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확대 시행되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 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사무기기 업체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주요 업체는 재활용과 회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재처리 시설을 준비하는 등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하지만 업계는 수거 방법과 재활용 분리 기준 등 세부 시행규칙이 제시되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구체적인 재활용 방법과 홍보 절차 등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일각에서는 시행 후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어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무기기 재활용 ‘카운트다운’=환경부는 지난해 EPR 품목에 프린터·복사기·팩시밀리를 확대 적용키로 하고 이를 골자로 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부터는 해당 폐기물의 일정량을 의무 재활용해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때는 재활용 부과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업체는 재활용할 수 있는 기본 시스템을 갖춘 상황이다. 한국HP는 ‘플래닛 파트너스 프로그램’을 통해 잉크젯 제품과 관련해서는 호주, 토너와 관련해서는 중국의 재처리 시설을 이용키로 했다.
한국후지제록스도 국내에서 수거한 폐제품을 태국에 있는 재활용 공장으로 보낼 계획이다. 해외에 재활용 시설이 없는 삼성전자·신도리코 등 국내 업체는 이 기회에 아예 프린터와 복사기뿐 아니라 소모품을 재활용할 수 있는 자체 시설을 건립하거나 기존 시설의 규모를 대폭 확장하고 있다.
◇후속 보완 대책 ‘시급’=업체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사무기기의 재활용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먼저 프린터·복사기 등 사무기기에 적합한 재활용 세부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TV·냉장고·세탁기·컴퓨터 등 기존 제품에 적용하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자칫 ‘전시 행정’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재활용 제도 자체가 마치 폐제품의 일정량을 반드시 수거해야 한다는 할당량 위주로 시행된다면 오히려 재활용 산업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업체에서는 이 밖에 제도 시행에 앞서 중고 제품의 회수가 원가 상승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되며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환경 경영을 촉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산업계 미묘한 ‘신경전’=토종 업체와 다국적 업체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미 전세계에 재활용 시설을 갖춘 다국적 업체는 재활용 시설을 국내에 다시 투자하는 데 대해 미온적인 반면 국내 업체는 이 기회에 재활용 산업 자체를 위한 인프라를 공동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 다국적 기업은 이미 재활용 프로그램을 오래 전부터 수행해 오히려 이 같은 제도가 불필요한 규제가 될 수 있다며 EPR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송효택 팀장은 “내년 EPR 제도 확대 시행을 앞두고 업체와 매월 정례 회의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중”이라며 “재활용이라는 총론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고 추진 과정에서의 의견 차이나 추진 후 시행 착오에 대해서는 계속 이견을 좁혀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도 재활용 기준 비용을 현실화하고, 재활용 의무 면제 대상 사업장을 조정하는 등 EPR 제도 중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하고 재활용 선별장을 현대화하는 등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내달 초 카트리지와 토너 등 소모품을 포함한 시범사업 등을 통해 시행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사진: 내년 EPR 제도 시행을 앞두고 프린터·복사기 업체가 막바지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HP의 호주 재활용 공장.
SW 많이 본 뉴스
-
1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2
새해 빅테크 AI 에이전트 시대 열린다…데이터 편향·책임소재 해결은 숙제
-
3
새해 망분리 사업, '국가망보안체계'로 변경 요청…제도 안착 유인
-
4
AI기본법 국회 통과…AI데이터센터 등 AI산업 육성 지원 토대 마련
-
5
'초거대 AI 확산 생태계 조성 사업', 완성도 높인다
-
6
박미연 아란타 영업대표 “국내 첫 온라인 용역 통제시스템 위즈헬퍼원, 국내외 투트랙 공략”
-
7
“메리디핀마스!”...제타큐브, 필리퀴드와 파일코인-DePIN 컨퍼런스 성료
-
8
“기업이 놓쳐서는 안 될 UX·UI 트렌드 2025 세미나” 1월 16일 개최
-
9
난개발식 국민소통 창구···'디플정' 걸맞은 통합 플랫폼 필요성 커진다
-
10
농어촌공사, 120억 ERP 우선협상대상자에 아이에스티엔·삼정KPMG 컨소시엄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