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중국 사람 `체면` 챙겨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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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회사와 비즈니스할 때는 ‘페이스(face)’를 챙겨줘야 한다”는 말이 있다.

 상대방의 체면을 깎는 말과 행동은 자제하고 자랑을 하거나 뻐기고 싶어 할 때는 기분을 잘 맞춰주라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사업 상대의 ‘페이스’를 잘 챙기냐의 여부에 따라 비즈니스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불현듯 중국 현지 법인에 파견나온 지 얼마 안돼 중국 제휴사 담당자의 ‘페이스’를 챙겨주려다 본의 아니게 곤란하게 만든 해프닝이 생각난다. 내가 수행하는 프로젝트의 제휴사는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C사의 자회사로 챙겨야 할 ‘페이스’가 이만저만 두꺼운 게 아니었다.

 어느 날 제휴사의 H팀장과 미팅을 하던 중 시스템 얘기가 나왔다. 이 때 나는 H팀장의 ‘페이스’에서 신호가 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H팀장이 “제휴사의 장비는 C사의 가장 중요한 곳에 있는데 그 규모나 수준이 웅장하기 이를 데 없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나는 이때다 싶어 “평소 제휴사의 시스템이 볼 만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고 더불어 C사의 슈퍼시스템을 구경할 수 있다면 일생일대의 영광일 것”이라며 H팀장의 ‘페이스’ 챙기기에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H팀장은 가슴을 탕탕 치며 “문제없으니 내가 직접 견학시켜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나와 동행한 직원들도 감격스런 표정을 짓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후 기획팀의 P팀장으로부터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어느 날 제휴사에서 미팅하던 중 시스템 담당자가 회의실로 뛰어들어와서는 “다날의 이대형은 한국 정부의 간첩일 수 있으니 절대로 우리 회사 IDC에 발을 들이게 할 수 없다”고 외쳤다는 것이다.

 저간의 사정을 종합해 보니 H팀장이 나의 ‘페이스’ 챙겨주기에 한껏 고무돼 자사 시스템 담당자에게 견학을 건의했는데 제휴사의 시스템 담당자가 보안을 이유로 단칼에 거절한 것이었다. 그런데 마침 공교롭게 그때 다날의 다른 직원들이 미팅을 하러 왔고 이를 수상히 여긴 시스템 담당자가 자사 직원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해 달려온 것이었다.

 어쨌든 그 일로 잔뜩 풀이 죽은 H팀장은 인터넷 메신저로 대화시 이모티콘의 사용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모회사 시스템을 구경시켜주고 ‘원더풀’을 연발하는 내 앞에서 어깨를 쭉 펴는 상상을 하다가 상사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들어 ‘페이스’가 땅에 떨어졌으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중국에서 겪을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었다.

◆이대형 다날 중국현지법인 기술개발부 총감 hrysant@da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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