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방송사업자들이 바빠졌다. 시장 경쟁이 날로 격화되는 가운데 규제 당국도 이를 부추기는 쪽으로 방향을 확실히 잡았기 때문이다. 저마다 시장 판도 예측과 실익 분석에 여념이 없다.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앞장섰으며, 의회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FCC는 5일(현지시각) 회의를 열어 초고속인터넷 규제 완화를 논의한다. 케이블사업자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통신사업자의 초고속인터넷망 공유 의무를 없앤다는 내용이다.
FCC는 지난 3일 이동통신사업자 스프린트와 넥스텔의 합병을 승인, 제3의 사업자를 등장시켰다. 케빈 마틴 FCC 의장은 “고객들은 요금 인하와 통화 대역 확대와 같은 경쟁 혜택을 계속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이든 무선이든, 방송이든 케이블이든 경쟁을 촉발해 요금도 낮추고 투자도 이끌어내 네트워크 강국을 건설한다는 미국 정부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의회도 적극적이다. 의회 반독점위원회는 최근 버라이즌과 MCI, SBC와 AT&T의 인수합병에 대해 지역 내 초고속인터넷 사업 독점을 막는 조건으로 승인해 줄 것을 법무부와 FCC 측에 권고했다. 또 유선통신사업자의 IPTV 허가 절차 규제도 대폭 간소화할 방침이다.
언뜻 미 정부와 의회가 통신사업자에만 유리한 정책을 펴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케이블사업자가 융합 정책의 기득권을 가졌다. 초고속인터넷 시장도 ‘꽉 잡았다’. 통신사업자 로비가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IPTV는커녕 유무선 결합서비스조차 제대로 허용해 주지 않는다. 통신사업자와 경쟁하게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케이블사업자 목소리도 몇 년째 똑같다.
미국인들은 아직도 상당수가 다이얼 업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이동전화 문자메시지도 이제야 즐긴다. 미국 정부도 우리 통신 인프라와 정보화 정책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우리가 멈칫한 사이에 미국통신 인프라는 급진전했으며, 정책은 벌써 몇 걸음 앞질러갔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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