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즈온라인’ 고수의 벽은 높았다. 비록 1승을 목표로 하루에 한시간 이상 연습을 했지만 이번 대결에 자신이 있었다.
게임플레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내가 하루에 한시간을 게임에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사건이었고 나름대로의 전략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주일 후 크로우 직녀와의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내가 목표로 삼았던 1승 만을 했을 뿐 내리 19패를 당했다.
하지만 크로우 직녀는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컨트롤이나 게임진행이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방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나 나름대로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은 전혀 초급자 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오후 6시가 되면서 가슴이 콩콩 뛰기 시작했다. 다시금 크로우직녀와 대결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지난번 참패의 수모를 다시금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울지도 일주일 내내 고민했다. 하지만 결과는 나의 목표만 달성한 채 끝났다.
그동안 상당한 연습을 했다고 자부했던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결에서 보여준 크로우직녀의 기술은 나의 눈을 의심케 하는 수준이었다. 벽을 타는 것은 기본이고 현란한 스피드와 몸짓, 상황에 따라 빠르게 무기전환을 하는 모습은 내가 일주일동안 한시간만 투자해 얻을수 있는 기술들이 아니었다.
게임에 접속해 대결을 펼치면서 크로우직녀는 봐주지는 않았다. 지난주보다 한결 높은 기술을 선보이며 나를 압박했고 당황스럽게 했다. 계속해서 6번을 진 이후에야 간신히 캐릭터를 콘트롤 할 수 있게 될 정도로 무섭게 돌진해왔다.
하지만 나 역시 지난번처럼 쉽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 지난번처럼 옷깃조차 스치지 못한 수준은 아니었다. 몇 차례의 타격을 입혔고 어느 순간 크로우직녀도 내 앞에서 쓰러졌다. 1승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이후 크로우직녀는 계속해서 나를 몰아세웠고 결국 연속 패를 당했다.
크로우직녀는 이번 대결이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했다. 몰라볼 정도로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처음 백지와 같았지만 지금 수준은 한달 넘게 게임을 한 사람과 비슷한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말로 희망을 주었다.
“게임 하는 스타일이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아직 무기를 선택하는 것이나 움직임이 둔하지만 컨트롤이 안정돼 있는 것 같아요. 이제 ‘건즈온라인’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들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건즈온라인’은 다른 FPS게임보다 더 다양한 기술들이 숨어있다. 이때문에 게임을 진행할 때 어지러움증이 더 생긴다. 벽을 타거나 공중 회전을 할 때 느끼는 어지러움은 처음 게임을 접하는 유저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언제 어디에서 상대방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캐릭터들은 한 자리에 있지 못하고 늘 움직여야 한다.
특히 ‘건즈온라인’에서는 매복이라는 것이 없다. 매복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총알이나 칼에 의해 쓰러지기 때문이다. 쉬임 없이 손을 놀려 캐릭터를 움직이면서 상대방을 찾아야 하고 그럴때 필요한 기술이 벽을 타거나 공중회전, 구르기 등이다. 상대방의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크로우직녀는 다른 FPS게임들보다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상대방이 현란한 동작을 구사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있어야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크로우직녀는 이와함께 간단한 기술들에 대해 설명해줬다. 가장 배우고 싶었던 벽타기 기술은 의외로 어렵지 않게 구사할 수 있었다. 전진키인 W키를 누른 상태에서 벽을 45도 각도로 바라보고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벽을 탄다. 구르기는 A나 D키, W키를 두번 연속 누르면 구현이 가능하다.
특히 가까운 거리에서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는 ‘강배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마우스 왼쪽 버튼을 길게 누른후 상대방을 공격하면 일반적인 공격에 비해 2-3배의 타격을 상대방에게 준다. 그러나 기를 모으는 동안 상대방이 공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사용에 주의를 해야 한다.
칼을 사용한 올리기 공격과 방어도 배우면서 초급자 탈출의 희망이 보였다.‘건즈온라인’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난 크로우직녀에게 팀플전을 한번 해보자는 제의를 했다. 크로우직녀는 내심 당황, 좀더 실력을 키운 후에 팀플전을 해 보는 것이 좋겠다며 물러섰지만 나의 고집으로 결국 팀플전을 하기로 결정했다.
크로우직녀는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자신이 속한 크로우 길드원들에게 SOS를 날렸고 ‘크로우미로’와 ‘RememberEY’ 두 길드원이 화답을 해줬고 곧바로 방을 만들어 팀플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팀플전에 대해 내가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크로우직녀와 나는 10전 전패, 크로우직녀 경험치 -5064 하락의 기록만을 남겼고 또다시 참담함만을 맛보게 됐다. 비록 상대방의 실력이 월등했다고는 하지만 나의 스승인 크로우직녀가 길드 내에서도 최고수로 통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뒤를 받쳐주지 못해 발생한 결과였다.
크로우직녀는 FPS게임의 팀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팀워크란 점을 강조했다. 상대방과의 실력차이도 비록 있지만 팀원들 간 전략을 잘 구사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내가 게임상의 기술을 완전하게 습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팀플을 하게 돼 전략을 구사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팀플의 경우 나 한사람으로 인해 다수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개인플레이가 어느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낯이 뜨거웠다. 모든 것을 다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단기간에 이루기에는 FPS게임은 너무 먼 산이었다. 크로우직녀는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다음주에 팀플에 함께 도전해 보자는 제의를 했다.
물론 그전에 내가 크로우직녀로부터 배운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는 조건이 주었졌다.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은 게임 플레이 시간을 늘리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또다시 일주일 혹독한 훈련에 돌입하기로 마음을 다졌다.
이제는 팀플에서의 승리를 위해!
<안희찬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2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5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6
프랑스 기관사, 달리는 기차서 투신… 탑승객 400명 '크리스마스의 악몽'
-
7
“코로나19, 자연발생 아냐...실험실서 유출”
-
8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9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
10
권성동, 우원식에 “인민재판” 항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 성립으로 단정”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