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받는 농구선수에서 게임 마케팅 전문가로.
엔씨소프트에서 엔씨포탈 ‘SP잼’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김준일 과장(34)은 독특한 이력으로 게임업계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16세미만 주니어대표, 쌍용기 우수선수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던 그는 돌연 운동을 포기하고 게임 마케팅 전문가로 변신했다.
운동과 마케팅. 그는 어떻게 전혀 상관이 없을 듯한 분야에 뛰어들게 됐을까. 좌절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의 인생역정에 대해 들어봤다.
엔씨소프트의 김준일 과장은 장래가 촉망되던 농구선수였다. 그는 중동중학교를 다니면서 은사의 권유로 처음으로 농구와 인연을 맺게 됐다. 2학년 때 본격적으로 농구를 하고 싶어 어렵게 아버지를 설득해 한학년을 휴학하고 농구부가 있던 대경중학교로 전학했다.
그는 실력을 인정받아 16세미만 주니어 대표로 활약했고 농구명문고인 휘문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착착 밟아 나갔다. 당시 휘문고는 휘문중 이외 학교 출신은 선수로 뽑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학교였다. 그는 휘문고에서도 센터, 포드, 가드 등 전 포지션을 두루 소화해 내는 팔방미인으로 인정받았고 전국대회인 쌍용기에서 우수선수상을 받으면서 학교가 준우승을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기도 했다.
# 운동계 현실에 염증
대입을 앞두고 김 과장의 선수 생활은 꼬이기 시작했다. 그는 고려대학교를 가고 싶었고 코치로부터 입학이 거의 확정적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코치로부터 ‘고대는 못 가게 됐다’는 청천병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대신 고대출신 농구계 인사를 부모로 둔 동기가 고대를 가게 됐다고 한다.
“당시 치맛바람이 심했습니다. 운동이 돈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현실이 싫어서 운동을 그만 뒀어요.”
그는 결국 경희대 체육학과에 입학하게 됐고 이 학교에서 1학년 동안 선수로 활동하다 끝내는 운동을 접고 말았다. 그는 운동을 그만둬도 뭐든지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선진국은 어린 선수들에게 기본적인 것부터 가르치는데 우리나라는 응용기술만 가르칩니다. 당연히 선수 생명도 짧을 수밖에 없죠.”
운동선수의 생명이 길지 않다는 점도 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 공부 삼매경에 빠져
“운동선수는 수업을 거의 안 들어가기 때문에 그만두면 학업을 따라가기 힘듭니다. 그만두고 2달 정도 방황했어요.”
김 과장이 방황을 끝내는 데 도움을 준 것은 대학동기인 단짝 친구였다. 그는 그에게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라는 걸 알려준 그 친구가 아직까지 고맙단다.
“막상 공부를 해보니 오히려 운동보다 더 쉽더라고요. 3학년때부터 경영원론, 회계 등 전공이 아닌 과목을 많이 들었는데 교수님들이 출석을 부르며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그는 스포츠와 마케팅을 접목시키자는 생각에 경영과 마케팅 공부에 빠져들었다.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에 입대했고 군시절 마케팅 관련서적만 30권 정도를 읽었다.
배운 것을 써먹어보자는 생각에 그는 제대한 이후 학교 이름을 걸고 초등학생 100명을 모아 국토 횡단 이벤트를 열었다. 하지만 그의 첫 프로젝트는 학교측의 지원이 거의 없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는 이때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보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1년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 게임 마케팅에 눈떠
김 과장은 열정을 인정받아 4학년 1학기초인 98년 4월 이벤트 업체인 매트릭스에 입사할 수 있었고 이곳에서 3년간 스포츠 마케팅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다고 한다. 이후 김 과장은 게임맥스의 프로모션 팀장으로 스카우트 됐고 이때 게임 마케팅에 대해 눈을 떠 이를 천직으로 삼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게임맥스에 근무할 때 임요환 선수를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게임에 과연 프로라는 말이 어울릴까 의문이었는데 밤낮으로 연습하는 선수의 모습을 보니 과연 프로라 할만하더군요.”
그는 게임맥스에서 독립해 겜엔터테인먼트라는 게임마케팅 회사를 차렸으나 영업능력이 없어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후 TBWA라는 외국계 광고대행사에 입사했고 2002년 엔씨소프트를 위해 ‘대한민국게임대전(카멕스)’을 준비하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엔씨소프트와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TBWA가 연봉 등 여러면에서 조건이 좋았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을 배우겠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 게임은 팀워크가 좋아야
“운동은 한 사람만 잘나도 되지만 게임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귀가 서로 잘 물려 돌아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김 과장은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라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자신의 팀을 잘 이끌어 엔씨소프트의 브랜드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게임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먼저 알아서 맞춰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MMO 게임은 밸런스 문제 때문에 유저들에게 원하는 아이템을 선물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는 이번 ‘국제게임전시회(지스타)’ 때 유저들에게 많은 선물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선물이 내용이 뭔지에 대해서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김 과장이 앞으로 게임 마케터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김 과장은 농구뿐 아니다. 스키 강사와 안전요원으로도 활약했고 인라인스케이트, 패러글라이딩, 열기구, 윈드서핑, 스킨스쿠버 등 웬만한 스포츠라면 안해본 것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게 스키인데 유명 스키인인 배완기씨한테 기본부터 제대로 배웠기 때문이란다.
“회사 동료들이 왜 보드를 안타냐고 묻는데 스키를 완전히 마스트할 때까지는 보드를 안타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곧 마스트할 것 같아요.”
김 과장은 사내에서는 옷잘입는 패션 리더로도 통한다.
그는 고등학교 때 나이키 부분 모델을 한적이 있는데 이 때 모델이 하고 싶어 농구부 선배의 누나가 일하던 모델라인에 들어갔었다. 하지만 남녀 모델들이 무대 뒤에서 아무런 스스럼 없이 뒤섞여 옷을 갈아입는 모습에 문화적 충격을 느끼고 3일 만에 그만 뒀단다.
“모델 일을 했던 계기로 옷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아이가 생기기전까지 한달에 30∼40만원 정도를 옷 사는데 썼어요. 하지만 요즘은 아이들 옷에만 눈이 가 그렇게까지는 못하죠.”
그는 쇼핑하는 것을 좋아해 백화점에 들르면 1층부터 맨 윗층까지 꼼꼼히 돌아보기 때문에 아내가 먼저 지쳐서 집에 가자고 조른다고 한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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