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필자에게 종족별 대표선수를 꼽으라고 한다면 일단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에 잠기는 척하다 짐짓 딴전이라도 피우게 될 것 같다. 보는 시각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수 있는 문제라 답변하기 난감한 문제이다.
하지만 스타리그의 역사 속에서 각 종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선수를 꼽으라면 해당 종족이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선수들이 한 명씩 떠오른다.
테란은 누가 뭐래도 임요환이다. 최근 강력한 테란들이 많고,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임요환의 최근 성적은 초라하다. 그러나 테란이 최강 종족인 시절에 그랜드 슬램을 이룬 이윤열보다,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 최연성보다 테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힘을 준 선수는 임요환이다.
각종 대회에서 참담한 패전의 모습만을 보이던 테란에 빛과 같은 드랍십 플레이를 선보이며 나타난 임요환 덕에 테란은 최강 종족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프로토스는 단연 가림토 김동수다. 최근 가장 오래도록 사랑을 받는 프로토스는 박정석 또는 강민이지만 그래도 나는 김동수를 꼽는다. 프로토스의 암울함은 테란을 상대로 찾기보다는 저그를 상대로 찾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프로토스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저그의 무한확장체제인 이른바 ‘사우론 저그’가 판을 치던 시기다. 이때 ‘가림토스’라는 용어로 굳어지기까지 한 전략인 ‘하드코어 질럿 러시’라는 정교한 전략으로 암울한 토스의 어둠을 갈라놓았으며, 이후 전략가로 변신에 성공해 프로토스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김동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정석 프로토스의 계보를 잇는 박정석도, 전략형 프로토스의 적자 강민도 모두 김동수에게 일정한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해도 될 터이다.
요즘 강세를 보이는 저그에서는 과감하게 박성준을 꼽고 싶다. 첫 스타리그 진출에 우승을 차지했고, 그 이후 4연속 스타리그 본선에 진출하며 그 중 3번의 결승진출을 이루어낸 최고의 저그다. 그렇지만 박성준을 더 빛내는 건 그가 저그 종족의 구세주였다는 점 때문이다.
숙적 테란에 짓눌려 만년 2위의 설움에 시달리던 저그에게 최초의 우승컵을 선사했고, 저그는 컨트롤이 아니라 운영이라는 상식의 틀을 부수며 극한의 컨트롤로 저그의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했다.
더구나 이번 ‘2005 에버 스타리그’에서 박성준이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이들에게는 스타리그를 2번씩 제패했다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생겨난다. 과연 박성준이 저그의 역사가 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게임해설가 next_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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