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경협의 방법론적 전환기

남북문제는 정교한 이론이나 복잡한 수치로 나타내기보다는 대중에게 감성적으로 호소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국민 중에 통일을 원치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러나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며, 여러 가지 복잡한 분석이 필요하다.

 지난달에 공개된 미국 랜드연구소의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세계인들이 통일 가능성에 별로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은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통일 비용과 통일 이후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 비공개적인 측면에서는 논의가 있었더라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을 꺼리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진지하고도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할 때가 됐다.

 서울에서 개최된 제15차 장관급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를 이룬 데 이어 제10차 남북한 경제협력회의가 원만하게 열려 일종의 해빙 무드가 형성됐다. 또 북한이 이달 말에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해빙의 촉매제가 되었다.

 최근 서울에서 열렸던 남북한 경제협력회의에서 남측은 올해 대북 식량차관으로 쌀 50만톤을 제공키로 하고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모니터링 방문 장소를 확대키로 했다. 또 남북 과학기술 실무협의회 구성·운영 문제와 남북 어업실무협의회 구성 문제 등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고 합의함으로써 경제협력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만으로 통일을 앞당기는 효과를 얻는다면 지극히 바람직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닥칠 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해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미국 랜드연구소에서는 몇 가지 통일의 가능성을 검토한 후, 통일비용은 북한의 경제 규모에 따라 최소 500억달러에서 최대 67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용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귀착된다. 그러므로 이제 통일비용의 규모와 내용이 구체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이번 제10차 남북한 경제협력회의의 결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존 사업을 탄탄하게 이끌어나가는 동시에 새로운 방식의 경협을 추진키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 새로운 경협사업 방식을 제안하면서 대두됐는데, 북측의 자원과 노동력, 남측의 자본과 기술 등 양쪽의 장점을 공유하자는 취지다. 남북 경협에 대한 북측의 발상전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방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경협의 확대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는 남북한 모두 경제협력과 통일을 이루기 위해 방법론적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첫 대상으로 소비재산업과 자원 개발을 연계해 내년부터 남측이 신발과 의류, 비누 등의 소비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하며, 북측은 지하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를 보장하고 생산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되어 집중적인 논란이 된 ‘200만㎾의 전력 공급 제안’도 하나의 해법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가져올 득과 실을 분명히 계산하여야 할 것이다. 북측으로부터 ‘핵포기’ 확답을 받고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경제문제 해결이라는 보상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이것은 적절한 거래가 될 수도 있다.

 흘린 땀만큼 결실을 거둔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통일 문제도 진지하게 비용을 분석하고 노력하는 만큼의 성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땀방울이 모여서 언젠가는 통일의 물길을 열어 세계에 당당히 나서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류영달 (한국전산원 정보화기획단 수석연구원 yooyd@n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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