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생하자더니

문보경

 얼마 전 국내 한 중소 부품업체 A사는 굴지의 대기업 B사로부터 거래를 끊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대기업 B사가 A사의 수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일종의 ‘괘씸죄’를 물었던 것이다. B사는 자사에 집중하는 줄 알고 키워 줬는데 A사가 몰래 딴주머니를 찬 것 아니냐는 것이다.

 A사는 B사에 통사정을 해야 했다. 다행히 거래가 끊기지 않았지만 A사는 늘 노심초사다. B사는 A사의 최대 고객이어서 만약 거래가 끊기면 그야말로 부도까지 각오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기업의 가치를 키우기 위해 수출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거래가 끊긴 것도 아니니 부품공급 과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더 정확히 말해 세트업체와 부품업체 사이의 관계를 극명히 보여 주는 것이다.

 경쟁관계인 세트업체에 동시에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업계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 경쟁사에 중요 정보가 샐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런 까닭으로 기술력이 있어도 국내에서 공급처를 다변화할 수 없는 부품업체들은 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 왔다.

 그러나 수출마저 막힌다면 세트와 부품업체 간 주종관계는 영원히 끊을 수 없다. 부품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도 요원한 얘기가 된다. 세트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부품이 그만큼 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 세트는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데 핵심부품이 모두 외산이라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세트 제품의 경쟁력도 오래갈 리 없다. 중소 부품업체 경쟁력 강화에 대기업인 세트업체들이 발벗고 나서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지난 5월에는 청와대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회의’가 열려 대통령과 그룹 총수, 중소기업 사장들이 모여 상생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대기업들은 저마다 수조원의 협력기금은 물론이고 현금결제, 기술지원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두고 봐야 한다. 지금 당장 가타부타를 논하는 것도 무리다. 먼저 현장에서 상생을 이해하고 적어도 협력업체의 발목을 잡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순서인 듯싶다.

디지털산업부·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