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재도약을 꿈꾼다](8)정부의 역할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정부 산하 주요 e비즈니스 육성 기관

‘부족한 2%를 채우는 e비즈니스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전자거래협회가 27개 업종의 B2B네트워크 사업수행 주관기관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e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온라인 거래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2%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추가지원 및 유관사업과의 연계(22%), 대외 홍보지원(18%), 기타 사업참여 대상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혜택(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부존자원 없는 국가의 희망으로까지 거론되던 e비즈니스 산업이 최근엔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국가균형발전계획 등 중장기 미래를 내다보는 국정 과제에 밀려나는 느낌이다. 지난 2000년 이후 매 분기 40%대를 보이던 전자상거래 증가율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매년 수백억씩 지원해 e비즈니스 기반 마련을 강조해 온 정부가 당장 올해 e비즈니스 분야 예산을 줄였다. 더욱이 내년도 예산 확보 작업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e비즈니스가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 지방을 활성화하고 중소기업에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희망도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다.

 ◇뒷걸음질하는 예산=그동안 부족한 가운데서도 e비즈니스를 하려는 기업들의 단비 역할을 해 온 ‘산업별 B2B네트워크 구축 사업’이나 ‘중소기업 IT화 사업’의 예산이 올 들어 30∼50% 가량 삭감됐다. 관련 단체와 기관, 그리고 e비즈니스 주무부처 담당자들조차도 내년도 예산 확보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기획예산처는 내년도 예산편성부터는 해당 부처에 권한을 이양하기로 했다. 외형적 규모가 정해지면 해당 부처 내부에서 예산안을 조정해 가장 합리적이고 발전적으로 편성하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산자부에는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절대적인 프로젝트가 버티고 있어 e비즈니스 분야에서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속성 있는 정책 절실=업계에서는 e비즈니스 활성화를 시장논리에 맡기되 정책의 연속성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국이나 과단위의 책임자나 실무 담당자의 잦은 교체는 후속사업 발굴을 통해 사업을 연계해 나가는 데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정부(산자부·경제산업성), 민간단체(한국전자거래협회·일본전자상거래추진협의회)가 매년 양국의 전자상거래 발전을 위해 개최하는 ‘한·일전자상거래추진워크숍’만 해도 우리 측 정부대표는 매년 바뀌다시피하는 반면, 일본 측은 상당기간 동안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서 전문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e비즈니스 산업 전담 부서 2개과를 전자상거래과로 통합됐다. 담당 공무원도 대폭 줄어들어 업무가 폭주해 신규 육성정책 발굴은 고사하고 기존에 전개해 온 사업을 정리하는 데도 버거워하고 있는 상태다.

 ◇법·제도 개선과 글로벌화도 시급=전문가들은 e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제도 정착을 위한 부처 간 정책협조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수 년간의 부처 간 협의 끝에 사그라진 ‘B2B 전자상거래에 대한 부가가치세액 감면’ 문제 역시, 여전히 e비즈니스 업계의 숙원 과제다.

 전자거래를 통한 기업들의 거래노출, 내부 정보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큰 반면 반대급부가 적다는 것이다. 업계가 “거래 준비는 돼 있지만 거래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 전자거래를 꺼린다”고 푸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형평성의 원칙 때문에 쉽게 풀어나가기는 힘들겠지만 부처 간 정책협의를 통해 긍정적으로 실마리가 풀렸으면 하는 게 업계의 소망 중 하나다.

 이와 함께 e마켓플레이스 해외 연계 등 국제 협력 부문도 중요한 대목. 국경 없는 전자거래의 특성상, 국가간 전자무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기업이 직접 나서기 힘든 국가차원의 신뢰구축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고: 전자상거래에서 신뢰상거래 시대로

-이재규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jklee@kgsm.kaist.ac.kr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전자상거래의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충분조건은 신뢰의 인프라라고 말하고 싶다. 신뢰의 인프라를 사회적으로 형성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겠는가? 현재는 인터넷쇼핑몰의 안정성에 대한 인증제도를 장려하고 있다. 물론 이 노력은 바람직하지만, 구매자들이 진정 필요한 것은 공급사들이 고객들에게 얼마나 신뢰성 있게 공급해 왔는 지의 실적과 재무적으로 정직한 지에 대한 공신력 있는 정보다. 그러므로 현재의 인증제도로는 한계가 있다고 하겠다.

 공급사에 대한 정보를 개별기업이 소위 공급사관계관리(SRM) 차원으로 수집을 하지만 직접 거래를 해 보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정보가 제한된다. 그래서 이런 정보를 사회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포털 사이트를 구축한다면 모든 구매자들에게 신뢰도를 높여 줄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이다. 이 공급사 정보를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용한다면 이는 수출장려를 위한 중요한 홍보수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평가체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공급사들은 지속적인 신뢰를 생명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어 사회가 더 투명하게 될 것이다.

 누가 이런 공급사 포털사이트의 중심이 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에는 이런 차원에서 가장 성공한 사이트는 조달청의 나라장터다. 나라장터는 93%의 정부구매를 온라인화한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쇼핑몰이다. 이 장터에서 공급한 기업들의 신용과 실적정보를 다른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참고할 수 있게 한다면 그 정보의 가치는 대단히 소중한 것이다. 물론 자기 기업의 신뢰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이 신뢰정보는 쌓여 갈 것이며, 강제성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아울러 민간기업에서 확인된 공급사의 SRM 정보를 이 사이트에서 함께 통합한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최근 정보통합기술인 웹서비스를 활용하면 희망하는 인터넷 쇼핑몰과 구매관리 사이트에서 공급사의 신뢰도를 확인하도록 구현할 수 있고, 그만큼 전자상거래의 불신이 해소된다. 이렇게 되면 공급자 책임의 반품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반품률이 20%에 가깝다니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수익성이 좋을 수 있겠는가?

 구매자 신뢰정보까지 서로 확인할 수 있도록 발전한다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신뢰상거래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개인정보 노출이 싫다고 참여하지 않는 것은 자유다. 신용카드처럼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개체들이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 옥석을 가려주어야 세상이 밝아지고 불필요한 비용이 절감된다. 인터넷은 오히려 신뢰상거래의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정부 주요 육성 기관

 2000년 이후 국내외적으로 e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고조되면서 정부는 e비즈니스 산업 육성 및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전문기관을 잇따라 발족했다.

 대표적인 곳이 1999년 8월 설립된 한국전자거래진흥원(원장 김종희). 전자거래기본법에 의해 세워진 전자거래진흥원은 정부의 전자거래 촉진 사업을 위해 설립됐다. 주요 사업으로는 국내 e비즈니스 기반 조성을 위해 △e비즈니스 인식제고 환경 조성 △e비즈니스 정책·연구조사 △수요자 중심의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표준 전자문서 개발 및 보급 등. 또 전국 30여개 전자상거래지원센터(ECRC)를 통해 지역 중소기업 e비즈니스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아태경제협력체(APEC)·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등 국제기구의 전자상거래 논의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부터는 e러닝산업 활성화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전자거래협회(회장 서정욱)는 민간단체로 국내 e비즈니스 산업 개화기인 96년 1월 설립돼 정부의 e비즈니스 육성 사업을 대거 펼쳐오고 있다. 99년 전자거래진흥원 설립 이후 역할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B2B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비롯해 e아시아마켓플레이스(eAMP) 구축사업, 한·중·일 e비즈니스 협력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중이다.

 특히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의 전자상거래추진협의회(ECOM)와는 99년부터 돈독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트레이서빌리티(Tracebility)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는 솔루션수출지원센터와 e비즈니스인적자원개발협의체를 구성, e비즈니스 산업 육성 영역을 계속 넓혀나가고 있다.

 전자상거래표준화통합포럼(ECIF·회장 박용성)은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양 부처의 e비즈니스 육성 의지가 강해 이를 조율하기 위해 2000년 비영리 민관합동단체로 설립됐다. 설립 다음해인 2001년부터 전자상거래 표준화 단계별 추진 계획 수립 및 정책 제안을 위해 전자상거래 표준화 로드맵을 개발하고 있다. 또 표준 보급·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국제표준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KIMI·원장 양해진)은 중소기업기술혁신촉진법에 의해 2002년 1월에 설립된 중소기업청 산하의 특수법인이다. 중소기업 정보화를 효율적으로 촉진함으로써 경영혁신과 생산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됐다. 주요 사업으로 생산현장의 정보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에 기여하기 위한 ‘생산정보화 지원사업’, 정보화 추진과정을 현장에서 도와주는 ‘정보화 종합컨설팅 사업’, 정보화 투자성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대신해 전문기업(TIMPs)이 일괄 지원하는 ‘TIMPs 지원사업’ 등이 있다.

 이밖에 중소기업진흥공단(이사장 김홍경)과 한국전산원(원장 김창곤)은 e비즈니스 육성 전문기관은 아니지만 각각 산자부와 정통부를 대행해 ‘중소기업 IT화 사업’과 ‘소기업 네트워크 구축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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