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내놓은 벤처활성화 보완대책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의 완결판이다. 기존에 마련된 벤처활성화 대책의 효과를 확산시킴과 동시에 재원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업 초기 기업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대책은 일단 지난해 발표한 벤처활성화 대책으로 창업이 증가하고 코스닥 시장·벤처캐피털이 활성화하는 등 벤처업계의 역동성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정부의 긍정적 시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내놓은 보완책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 경제의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할 정보기술(IT)·나노기술(NT)·바이오기술(BT) 등 신산업 분야의 창업 촉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울러 그동안 경영지배를 목적으로 해온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허용되면서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창업 초기 기업 지원 강화=정부는 그동안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정보부족과 높은 위험성 때문에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 창업 보육기능을 강화하고 이들에 대한 투·융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창업 3년 미만의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조합에 모태펀드 출자비율을 현행 30%에서 최고 50%로 늘리는 것도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유도책으로 받아들여진다. 창업기업 전문투자조합에 대한 모태펀드 출자분의 수익한도를 설정해 업무집행조합원(벤처캐피털)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벤처캐피털의 투자규제 완화 역시 창업 초기 기업 지원을 위한 방안 중 하나다.
◇벤처기업 경영환경 개선=이번 보완책에서 눈에 띄는 내용 중 하나는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제도 보완이다. 특히 기존에 구매 대기업(모회사)이 납품업체(협력사)의 기술자료(부품구성도·특허 등)를 요구한 뒤 이를 악용하던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3의 기관에 기술자료를 예치하도록 한 ‘기술자료 예치제도’가 주목된다.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로 인한 애로를 발굴, 처리하기 위해 대기업 협력사로 구성한 ‘수탁기업체 협의회’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중소벤처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담보 없이도 수출신용장 등에 근거를 둔 금융지원을 활성화하고 IT분야(SI포함)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규모를 확대하는 등 기존 기업에 대한 배려도 보인다.
◇과제=벤처업계는 일련의 대책들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올해 말로 종료되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의 연장이 필요하고 강조했다.
오형근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은 “이번 대책들의 기반에는 벤처기업특별법이 깔려 있다”며 “벤처산업의 실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부회장은 또한 “작년 말 대책 발표 이후 우려했던 벤처 거품이 발생하지 않은 것을 보면 시장에서 충분히 견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를 요청했다.
또 벤처 전문가들은 일련 대책들의 방향에 맞게 생태계 조성에 매진할 것을 당부했다.
주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우수 벤처기업이 성장하는 데 문제가 되는 요인을 찾아내 이를 집중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주문정·김준배기자@전자신문, mjjoo·joon@
사진: 한덕수 경제부총리(오른쪽)와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가운데)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회의에 참석, 대책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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