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눈(수정체)으로는 0.1㎜ 이하를 가늠키 어렵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0.1㎜보다 작은 사물과 눈 사이에 렌즈를 놓기 시작했다. 인류가 정확히 언제부터 유리와 같은 투명한 물체를 구면(球面·렌즈)으로 잘 다듬었는지는 알 수 없다. 기록으로는 그리스·로마시대부터 렌즈 이야기가 등장했다. 그만큼 ‘확대해 보기’는 인류에게 친숙하다.
우리가 면봉으로 입 천장에서 세포를 떼어내 ‘재물대’ 위에 올려놓고 ‘대물·대안렌즈’를 통해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안토니 반 레벤후크와 로버트 후크 덕분이다, 두 사람은 1670년 현대식 광학현미경의 모태가 된 ‘후크현미경’을 만들었다. 이후 광학현미경은 회절(回折)한계인 200나노미터에까지 도달했다. 제 아무리 고휘도 렌즈를 겹쳐놓는다 하더라도 회절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결국 200나노미터 이하의 세상을 들여다 보려면 ‘빛에 기대지 않는 현미경’이 필요했다.
1924년 전자가 발견되고 그 파동성이 확인됐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빛이 아닌 전자의 파동성을 이용한 현미경들이 잇따라 발명됐다. 1938년 ‘전자투과현미경(TEM)’, 1938년 ‘전자주사현미경(SEM)’, 1981년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이 등장했다.
TEM(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은 시료를 0.1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얇게 갈아낸 뒤 전자선을 통과(투과)시켜 상을 얻는다. SEM(Scanning Electron Microscope)은 시료에 전자선을 주사(스캔)한 뒤 얻은 2차 전자나 반사 전자를 이용해 표면 구조를 관찰한다. 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은 손바닥으로 깜깜한 방에서 울퉁불퉁한 바닥을 훑듯 탐침(probe)으로 ‘원자 머리를 쓰다듬고 지나가며’ 그림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원자를 움직여 원하는 곳에 새로 배치할 수도 있다.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진 나노미터 세계를 밝혀줄 최첨단 현미경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사진: STM으로 크세논 원자 35개를 움직여 쓴 글씨. 이 사진이 1990년 ‘네이처’에 소개돼 세계 과학계에 큰 방향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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