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업계, 멀티코어 라이선스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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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SW) 업계가 멀티코어 라이선스 부과 방식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1 CPU(중앙처리장치) 1 라이선스’ 정책을 고수해 온 SW업계는 멀티코어를 1개 이상의 CPU로 보고 별도의 멀티코어 라이선스 정책을 수립했지만, 고객들은 물론이고 하드웨어(HW) 및 시스템통합(SI)업체들의 반발에 부닥쳐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멀티코어란 하나의 프로세서에 CPU 두뇌 역할을 하는 코어(core)가 여러 개 들어 있는 칩을 일컫는다. HW업체들은 멀티코어 서버 판매 확대와 고객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멀티코어를 하나의 CPU로 봐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SW업계는 강력한 멀티코어 라이선스 정책을 고수하자니 고객 이탈이 우려되고, 라이선스 비용을 내리자니 수익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 봉착했다.

 ◇멀티코어가 영업 걸림돌=국내 외국계 SW업체인 S사 사장은 요즘 멀티코어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최근 본사에서 국내 시장에 쏟아지는 듀얼코어 서버를 구매하는 고객들에 라이선스 비용을 2배로 올리라는 통보를 받으면서부터다. 본사 차원에서 강력한 멀티코어 정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내 고객들의 반응이 냉담하기 때문이다.

 HW업체들과 SI업체들도 “S사 아니면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곳이 없는 줄 아느냐”며 멀티코어 라이선스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회사 사장은 “경기가 어려워지자 비용 절감을 강조한 기업들이 본사의 듀얼코어 라이선스 정책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듀얼코어가 영업 걸림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호소했다.

 특히 한국마이크로소프트처럼 멀티코어를 하나의 CPU로 인정하고 라이선스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 기업들이 나타나면서 강력한 멀티코어 라이선스 정책을 구사한 업체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후발 주자들이 유연한 라이선스 정책을 앞세워 강력한 멀티코어 라이선스로 고객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선발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멀티코어 라이선스 후퇴=일부 업체는 멀티코어 라이선스 정책을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듀얼코어 칩 출시 초기만 해도 듀얼코어는 2개의 CPU라는 입장을 강력하게 표방했던 SW업체들은 ‘원칙은 세우되 고객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라이선스 정책을 새로 짜고 있다.

 한국오라클의 경우 최근 듀얼코어에 2 라이선스를 적용한다던 종전 방침을 바꿔 1.50 라이선스를 부과키로 했다. 이교현 한국오라클 본부장은 “본사 차원의 결정이라 로컬에서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듀얼코어 라이선스 정책을 수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W는 물론이고 HW와 서비스 사업을 겸하고 있는 한국IBM은 듀얼코어 라이선스 이원화 전략을 내놓았다. 대기업 위주의 유닉스 서버 고객에는 듀얼코어에 2 라이선스 정책을 유지하는 반면, 중소기업 위주의 x86 서버 고객에는 1 라인선스만을 부과키로 했다.

 오라클과 IBM의 결정은 최근 멀티코어 라이선스 정책을 발표하는 BEA시스템즈 등 기업용 SW 업체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광훈 한국BEA시스템즈 이사는 “본사에서 듀얼코어를 하나의 CPU에 적용되는 라이선스를 그대로 받기로 했다”며 “듀얼코어에 1 라이선스를 부과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업체도 대책 마련=멀티코어는 비단 외국계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업체들도 최근 티맥스소프트, 핸디소프트 등 국내 대표 SW업체를 중심으로 멀티코어 라이선스 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티맥스소프트와 핸디소프트는 각각 듀얼코어에 대해 1.25, 2.00의 라이선스 적용을 검토중이다. 이강만 티맥스소프트 이사는 “멀티코어 서버에 대한 보급률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멀티코어 라이선스 정책을 마련했다”며 “외국계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HW와 SI업체들에 종속되다시피 한 국내 SW업체들이 멀티코어 라이선스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외국계 업체들과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정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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