텔과 SK텔레콤의 로고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한국 대표 선수들이 중국 관람객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입장했다.

 대회 시작 첫 날인 20일 이른 아침부터 베이징 국제무역센타로 들어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중국 청소년들은 대부분 한국의 유명 프로게이머를 보기 위한 인파였다. 경기를 보고자했던 5만이 넘는 관람 신청자 중 선택받은 몇백명의 극소수만 들어올 수 있었던 500평이 채 안되는 소형 전시장에서 이들은 5시간이 넘는 경기 지연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한국 e스포츠 스타에 대한 중국 청소년들의 관심은 장내외 곳곳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박서(BoxeR)를 좋아한다”, “나다(NaDa)의 경기를 보러왔다”, “옐로우(Yellow)와 리치(Reach)를 잘 알고 멋지다고 생각한다”는 그들은 한국 선수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 입장하고 경기를 치른 후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틈만나면 사인과 사진촬영을 요청했고, 시시각각 손가락으로 선수들을 가리키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박서는 임요환, 나다는 이윤열, 옐로우는 홍진호, 리치는 박정석의 게임 아이디다. 4대 천왕의 인기는 서해 바다를 건너 중국의 수도 북경에서도 높았다.

# 중국 진출 기업들 프로게이머 모시기

CKCG2005의 협찬사로 참여한 팬택앤큐리텔(대표 송문섭)은 대회가 열리기 직전 ‘워크래프트3’ 게임리그에서 세계 최고 기량을 갖춘 장재호를 전격 영입했다. 갑작스런 장재호의 팬택앤큐리텔 입단은 대회 개최 및 대회장에 나온 국내 유명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팬택앤큐리텔이 세우고 있는 중국 시장 공략의 한 일환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지난 3월 팬택은 중국 정부로부터 GSM(유럽통화방식) 휴대폰 라이선스를 획득, 지난해 9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라이선스와 함께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본격적인 자가브랜드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중국 휴대폰 시장은 지난해에만 7000만대 규모로 매년 2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이중 GSM 휴대폰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중국 휴대폰 시장은 2∼3년 내에 한국처럼 10대와 20대가 최대 수요층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팬택으로서는 청소년층에 대한 집중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 라이선스 획득과 함께 베이징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대규모 프로모션 및 광고를 계획해 온 팬택에게 이번 CKCG를 포함한 각종 한중 e스포츠 대회는 바로 중국 청소년들에게 집중적으로 자사 브랜드 각인시킬 호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장재호는 나다(NaDa) 이윤열 만큼 중국 내 청소년층 게이머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워크래프트3’의 대표적인 프로게이머다. 팬택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장재호에게 중국 팬들은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그는 CKCG ‘워3’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클로즈업된 장재호의 모습과 그의 게임 리플레이는 팬택 로고와 함께 인터넷과 VOD를 통해 중국 수백만 청소년에게 퍼져나갔다.



# 중국 청소년에게 심는 메이드인 코리아

CKCG 2005에 팬택과 함께 공동 스폰서로 참여한 SK텔레콤과 현대자동차 이 3개 기업이 현재 갖고 있는 공통점은 본격적인 중국 시장 개척 및 확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과 이를 위한 10대 청소년층 공략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차이나유니콤과 함께 무선 포털 유니SK와 유·무선 싸이월드를 지난해와 올해 출범시키며 중국 모바일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또 몇달 전 팬택에 넘긴 SK텔레텍의 중국 내 자회사 SK모바일의 지분을 여전히 팬택과 함께 갖고 있어 SK모바일을 통한 중국 내 CDMA 휴대폰 사업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갈 수 있다.

CKCG 협찬사로 개막식에 참석한 SK텔레콤 김신배 사장은 “이번 CKCG 협찬과는 별도로 전부터 중국 시장 진출 준비를 해왔고 또 이미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며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의 싸이월드 등 몇몇 서비스는 중국 청소년들의 높은 관심 속에 고성장을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팬택과 SK텔레콤에 비해 비교적 중국 내 시장 기반이 탄탄하게 다져진 현대자동차는 기존 엘란트라와 소나타를 앞세운 중저가형 모델에서 고급 스포츠가 시장을 노리는 시점이다. 현재 베이징 시내와 주요 대도시에서 현대자동차는 쉽게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고가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의 입지는 약하다. 현대가 청소년 게임 축제인 CKCG에 협찬사로 참여한 것은 바로 다가올 시장에 대비한 중장기 포석일 수 있다.

# 한국을 향한 황색 e스포츠 바람

현재 중국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오락은 전자게임이다. 지난 7월에 나온 ‘중국 인터넷 발전보고’에 따르면 중국 청소년들이 인터넷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온라인 게임과 VOD 시청 등 오락이 주였다. 특히 수천만의 청소년이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국내외 각종 e스포츠 리그는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통해 즐겨본다.

한국의 e스포츠 관련 프로게이머의 리플레이는 이곳 중국 아마추어 게이머들에게 필수 교본처럼 자리잡았다. 리플레이 불법 카피본 유통은 다른 여러 콘텐츠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공공연한 사항이다. 이미 중국은 e스포츠를 정식 체육종목에 채택해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e스포츠 관련 마케팅은 청소년을 겨냥한 최고의 마케팅 루트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과거 양날의 칼처럼 비춰지던 게임문화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과 통제라는 병행 정책은 ‘CKCG 2005’에 대한 중국 공산주의청년단의 지원을 계기로 지원 쪽으로 한층 기우는 분위기다.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통제 때문에 여타의 문화행사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e스포츠 대회도 한국처럼 오픈된 장소에서 대규모로 치러지기 어려운 것도 사실. 때문에 한중이 연계돼 수십억원을 쏟아부은 몇몇 e스포츠 대회가 과연 기업마케팅 차원에서 효과가 있느냐는 의구심도 자주 제기된다.

이와관련 CKCG 한국 조직위원장으로 이 행사를 주도한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이광재 의원은 “중국 정부와 공안을 앞세운 통제된 행사 문화는 2008년 북경올림픽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개방되지 않겠느냐”며 “CKCG 행사를 북경올림픽 사전 행사로 치룰 수만 있다면 한중 e스포츠 대회를 후원하는 많은 기업들에게 거대한 광고 효과를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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