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옛 국가안전기획부)이 이론상·기술상으로만 가능하지 사실상 구현하기 어렵다던 이동전화 도·감청을 수년간 다각도의 방법으로 시도, 일부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관련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통신사들과 관련 장비업체들은 국정원이 지난 2002년 3월 이후 전면 중단했다고 발표했지만 CDMA 방식의 이동전화에서도 도·감청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불법 도·감청 방지 대책 요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반면 통신정책 및 규제를 담당하는 정보통신부는 국가정보원의 도·감청 사실 시인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무선망 도·감청 어떻게 가능했나=국정원은 5일 이동전화 도·감청 방법으로 기지국 간 컨트롤러를 잇는 유선중계망과 기지국과 가입자를 잇는 무선망 양쪽에서 시도했다고 밝혔다. 유선중계망에 6세트의 장비를 투입해 120회선을 도청했고 무선 중계망에는 45kg이나 나가는 장비를 20여대의 차량에 싣고 다니면서 도청을 시도했다는 것. 가장 큰 관심은 그동안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온 무선망에서의 도·감청을 시도, 일부 성공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측은 “무선망의 경우, 차량에 관련 장비를 싣고 도청 대상자가 위치한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경 200m 내에서 장비를 가동했다”면서 “도청 대상을 정점으로 120도 범위에서 도·감청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는 무선 구간에서 전파를 타고 전송되는 압축 데이터를 해독, 도·감청했음을 뜻한다.
그동안 관련 전문가들은 CDMA는 음성을 코드 형태로 분할, 압축해 암호화한 상태에서 상대 전화번호로 전송하기 때문에 중간에 낚아채 해독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기지국의 경우 보통 도심지에는 반경 200∼300m를 커버하되 360도를 120도씩 3섹터로 나눠 무선을 송수신한다”면서 “국정원의 설명은 이것은 해독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CDMA 원천 기술업체인 퀄컴의 어윈 제이콥스 회장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CDMA도 이론상 도청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성공 확률은 극히 저조=그러나 정통부는 “CDMA 방식은 음성신호를 3개의 코드로 변환해 전송하는 데다 휴대폰을 들고 있는 위치에 따라 기지국이 바뀌고 코드도 함께 바뀐다”면서 “유선중계망 구간에서도 회선당 8000명의 코드가 섞이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인을 구별해 도청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같은 난점은 사실상 이동전화 도·감청을 현실화하기 어렵고, 되더라도 아주 제한적으로 통화의 내용을 제대로 알아내기도 불가능하다는 게 정통부 측 설명이다.
다만 일반전화와 통화하는 이동전화의 도청은 대상자의 통화가 전달되는 기지국 주변에 도청장비를 설치해 놓고 코드를 해독할 수 있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또 “복제폰을 이용하는 이동통신업체들이 신호복제를 막은 데다 기술적으로도 어려워 시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복제폰 도청은 △단말기가 사용하는 망(IS-95A, IS-95B, CDMA2000, EVDO)과 단말기 고유번호(ESN:Electronic Serial Number), 단말기 제작 일련번호 등이 동일해야 가능한 데다 △착신통화시 동일 기지국 동일 지역 내에서 실제 단말기와 복제 단말기가 가까이 있을 때만 가능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불거지는 의혹들=문제는 국정원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던 도·감청을 현실화하는 데에 정통부나 이동통신사들, 관련 기관들이 협조를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 장비의 제조·개발·도입·사용 등에 관해서는 정통부 장관에 신고 의무가 있으나 일부 수사기관은 제외된다”면서 “국정원으로부터 관련 현황을 신고 받거나 장비를 개발중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통신업체들은 “평소 들은 바도 불법적인 도청을 위해 수사기관에 협조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통부 말대로라면 국정원이 통비법의 허점을 이용, 자체적으로 상당 수준의 감청능력을 확보했거나 고도의 첨단장비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기관 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결국 이번 사건으로 불법 도·감청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높아졌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제 및 정책 보완 요구나 비화폰 개발, 통신시스템 보안 요구 등 관련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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