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무선랜 보안 표준이 내달 중국에서 개최될 표준화 회의에서 어떤 결말을 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제 표준화기구(ISO) 정보기술위원회(JTC1)는 무선랜 보안 표준을 놓고 알력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에 조정기간을 주고 7월 말 베이징에서 열리는 회의 때 다시 논의키로 했다.
지난 2월 미국에서 개최된 ISO/JTC1 정보통신기술분과위원회(SC6) 회의에서 미국은 IEEE 802.11i를, 중국은 WAPI(Wired Authentication and Privacy Infrastructure)를 각각 주장하며 양보 없는 싸움을 벌여 회의가 무산됐다.
◇어떻게 결정되나=조정기간을 거친 양국이 내달 회의에서 합의점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단일 표준에 합의하기란 힘들어 보인다. 양국 모두 미래 정보가전 시장 주도권을 놓치려 할 리 없기 때문이다.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양국은 회원국이 참여하는 모임에서 투표로 결정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양국은 각각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일본과 독일 등 외국을 대상으로 자국 입장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해당 위원회 의장과 간사국을 맡고 있는 우리나라는 난처한 처지다. 향후 시장 가능성에서는 중국을, 유대관계 및 기술적 입장에서는 미국 측을 지지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놓인 것이다.
향후 홈네트워크 사업에서 이들 국가와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하려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들의 싸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미·중 무선랜 보안 표준 전쟁 실태=미국과 중국은 지난 2003년 11월 미국 올랜도와 올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JTC1 총회에서 ‘지독한’ 감정싸움을 벌이면서 자국 표준의 글로벌 표준 채택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향후 세계 무선랜을 근간으로 하는 홈네트워크 시장에서 13억명에 이르는 자국 시장 규모에 맞는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기존 무선랜 보안 표준에서 기술 리더로서 활동해 온 경험과 원천기술 보유국으로서의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정보통신 시장에서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표준과 관련해 정면 승부를 걸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802.11i 무선랜 보안 표준에 제동을 걸고 중국 주도의 표준안을 이끌어 내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연히 자국 표준 중심의 단일안을 기대했으나 중국의 강력한 대응으로 고민에 빠졌다. 양국 간 기술 표준 전쟁이 격화되자 ISO JTC1 측은 최근 조정기간을 둔 채 합의안을 준비중이다. 이들 국가의 합의안은 오는 7월 말 베이징에서 열리는 관련 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왜 표준 전쟁을 벌이는가=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주도의 802.11i 표준안을 따를 경우 중국 내에서 사용되는 노트북PC, 홈 게이트웨이, 향후 연결될 다양한 정보가전 단말기에 센트리노칩 등 미국식 부품과 보안기술을 채택해야 한다.
반대로 미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 표준을 따를 경우 미국 업체들이 개발해 놓은 보안 표준을 버려야 한다. 13억명에 이르는 중국 단일 시장에서 미래 정보가전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 무선랜 관련 표준이 미국 표준과 함께 복수 표준, 또는 단일 표준으로 채택될 경우 미국과 유럽 일부를 제외한 아시아권이 중국 표준을 지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일 최대 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인도,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권이 중국 시장에 가세할 경우 미국 주도권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미국은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아시아 및 세계 시장에서 미래 정보가전 부문 ‘퇴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은 서로 초강수를 두며 표준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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