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을 집약할 수 있는 키워드라면 아마도 디지털화, 융합화 그리고 유비쿼터스 혁명이 꼽힐 것이다. 정보통신 네트워크와 콘텐츠의 디지털화가 가속되고 정보통신 산업 내에서조차 이종 산업 간 융합이 활발하다. 유무선 통신기술과 컴퓨팅 기술을 결합한 유비쿼터스 환경 제공 노력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사회, 기업 및 개인에게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위협이 될 수도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장비의 효율성, 콘텐츠의 호환성 그리고 각종 네트워크의 상호 운용성이 증대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가 될 것이다. 디지털 융합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제품, 서비스나 콘텐츠가 등장하고 특히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극복한 유비쿼터스 서비스가 생활화되면서 기업 및 사회 전반의 효율성이 제고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도 정보통신 기술의 열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발전의 영향으로 염려되는 부정적인 효과도 만만치 않다. 디지털화, 융합화, 유비쿼터스 혁명에는 상당한 투자가 요구되는데 만약 투자 대비 기대효과가 미약하다면 소문만 요란하고 먹을 것은 없는 이른바 ‘블루스카이 역설(Blue Sky Paradox)’의 함정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 디지털화·융합화의 부산물인 디지털 폐기물의 처리, 정보격차의 확대, 전통산업의 퇴출 등이 주요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며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사생활이 침해되고 인간이 소외되는 ‘디지털 소외’ 현상도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효과들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영향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그 나름의 적절한 대응전략이 있어야 한다.
첫째, 디지털화·융합화 그리고 유비쿼터스 혁명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므로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전문가가 필수적이다. 즉 정보통신 기술을 성공시키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므로 정보통신 인력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 특히 향후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트렌드를 창조하고 발산하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통적 학제를 뛰어 넘는 복합 학문을 장려하고 새로운 지식과 유연한 사고체계 그리고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창의적인 복합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둘째, 정보통신 기술 발전의 출발점은 기술적인 가능성이 아닌 소비자의 요구사항이 되어야 한다. 즉 시장지향적·수요중심적 관점이 결여된 채 많은 투자가 일어날 경우 정보통신 기술이 흔해지는 시대는 곧 도래할 것이나, 과연 이러한 기술들이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며 시장에서 수용되고 삶의 질을 높일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따라서 디지털화·융합화·유비쿼터스 혁명의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밝히는 것에서 정부나 업계의 고민이 시작되어야 한다. 기술적인 성공이 시장에서의 성공이나 사회문화적인 수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무분별하게 디지털화·융합화·유비쿼터스 혁명을 추진하기보다는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과 이행전략을 통해 균형 있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도 정보통신 기술이 ‘디지털 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올바른 정보통신 문화의 개발 및 보급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디지털화·융합화·유비쿼터스 혁명에 대응하기에 부적합한 현행법이나 제도를 개정하고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화·융합화·유비쿼터스 혁명이 창출하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직면에 있다. 미래의 정보통신 기술이 유용한 무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값비싼 흉물이 될 것인지, 또 정보통신 기술이 창출하는 변화가 약인지 독인지는 기술 자체가 아닌 기술을 제어하는 우리의 대응전략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보통신 기술 자체보다도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전략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며, 적절한 전략을 창출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핵심인력을 양성하는 데 사회적인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허운나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총장 jyna@i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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