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의 본사업자가 확정되면서 서버업계의 손익계산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한국HP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x86 칩(옵테론)을 공급하는 AMD는 전 서버에 옵테론 칩을 공급함으로써 ‘대박’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나이스 프로젝트에서 그룹 서버는 한국썬의 옵테론 서버 V40z 1200대가 들어가며, 단독서버에는 한국HP의 옵테론 서버 프로라이언트 DL385가 2322대 공급돼 이른바 ‘신나이스’는 옵테론 서버 천하를 이루게 됐다.
◇계산된 도박=가장 유력한 사업자였던 삼성SDS는 가격이 최대 이슈였던 이번 프로젝트에서 서버 칩으로 상대적으로 고가인 리스크(RISC) 대신 모두 x86칩을 제안,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는 시범사업 때부터 ‘암묵적’ 협력자였던 한국썬과 한국HP가 본사업 수주를 위해 역할을 바꿨기 때문에 가능했다. 시범사업 때 단독서버를 제안했던 한국썬은 유닉스 플랫폼이 요구되는 그룹 서버 공급자로, 그룹서버를 제안했던 한국HP는 리눅스 플랫폼이 요구되는 단독서버 제안자로 참여했다. 결국 한국썬은 국내 교육 시장의 유닉스 서버 강자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동시에 본사 차원에서 최대 경쟁자인 리눅스를 서버 OS로 제안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솔라리스의 명맥을 유지하는 성과도 거뒀다.
2000대가 넘는 단독 서버를 공급한 한국HP는 실리, 명분을 모두 찾았다. 시범사업 때 아이테니엄 서버 제안 후 가격 문제로 전전긍긍했지만, 본사업에서는 부담이 훨씬 적어졌다. 빅 리눅스 사이트 확보로 한국IBM 등 리눅스 서버 강자를 견제할 수 있게 된 것은 덤이다.
◇아시아 최대 레퍼런스를 얻은 AMD=한국썬과 한국HP의 상생 전략에 가장 혜택을 입은 곳은 역시 옵테론 칩을 공급하는 AMD다. 이번 나이스 프로젝트는 단일 공급 규모로는 아시아 최대 레퍼런스로서도 손색이 없다. 또 그동안 그래픽, 게임 등 특화된 시장에서만 각광을 받았던 AMD가 나이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공공 및 산업 전반을 위한 표준 플랫폼으로 부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물론 제온 칩을 공급하는 인텔 서버 진영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됐다.
김재민 AMD코리아 이사는 “그간의 옵테론 명성이 고객사에 의해 확인된 것”이라면서 “옵테론 서버가 마이너 서버라는 인식을 불식하고 이번 사이트 확보를 계기로 엔터프라이즈와 공공 시장 전반에 AMD 제품을 공급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버 구도 바꿔 놓을 사이트로 기록될 것”=나이스 프로젝트로 서버 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리눅스 서버 진영에 크게 힘이 실리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공공 최대 프로젝트에 한컴 리눅스 제품이 공급됨으로써 국산 소프트웨어의 진입과 함께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시장이 확대되는 기폭제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인호 한국HP 상무는 “이번 프로젝트는 서버 시장의 구도를 다양한 방법으로 바꿔놓을 것”이라면서 “한국HP는 전국 단위의 서버를 공급하는 기회가 생긴 점과 더불어 리눅스 전략을 본격 가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썬은 솔라리스가 리눅스, 윈도와 함께 범용 OS대열에 들어갔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김근 한국썬 전무는 “한국썬이 솔리라스와 옵테론 기반의 서버로 표준 서버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면서 “특히 올 초 소스 공개를 선언한 솔라리스10이 상용화 제품으로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리스크 기반 유닉스 위주의 공공 시장에서 x86 서버가 부상한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최대 수혜자인 옵테론 서버는 물론이고 양적으로 우세한 인텔 서버 진영도 활동반경을 넓힐 수 있게 됐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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