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IT를 총괄하는 직책이 최고정보책임자(CIO)다. 그러나 IT에 해박한 지식이 있다고 해서 CIO 역할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IT는 물론이고 경영관리, 전략기획, 영업 등 다방면에 걸쳐 깊은 지식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사업의 본질을 꿰뚫지 않고 사랑받는 CIO가 되기란 불가능하다. 기업이 살아 있다는 것은 끊임없이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말하는데 IT와 분리된 사업은 이제 생각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IT 활용은 당연한 것이고 새로운 사업을 전개할 때 IT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됐으며, 심지어 IT가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CIO 역할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동종업계는 물론이고 경쟁업계의 동향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전략상 경쟁업체가 예전엔 동종업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영역이 붕괴돼 누가 경쟁자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방카슈랑스가 등장, 은행이 보험사의 가장 큰 경쟁 대상이 됐고 유통은 인터넷쇼핑에 잠식당하고 있으며 출판업과 음반업은 전자북·디지털미디어로 위태롭다. 이렇듯 사업 영역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는 물론이고 비경쟁사 경영전략을 이해하지 않으면 낙오하는 CIO가 될 판이다.
CIO의 결정적 고민 중 하나가 바로 ‘IT투자에 대한 효율성 검증’이다. 이제 IT투자 효율성에 대해 사전에 입증하지 못하면 IT투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과거에는 IT투자에 대해 비교적 관대했다. 그러나 IT 투자비용이 점점 대형화돼 해당 IT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어 IT 투자 효과에 대한 예측력을 강요받게 됐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지 정성적 효과로 결정하기에는 CEO와 CFO에게 부담이 매우 크게 된 것이다. 당연히 CEO는 투자 타당성을 요구하게 됐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출시할 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 투자평가위원회를 소집해 프로젝트의 당위성을 판단하고 추진을 결정했다.
그러나 IT는 통상 현업의 요구에 대한 부응으로 업무 효율성 증대나 업무 프로세스 혁신 등의 정성적 효과를 내세워 추진됐다. 이제는 IT부문의 투자타당성을 제시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CIO는 IT투자에 대해 주주나 임직원, 특히 CEO와 CFO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재무적 투자효과를 분석·제시해야 한다. 그것도 다른 프로젝트처럼 비즈니스 용어로 설명해 주어야 한다. IT투자가 기업 생산성 제고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도 CIO를 괴롭히고 있다.
2001년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59개 기업 중 53개는 IT투자 증가가 기업 생산성 제고를 가져오지 못했다. 이를 IT 패러독스라 한다. IT투자가 기업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일반사무직이 줄어드는 만큼 오히려 관리직과 전문직이 늘어나는 등 IT자산 증대로 인한 자산대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IT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IT ROI다. IT투자효과분석을 통해 IT업무를 경영관점의 비즈니스 용어로 해석, 재무적 효과를 도출해 내는 방법론이다. 그러나 ROI를 산출하는 것은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다. IT투자비용의 재무적 효과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IT프로젝트로 개선되는 회사의 모든 업무절차와 서비스를 분석, BSC상의 성과지표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인과관계를 수식화해 정량적 효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
이를 위해 IT프로젝트에 따른 회사 업무절차와 서비스의 구체적인 변화 지표를 찾아내야 하는데 비즈니스를 충분히 이해하고 비즈니스 로직을 해석하지 못하면 찾아낼 수 없다. 찾아낸 후에도 비즈니스 변화로 인한 정량적 효과와의 관계를 비즈니스 용어로 설명하지 못하면 효과에 대한 논리성을 설득하기 어렵다. 그래도 IT ROI는 CIO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제일 뿐만 아니라 설득력 있는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IT투자가 어렵게 승인을 받아 실행돼도 CIO는 편안할 수 없다. 추진중인 프로젝트가 당초 투자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경과하고 여러 조건이 서로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CIO는 평안한 날이 없을 것 같다.
◆이무은 동부정보기술 부사장 melee@dongb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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