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스의 보병 유닛 중에 ‘다크 템플러’라는 유닛이 있다. 템플러는 보통 ‘기사단’을 의미하는 영어이고, 다크 템플러라면 ‘암흑의 기사’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이 유닛은 기본적으로 스텔스 기능이 있고, 체력이 40 이하인 유닛은 소위 ‘원킬’을 할 수 있는 높은 공격력을 가지고 있어 전략적인 용도로 많이 쓰인다.
그렇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옵저버 기능을 갖춘 오버로드를 보유하고 있는 저그에게는 그다지 치명적인 유닛이 못된다. 오버로드가 없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암살자 역할을 해 내기도 하지만, 이런 제한된 용도를 제외하고는 약한 체력 때문에 저그 기본 유닛과의 대규모 접전 등에서는 소외되는 유닛이다.
그런데, 프로토스가 ‘온리 다크 템플러’만으로 저그를 잠재운 일이 일어났다. ‘So1 스타리그’ 16강 경기에서 오영종이 홍진호를 다크 템플러만으로 꺾었다. 오영종은 드래군 한 기를 생산해 홍진호의 오버로드를 쫓아내고, 자신의 입구에 진을 치고 있던 저글링을 멀리 유인해 냈다. 그러면서 오영종은 다크 템플러를 출동시켰다.
이 다크 템플러가 질럿과 합류하자 가공할 공격력을 발휘했다. 오버로드가 머리 위에 둥실 둥실 떠 있었지만, 다크 템플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이 소규모의 질럿과 다크 템플러 부대는 홍진호의 저글링과 히드라 부대를 압도한 순간, 필자는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큰 검을 힘차게 휘두르며 한 기 한 기 계속 추가되는 유닛은 질럿도, 드래군도 아닌 다크 템플러였다. 그리고, 오영종은 역대 그 어떤 프로토스도 해 내지 못한, 아니 생각한 적 조차 없는 방법으로 저그를 물리쳤다.
해마다 가을이 가까워지면 프로토스가 하늘의 기운이라도 받는 듯 힘을 낸다. 그래서 ‘가을의 전설’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올 가을에는 아무래도 오영종이 그 계보를 이을 것 같은 느낌이다. 신예 오영종이 조 지명식에서 당차게 최연성을 지명할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아무도 가을의 전설과 오영종을 결부시켜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단 한 경기만으로 오영종은 급이 다른 선수가 된 것이다. 2005년의 가을의 전설, 지금까지는 오영종, ‘맑음’이다.
<게임해설가 next_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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