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s Come True]고페츠

고페츠는 매우 특이한 회사다. 회사의 대표가 외국인이고 임원진 4명 전원이 미국인이다. 지난 2003년 11월 국내 최초로 미국인이 국내에 설립한 회사가 탈드렌 코리아였고 약 일년 후 사명을 고페츠로 변경한 것이다. 고페츠는 미국 지사나 분사가 아닌, 외국인이 우리나라로 건너와 설립한 게임 개발사다.

 

 # 가장 한국적인 외국인 회사

 고페츠는 외국인에 의해 설립된 국내 게임 업체지만 많은 가능성과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슴에 품고 있는 개발사다. 사내 분위기가 여느 국내 업체와 다르다. 자유롭고 여유있는 표정이 직원들 얼굴에서 배어 나온다. 고페츠는 현재 국내 게임 산업의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언젠가 한 몫 단단히 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곳이다.

임원들 중에는 재미교포도 있고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토종 외국인도 있지만 실제 게임을 개발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주로 영어가 일상용어로 사용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회사의 임직원들은 항상 일반 직원들과 대화를 하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립 초창기에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고페츠에 입사했으나 곧 그런 제약없이 능력으로 입사를 시켰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학창시절에 영어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말문이 트였기 때문이라고. 또 임원진들이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직원들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 것도 이유였다.

이 회사의 에릭 베스키 대표도 “한국어를 배우고 영어를 잘하는 직원들의 도움으로 의사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회사 곳곳에는 우리나라의 지도가 붙어 있고 서울시를 최대로 확대한 대형 지도에는 한글로 주요 지역을 표시한 것만 봐도 이들이 한국을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 고페츠에서 개발 중인 ‘고페츠’

현재 고페츠에서 개발하고 있는 작품은 온라인 커뮤니티 게임 ‘고페츠(GoPets)’다. 이 타이틀은 유저 컴퓨터 내에서 키우는 온라인 펫을 통해 전세계 유저들과 교제할 수 있는 글로벌 커뮤니티 펫 게임이다.

기존의 펫 게임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육성’되는 개념을 벗어나, 컴퓨터 시스템의 모든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다. 유저는 자신만의 취향에 맞게 자유롭게 펫의 눈동자나 털의 색상, 무늬 등을 결정할 수 있으며 예쁜 옷과 액세서리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또 펫과 함께 공놀이를 하거나 피아노 연주를 하며 노래를 가르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고페츠의 펫들은 세계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다. 미국의 뉴욕, 프랑스의 파리, 호주의 시드니 등 다른 유저들을 스스로 찾는다. 이렇게 연결된 커뮤니티를 통해 유저도 외국인들과 친구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에릭 베스키 대표는 현재 ‘고페츠’ 외에 다른 게임을 개발할 계획은 없고 이 작품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금 ‘고페츠’는 6개 국어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추가작업을 통해 26개 국어까지 서비스할 계획이다.

 고페츠의 대표 에릭 베스키는 사실 해외에서 매우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미국의 게임회사 탈드렌에서 CEO로 재직하며 인기 TV 시리즈 ‘스타 트랙’을 게임으로 만들어 성공시킨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모든 성공을 뒤로 하고 돌연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제가 꿈꾸던 미래를 봤어요. 한국 사람들에게는 게임 그 자체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이 느껴집니다. 고페츠 설립 전에 게임 컨퍼런스의 강연자로 초청돼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공항에서 게임 매거진을 봤습니다. 미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에요. 한국 사람들이 게임에 대해 얼마나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고 큰 감명을 받았죠.” 그리고 그는 막고야의 홍동희 사장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한국인)에 대한 느낌은.

▲ 한국은 외국인이 회사를 설립하고 경영하는데 있어서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고페츠를 설립한 것에 항상 만족하고 있고 다른 외국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또 한국 사람들은 듣던 대로 외국인에게 매우 친절하다. 지금까지 많은 게임 관계자들과 만나고 교제해 왔는데 모두가 밝고 유쾌한 사람들이다.

- 직원들과 대화(의사소통)는 원활한가.

▲ 미국인 경영진 4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한국인(본사의 경우)이다. 한국인 직원들과 자유롭고 편하게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틈틈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고 그들 중 몇 명이 통역을 도와주고 있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별로 없다.

- 막고야 홍동희 사장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알게 됐으며 어떤 도움을 받았나.

▲ 한 3년 전 쯤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E3에서 그를 처음 알게 됐다. 그 동안 한국을 비롯한 중국, 대만 등지에서 많은 사람들과 인맥을 쌓아왔는데 홍 사장은 내가 만난 한국의 게임 관계자 중 가장 밝고 적극적이며 에너지가 넘치는 좋은 사람이다. 그는 내가 처음 한국에 들어와 고페츠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소개해주었다.

- 한국에는 많은 MMORPG가 있고 계속 등장하고 있다. 그 게임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한국의 게임 산업이 몇 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이유가 MMORPG의 영향에 있다고 생각한다. MMORPG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사용자들과 함께 플레이를 하며 교제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직접 플레이했던 작품 중에서 ‘리니지2’와 ‘마비노기’, ‘RF온라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취미가 독특하다. 카약, 하이킹을 무척 좋아한다고 들었다.

▲ 캘리포니아에서 살던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를 따라 산으로 하이킹을 가곤 했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됐고 언제나 하이킹은 내 삶의 일부분이었다. 카약은 정신 단련을 위해 접하게 됐는데 나 혼자 바다에서 노를 저으며 나아가는 것이 자유롭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카약은 자연과 만나고 마음 깊은 곳까지 정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요즘은 틈만 나면 집 근처나 관악산 등으로 하이킹을 간다. 한국에는 아름다운 산들이 아주 많은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지리산이다.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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