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TRS]국가통합망 수주전 스타트

 지구 온난화, 기상이변 등으로 자연재해가 대형화되고 있다.

 지난 2002년과 2003년 여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루사와 매미는 수천억원의 재산피해와 많은 희생자를 냈다.

 예상치 못한 대형 인재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 지하철 참사에 이어 올 들어서도 경기도 광명역 지하철 화재사고가 발생하는 등 국민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상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전국적인 재난관리 시스템 마련을 위해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2003년 12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 기본계획을 확정한 데 이어 1년 6개월 만에 시범사업 착수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현재 전세계 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TRS)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가통합망 구축 배경 및 효과=정부가 오는 2007년까지 3600억원을 들여 재난대응 통합지휘 무선통신망을 구축하려는 것은 공공기관 간 통신의 연계성을 확립, 신속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부는 재난관리 책임기관, 긴급구조 및 긴급구조 지원기관 등 45개 기관을 단일 무선망으로 통합, 재난대응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현재 소방서·경찰청·철도청·산림청 등 국내 주요 재난관리 기관은 각기 다른 무선통신망을 별도로 구축, 운용중이다. 이 때문에 비상사태 발생시 각 기관의 유기적인 대응이 용이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찰을 포함한 10여개 기관은 800㎒ 주파수 대역의 TRS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산림청은 124㎒ 대역의 VHF, 철도청은 146∼147㎒ 대역의 VHF망을 이용하고 있다.

 국가통합망이 구축되면 우선 군사작전 개념의 표준행동절차(SOP)가 마련, 일사불란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재난 발생시 신속하게 현장대응을 할 수 있어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시 통합무선망이 구축돼 있고, 재난대응 SOP에 의한 훈련이 있었다면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화재 발생을 처음 목격한 기관사 또는 승객이 객실 내 장착된 비상통화 버튼을 누르면, 중앙 운전사령실과 역무실은 물론이고 인근 소방처, 응급의료기관, 경찰 등에도 즉시 현장상황이 전파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접 지역과의 원활한 통신망 구축은 범죄예방은 물론이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도로상에서 순찰대원이 도주차량을 발견했을 경우 주변 경찰에 상황이 일제히 전달돼 범인을 신속하게 검거할 수 있게 된다.

 ◇외국 테트라 업체들, “가자 한국으로”=정부가 오는 2007년까지 테트라 방식으로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을 구축하기로 확정하면서 TRS 분야에서 특수가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트라 방식의 국내 단말기 및 시스템 시장이 앞으로 5년간 총 1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노키아·텔트로닉스 등 다국적 단말기 및 시스템 업체들이 140억원의 예산이 배정된 국가통합망 1차 시범사업 물량 수주를 위해 국내 중소기업 및 SI업체와의 제휴를 추진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 세퓨라(SEPURA) 등 유럽계 업체들도 국내에 지사 및 연락사무소를 설립하면서 한국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한국 내 생산공장 설립은 물론이고 테트라 기술이전 가능성도 언급하면서 한국 정부에 적극적인 구애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테트라는 유럽무선통신표준기구(ETSI)가 제정한 개방형 디지털TRS 표준으로, 이를 채택한 단말기와 시스템은 유럽을 중심으로 아날로그 방식의 자가망 수요를 대체해 나가고 있다.

 테트라 시장에서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기업은 노키아. 지난 2003년 초 한국 CDMA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 노키아는 TRS단말기·시스템을 앞세워 한국 내 비즈니스를 적극 전개하고 있다.

 노키아는 국내 TRS단말기 생산공장 설립은 물론이고 일부 기술의 이전을 조건으로 제조자설계생산(ODM)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세퓨라 또한 본격적인 마케팅에 착수했다. 세퓨라는 테트라 단말기 전문업체로 모토로라에 이어 세계 테트라 단말기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중이다. 세퓨라는 한국을 거점으로 여타 아시아 국가로 TRS 시장 저변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후발업체들의 맹공에 맞서 모토로라는 시장 헤게모니 강화에 나섰다. 모토로라는 현재 전국 5개 경찰청과 부산 지하철3호선 사업에 제품과 시스템을 공급, 국내 테트라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토로라는 지난 2월 국내 무전기 생산업체인 백금정보통신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데 이어 국내 중소기업을 발굴한 뒤 반조립상태(SKD) 방식으로 테트라 단말기를 한국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모토로라코리아 관계자는 “국가통합망과 관련한 부품 및 액세서리를 한국에서 개발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특히 테트라 장비의 조립 튜닝 및 테스트는 국내 인력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모토로라는 산업용 무전기 및 디지털TRS 시스템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산업용 무전기 및 디지털TRS 단말기를 생산, 전세계로 공급중이다.

 ◇전망=현재 일부 업체는 통신망 구축사업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상황이다. 정부의 방침대로 유럽표준방식인 테트라 TRS 사업이 추진될 경우 특정 외국 업체의 장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국가 위기관리에 관한 정보가 외국 업체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키아, 로힐, R&S, 삼성탈레스, 텔트로닉스 등 통신장비업체들은 최근 협의체를 구성, 행정자치부와 정보통신부 등에 ‘정책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국가 재난대응 통합지휘 무선통신망 구축사업 재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이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공개해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는 국가사업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가통합망 수주전은 일단 한국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모토로라의 우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단말기 시장을 놓고 5∼6개 업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테트라 시스템은 이기종 간 호환이 지원되지 않아 복수 업체가 선정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반면 단말기와 시스템 간 호환성은 현재 기술로도 문제가 없어 복수 벤더 선정이 유력시된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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