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정보산업 엔진이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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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기술로 손꼽히는 국내 음성정보산업의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

 음성정보산업은 로봇·가전·텔레매틱스 등 차세대 성장산업 분야에서 인터페이스로 각광받기 시작했지만 지난 2000년 이래 업체 수가 급감하고 있으며 이렇다 할 활로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라지는 음성정보업체들=한국SIT산업협회에 따르면 2000년 170여개에 이르던 국내 음성정보산업 관련업체 수는 매년 급격히 줄어들어 현재 고작 10여곳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음성정보기술이 산업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돼 2000년 붐업이 일어났으나 다음해인 2001년에만 시장수요를 찾지 못한 30여 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계속 이어져 2002년에는 업체 수가 100개로 감소했다.

 특히 2002년에는 다국적 음성정보기술 전문업체인 스피치웍스와 뉘앙스 등이 국내 지사를 철수했다. 2003년 45개사로 줄어든 업체 수는 지난해 25개, 현재는 2∼3개의 음성정보기술업체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작년 한 해 음성정보산업 분야에 종사한 기술인력 가운데 전체 인원의 10%인 업체당 평균 3명이 타업종으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성정보업체 관계자는 “남아 있는 대부분의 음성정보기술 관련 업체도 수익을 내기는커녕 회사를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체들의 경영난은 박사급의 고급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걸림돌로 작용해 관련 기술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등 차세대산업이라는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음성정보기술에 대한 인식전환 시급=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업계나 정부기관이 음성정보기술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오해가 시장을 침체시키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홍기형 성신여대 교수는 “하나의 음성정보기술 시스템을 여러 곳에 그대로 응용할 수 있다고들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며 “오랜 시간을 두고 음성DB 수집, 인식기 훈련, 튜닝 및 VUI 개발 등을 적용 범위의 특성에 맞게 개발해야 만족할 만한 성능과 제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욱재 SIT산업협회 국장은 “단순한 호기심과 기대 심리에 부응해 제품을 구매하지만 기술에 대한 지나친 기대에 따른 실망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산업육성 투자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체 관계자는 “IT839와 신성장동력산업 분야에서 음성 인터페이스 기술의 중요성은 증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투자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 기술종속 우려=음성정보기술은 사람과 기계를 연결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인터페이스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제시하는 신성장동력 산업에서도 음성정보기술과 멀티모들 인터페이스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술이다.

 때문에 미국과 일본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음성관련 기술개발을 장기간 지원해 오고 있다.

 이욱재 국장은 “정부가 음성정보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음성정보기술을 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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