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혁신 확산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

혁신이 정부는 물론 일반 기업의 경쟁력강화의 최대 관건으로 떠오르면서 지식경영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식경영(KM)은 이제 지식혁신(KI)으로 진화하면서 업무 뿐 아니라 인사, 재무 등 경영 전반의 프로세서와 밀접히 맞물리면서 기업경쟁력을 한단계 높이는 혁신의 핵심 툴로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자신문과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지식혁신위원회(위원장 김학훈)는 지식혁신의 확산을 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기 위해 21일 ‘지식혁신 확산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내 기업들이 지식창출 및 공유 단계에는 도달했으나 업무 수행을 위한 활용도 측면에서는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라며 “프로세스 정형화 및 표준화, 지식경영 전담팀 강화 등 전사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하고, 역량 기반의 직무정립 등 인사제도 변화를 포함해 기업 문화의 혁신도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담회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참석자

 김찬성(한국정보산업연합회 전무), 김학훈(지식혁신위원회위원장), 박준성(삼성SDS상무), 안유환(핸디소프트 상무), 제갈정웅(대림대학 이사장), 최희윤(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실장) 양승욱(사회, 전자신문 컴퓨터산업부장)

 

 ◇양승욱(사회·전자신문 컴퓨터산업부 부장)=지식경영이 최근 지식혁신으로 까지 진화되고 있다. 지식경영위원회가 지식혁신위원회로 명칭을 바꾼 것도 이 같은 기술 및 경영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식경영에서 지식혁신으로 옮겨가는 배경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김찬성(한국정보산업연합회 전무)=지식경영은 경영전략의 하나로 알려졌지만 그런 인식에 비해 활성화가 안되고 있다. 지식경영은 단순히 경영전략의 하나라는 인식을 버려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식경영은 경영 전반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경영혁신은 반드시 지식경영에서 가능하다. 기업 혁신을 위해 지식경영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이 바로 지식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갈정웅(대림대학 이사장)=90년대 초반부터 지식경영이란 단어가 널리 보급돼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지식을 쌓아놓고 공유하는 것에 중점을 뒀었는데 그것만으로는 힘든 세상이 됐다. 이제는 지식을 이용해서 변화하는데 써야 한다. 지식을 합쳐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이를 조직을 변화시키는 쪽으로 이용해야 한다. 지식혁신의 배경은 지식을 혁신에 이용하자는 발상에서부터 출발한다.

 ◇사회=공감한다. 지식을 단순히 공유하는 측면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쪽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이 지식을 제대로 경영 혹은 혁신에 접목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실제 지식경영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 그리고 문제점이 있으면 무엇인지 점검해 보자.

 ◇김학훈(지식혁신위원회 위원장, 날리지큐브 사장)=지식혁신으로 이동해야 한다는데 공감하지만 아직도 이를 실행하는 국내 기업은 아직 소수다. 그러나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의견을 합쳐 하나로 모으겠다는 회사와 그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회사는 초기 출발점에서 차이는 거의 없지만 결과물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결국 직원들간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면서 조직원간 심리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기업이 크고 잘 될 수 밖에 없다. 아직 소수에 불과하지만 더욱 고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러한 기대에서다.

 ◇김찬성=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지식경영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회가 최근 50여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인식부재 및 조직문화 미성숙 △적절한 시스템 부재 등 때문에 지식경영이 어렵다고 했다. 무엇보다 지식혁신과의 연계 및 지식혁신 성과 평가에 대한 효과성 입증 수단의 부재를 꼽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기업내 지식혁신 담당부서의 조직 내 위상도 아직 미미해 홍보활동에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희윤(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실장)=지식경영이란 것은 지식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일로 보고, 이런 활동을 통해 혁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여러 걸림돌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려는 문화가 부재하다는 것이 문제다. 이전에는 마일리지 보상을 하고 인사와 연계하는 방법을 썼는데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업무프로세스 정형화에 따라 누가 강제하지 않아도 활용이 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안유환(핸디소프트 상무)=공급자 입장에서 보면 수요자 조직이 지나치게 조급한 성과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지식경영시스템을 도입한 후 금방 정량적인 평가를 해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처럼 ROI를 바로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고객들에게 경영진을 설득하려 하지말고 지시가 내려올 때에만 하라고 얘기한다. 성숙하지 않으면 아무리 투자를 해도 ROI가 나오지 않는다.

 ◇사회=ROI 측정이 어려운 것도 지식혁신 활성화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인데,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공급업체의 몫이 아닐까 싶은데.

 ◇제갈정웅=실제 ROI를 갖고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지식경영이 좋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아무리 ROI가 많이 나오는 것이어서 좋다고 해도 투자를 하고 안하고는 별개의 문제다. 결국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의식있는 리더가 필요한 것이다.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갗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이제 시대가 산업사회에서 지식산업으로 바뀌었고 핵심이 지식이라는 정도는 안다. 지식경영이 확산될 것으로 낙관하는 것은 긍정적인 ROI를 낼 수 있다고 해서가 아니라 최고경영자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다는데서 더 큰 원인이 있다는 생각이다.

 ◇박준성(삼성SDS 상무)=어느 조직에서 어떠한 형태의 시스템이든 ROI를 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성숙된 조직이다. 기본적으로 ROI를 내놓으라고 하면 어떤 형태로든 쉽지 않다. 왜냐하면 ROI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정보시스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을 때만이 가능한 것이고 이렇지 못한 기업의 경우에는 어떠한 시스템이든 절대 ROI를 내기 어렵다. 지식경영 자체가 ROI를 내려면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는데 결국 ROI만을 낼 수 있다고 투자하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ROI를 낼 수 있는 회사는 이미 성숙된 회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회=지식경영의 걸림돌에 대해 논의해봤다. 그렇다면 지식혁신 활성화를 위해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 논의해 보자.

 ◇박준성=지식창출까지는 쉬운데 활용이 어렵다. 또 활용한 만큼 생산성과 어떻게 연결시키느냐가 문제다. 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를 정형화하고 표준화해야만 한다. 일하는 프로세스를 전사차원에서 정형화하고, 표준화할 경우 종업원들은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손쉽게 똑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지식 활용이 손쉬워진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인사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직무가 세분화돼 한 분야의 전문성이 발휘되고 서로의 업무 성격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역량기반의 직무정립, 역량기반의 승급, 역량 준비가 됐느냐를 평가할 수 있는 쪽으로 인사제도가 변해야 한다.

 ◇제갈정웅=지식경영을 지금처럼 별도 시스템으로 두면 안된다. 정보시스템과 별도로 두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 전략으로 채택이 돼서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한다. 지식경영이 필요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회사 전체내의 시스템에 지식이 쌓일 수 있도록 전체 시스템 속에 KMS가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최고경영자가 패러다임을 바꿔 지식경영시스템을 회사 전체의 시스템으로 간주하고 전체 전략목표를 달성하는데 지식을 어떻게 쓸 것이냐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최희윤=실제로 지식경영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 포스코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전담부서가 강력히 힘을 발휘할때 지식경영의 활성화가 가능해진다. 또한 IT부분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서와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각종 분야의 전문가들이 파트너십을 맺을 때 지식경영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지식을 연결하는 것이 지식경영이고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지식경영시스템이란 사실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안유환=조직 내부에서 변화관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지식혁신이 가능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에서는 지식경영에 관한 커뮤니티가 유독 다른 분야에 비해 부족하다. 지식경영이란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 내부 교육을 통한 자격증 제도를 만드는 방법도 지식혁신 활성화의 한 방안이 될 것이다.

 ◇김학훈=어디에서 일하고 있든 지식경영에 대한 토론을 하다 보면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사실에 놀랍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이랜드, 포스코 등 몇개 안되는 기업만이 지식혁신차원에서 배울 만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가야 할 길은 많지만 최근 들어 공공기관이든 민관기관이든 일하는 방식이 바뀌려고 하는 것 같아 희망적이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다. 똑똑한 사람보다는 동료를 도울 줄 아는 사람, 같이 일할 줄 아는 사람이 기업에 필요한 시대다. 이런 측면에서 지식경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김찬성=무엇보다 성공사례를 도출하는데 신경써야 할 것이다. 최근에 LG전자에서 ‘배워서 남주자’라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대표적인 지식혁신 활성화를 위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혁신가속화에 지식경영이 기여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처럼 그동안 안됐던 것들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 기업이나 솔루션 공급업체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사회=지식이 단순 경영 뿐 아니라 혁신의 툴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는 모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어렵게 구축한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기업 대부분의 현실이다. 이번 토론이 지식혁신이 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핵심 툴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지식혁신의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etnews.co.kr

사진: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지식혁신위원회와 전자신문사가 주최하는 ‘지식혁신 확산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가 21일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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