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전자상거래의 발전속도는 다소 둔화됐다. 많은 사람이 전자상거래는 싼 가격과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불안하게 느끼고 거래를 주저한다. 따라서 전자상거래 발전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신뢰다. 전자상거래는 기본적으로 비대면 거래여서 거래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실물을 검사하기도 어렵고 상대방에 대한 진실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도 이로 인한 여러 가지 오류·불법·범죄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자상거래상의 신뢰구축을 위한 제도·절차 등 사회적 시스템이 요구된다.
전자상거래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전자상거래자가 제시하는 상품정보나 거래의사의 진실성, 대금지급 과정의 안전성, 거래 상품이나 서비스의 정확한 전달, 수령 또는 거래의 이행, 거래과정에서 알게 되는 거래 당사자의 개인정보의 안전성 등이 보장돼야 한다. 거래에서 상대방의 (상품공급이나 대금지급) 능력이나 신용도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거래 대상을 믿을 만한 사람과 기업만으로 한정시키면 신뢰 관련 비용은 줄어들겠지만 시장의 확장이나 가격의 이점을 얻기 어렵다. 전자상거래에서는 이러한 신용정보의 조사와 제공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 간 전자상거래에서는 신용조사기관이 이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일반 소비자의 거래에서는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한 정보가 신속히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소액의 소비자상거래를 위해 많은 정보비용을 들일 수가 없다. 이런 경우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한 신용도 평가 및 표시제도 매우 유용하다. e트러스트 마크인증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이는 많은 소비자에게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에 관한 정보를 함축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거래의 촉진과 사회적 비용의 절감을 도모하고 있다.
안전한 금융 거래와 다양한 지급 수단은 전자상거래에서 필수적이다. 전자상거래에서의 분쟁에 대한 많은 관련법 연구를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상거래에서의 분쟁은 법적인 대응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와 전자상거래 기업 간의 분쟁에는 법적 해결 과정이 비용과 시간적 측면에서 효과적인 해결방안이 되기에 부족하다. 또 국경을 넘어서는 전자상거래인 경우는 국가 간의 법제도의 차이, 언어상의 문제 등으로 더더욱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자상거래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60% 정도가 그냥 참고 만다는 조사결과는 실효성 있는 분쟁 해결 제도의 구축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이와 관련, 여러 나라에서 민간주도의 대체적인 분쟁해결처리시스템(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보호원 전자상거래 분쟁해결과정이나 미국의 BBBOnLine이 좋은 예다.
전자상거래 관련 개인정보보호는 단순히 전자상거래 기업의 개별적 보호 약속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절한 기술적 정보관리 시스템의 개발·도입과 정보보호 위반시 강력한 처벌이 병행되어야 사회적 부담이 줄어든다. 전자상거래에서도 사고 발생시 보험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효율적인 신뢰 구축 방안의 제시 없이 전자상거래의 미래는 없다. 전자상거래 신뢰 구축 시스템들은 일종의 사회적 인프라로 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투자, 새로운 전자상거래 환경을 위한 법적 근거마련이 필요하고 국제 간의 협력도 요구된다. 또한 이를 구현할 새로운 사회적 절차, 제도들도 도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와 시스템들이 시장 메커니즘에 기초를 둔 것이라야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 신뢰구축 제도 및 시스템 구축 노력은 꼭 사회적 비용만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전자상거래 산업의 경쟁력을 증진시킬 수 있고 미래에 그 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투자이자 전략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김우봉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 wbkim@konkuk.ac.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데이터 시대의 전략적 선택, 엣지 AI
-
2
[ET시론] 2025년을 준비하는 로봇 산업
-
3
[ET톡] 경계해야 할 중국 반도체 장비 자립
-
4
[ET대학포럼] 〈202〉저성장 한국 제조업, 홍익인간에서 길을 찾다
-
5
[사설]국회 '반도체 특별법' 논의 속도 내야
-
6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65〉일자리 문제는 시간 싸움
-
7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1〉CES 2025가 보여 줄 'AI 비즈니스 혁신' 3가지
-
8
[GEF 스타트업 이야기] 〈54〉한 없이 절망 했고, 한 없이 기뻤다
-
9
[인사] 신한카드
-
10
[사설] 트럼프 2기 산업 대비책 힘 모아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