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스트 +244]제2부:사례연구⑮에어컨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4년 가정용 에어컨 세계시장 판매 비중

 ‘한국발 찬바람으로 세계 시장 평정!’

국내 정보가전업체들이 디지털TV, 양문형 냉장고, 에어컨 등 프리미엄급 가전제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선두권에 올라선지 어언 5년이 흘렀다.

가정용 에어컨은 이중 ‘군계일학’처럼 빛을 발하는 분야다. 지난 2000년부터 단일 브랜드로 줄기차게 세계 시장 판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유일한 품목이다. 에어컨인(人)들이 진정한 ‘월드베스트’ 제품으로 꼽는 이유다.

LG전자의 ‘휘센’ 에어컨의 활약상은 단연 돋보인다. 선진국 제품을 베껴 만들던 저급한 수준에 머물렀던 80년대 후반, 정확히 말하면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서 별도의 연구팀을 구성한지 10년 만에 LG 에어컨은 세계 시장에 우뚝 섰다.

일본 3대 조사기관인 후지경제 연구소의 조사결과, LG전자 휘센 에어컨은 지난해 5100만대 규모의 세계 에어컨 시장에서 1012만대가 판매돼 점유율 19.6%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0년 410만대 판매로 세계 1위에 오른 이래 2001년 490만대, 2002년 670만대, 2003년 800만대 등에 이은 기록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판매된 에어컨 5대 중 1대가 LG전자 휘센인 셈이다. 특히, 2위 업체와 판매수량 면에서 300만대 이상 앞지른 것으로 앞으로 상당기간 ‘에어컨 LG왕국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래프 참조

LG전자 휘센은 총 4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북미(미국) △유럽(러시아, 폴란드 등 14개국) △중남미(멕시코, 페루 등 7개국) △아시아(한국, 인도, 베트남 등 7개국) △중동·아프리카(사우디, 이란, 모로코 등 총 16개국) 등에서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유수의 세계 기업을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비결은 무엇일까. 기술 개발에 매진한 이후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핵심 인재 키우기에 쏟은 정성, 세계 시장을 겨냥한 생산 시설 구축 등이 전문가들이 꼽는 에어컨 LG왕국 건설의 주요인이다.

◇기술 방어막 주효했다=LG전자가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에어컨 시장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던 비결중 하나가 기술적인 장벽이다. LG전자가 에어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고효율 저소음 터보팬 기술을 개발한 이후부터다. 당시 3방향으로 바람이 나오는 3면 입체 냉방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기술적으로 한 차례 도약했다.

획기적인 기술 개발은 물론 이를 지키는데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LG전자가 지난 3월 디자인 기술을 도용한 중국 에어컨 생산업체인 신비가전을 고소해 승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신비가전은 디자인 도용 사실을 인정하고 배상금 지불은 물론 해당제품 생산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또, 향후 관련 디자인을 사용할 경우 LG전자에 로열티를 내기로 했다. 이번 승소는 지난 2002년 LG전자가 중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지 3년 만에 일궈낸 결실이다.

에어컨 최대 경쟁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에어컨 업체들에게 일침을 가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에어컨 LG왕국 전문인재가 떠받들었다=기술 개발의 중심은 단연 인재다. LG전자의 성공 노하우에는 ‘핵심인재 육성’이 큰 자리를 차지한다. 지난 98년 ‘에어컨 사관학교’를 세웠으며 현재까지 졸업생 82명을 배출했다. 에어컨 사관학교는 연간 10여 명의 소수 정예를 선발, 매년 6월경 교육을 시작한다. 사관학교 입교생으로 뽑히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에어컨 사업부 직원 중 대리에서부터 차장급 직원 가운데 인사고과, 어학능력, 조직친화력 등에서 1차 검증을 거치고 부서장 등의 심의를 받아야한다.

최고의 인력을 양성하는 만큼 교육이 빡빡하다. 입교생은 현업을 완전히 떠나 △집합교육 △6주간 아침 저녁시간에만 진행되는 교육 △10일간 해외에 직접 나가 시장조사 등을 하는 해외교육 등 총 9주 260시간 동안 이뤄진다. 해외 코스에서는 현지법인과 연계한 해외시장 조사활동을 하고 그 결과를 현지법인장과 공유한다. 교육기간 중 3∼4일에 한 번씩 리포트를 제출하는 등 숨가쁘게 숙제를 해내야 한다.

LG전자 노환용 에어컨 사업부장은 “부서장을 선임할 때 에어컨 사관학교를 수료한 인재를 우선 임명해 왔다”며 “에어컨 세계판매 5년 연속 1위의 신화는 우연히 얻어진 게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과 인재에 대한 회사의 지원이 어우러진 결실”이라고 말했다.

◇ 24시간 풀가동 생산라인 1위 견인했다=세계 시장을 겨냥해 일찌감치 글로벌 생산력을 갖췄다. LG전자 창원공장을 필두로 전세계 7개 생산공장을 거느리고 있다. △브라질 아마조니아(미주) △터어키(중앙아시아) △태국 방콕·베트남·인도네시아 자카르타·중국 텐진(아시아) 등에 기지를 구축했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간 129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글로벌 생산 축은 창원 공장과 중국 텐진 공장.

창원공장은 연간 900만대를 생산,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한다. 중국 톈진 공장은 절반 수준인 연간 4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창원 공장은 지난 2월부터 풀가동을 하고 있는 창원공장은 식사시간 2시간을 제외하고 22시간 동안 15개 생산라인에서 하루 3만5000여 대의 에어컨을 생산하고 있다. 전체 생산 라인 중 5개 라인은 10초에 1대씩 생산해 ‘10초 라인’으로 불린다.

◆LG전자 1위 수성 전략

‘1위 자리는 오르기보다 지키기가 어렵다.’ 지난 5년간 1위를 지켜온 노력보다 앞으로의 ‘수성’이 더욱 힘겨운 상태다.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무섭게 커오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데다 노련한 일본업체들도 LG 에어컨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만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올 들어 후발주자들을 따돌리기 위한 ‘에어컨 사업 4대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왕국 지키기에 나섰다. 4대 성장전략은 △시스템 에어컨 사업 집중육성 △가정용 에어컨 분야 확고한 1위 유지 △글로벌 에어컨 생산기지 확대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등이 주 내용이다.

LG전자는 해외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에어컨 전문 딜러들을 집중 육성하며 지역 현지 에어컨 세일즈 엔지니어의 수를 확대해 성장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시스템 에어컨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또, 가정용 에어컨 분야는 상품기획 초기단계부터 해당 국가의 날씨나 가옥구조·에어컨설치·사용현황 등을 면밀히 분석해 국가별로 ‘현지 적합형 에어컨’을 출시해 가정용 에어컨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창원 공장과 중국 텐진 공장의 에어컨 생산능력을 계속 확충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신규 생산지를 개척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매년 에어컨 R&D인력을 15% 이상 증가하는 등 R&D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다.

◆기고-이영하 LG전자 DA사업본부장(부사장) summerlee@lge.com

“LG전자가 가정용 에어컨 분야에서 5년 연속 세계판매 1위를 달성한 비결은 무엇인가?”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비결은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해 내수 위주의 사업구조를 수출중심으로 돌린 것과 혁신활동을 꼽을 수 있다.

LG전자는 향후 에어컨은 5년 연속 1위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활동을 벌여갈 것이다. 에어컨은 백색 가전의 대표제품으로 사양산업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향후 에어컨사업은 꾸준히 그 규모가 커질 것이다.

일단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서, 가정용 에어컨분야는 제품 수명주기로 볼 때 성숙시장에 진입해 신규 및 대체 수요가 혼재하고 있다. 당분간 가정용 에어컨 업계의 이슈는 디자인과 융복합화(컨버전스)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국내 업체들이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는 공기청정기능이 있는 에어컨과 여름엔 에어컨-겨울엔 난방기로 사용 가능한 제품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에어컨의 또 다른 희망은 시스템 에어컨 시장이다. 시스템 에어컨은 전세계적으로 아직 보급률이 미약한 미개척시장이고 가정용 에어컨 시장과 비교할 때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생활가전 제품 중에 시스템 에어컨 시장은 차세대 사업으로 LG전자 역시 시스템 에어컨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수년간의 노력 끝에 지난해 ‘대용량 개별공조 시스템 에어컨’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였다. 약 125억을 투입해 개발한 이 시스템은 대형 건물 등에서 실외기 한 대로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어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R-410A’ 대체 냉매를 적용해 환경보호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고, 까다로워 지고 있는 EU의 환경 규제에도 탁월한 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제품에 적용된 기술은 대형 빌딩뿐만 아니라 철도·차량·선박 등 수송용이나 반도체 클린룸·냉장 창고 등 대규모 특수형 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 병원 호텔 등 특수 용도의 공조장치 개발에도 응용할 수 있어 신규 사업 개척이 가능하다.

특히 기존 시스템 대비 고효율 저소음화로 수입과 기술제휴에 따른 외화 낭비를 방지할 수 있어 수입대체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는 시스템 에어컨 시장공략을 위해 해외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에어컨 전문딜러들을 집중 육성하며 지역 현지 에어컨 세일즈 엔지니어의 수를 확대해 성장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시스템 에어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LG전자는 향후 R&D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와 강한 마케팅 드라이브로 가정용 에어컨에 이은 ‘휘센 신화’를 시스템 에어컨 분야에서 달성하고자 한다.

★평균별점

마케팅 ☆☆☆☆

기술 ☆☆☆☆☆

생산시스템 ☆☆☆☆☆

디자인 ☆☆☆☆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