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시뮬레이션 장르는 태생적으로 딜레마를 안고 있다. 장르에 충실하기 위해 사실성에 치중하다보면 난이도가 너무 어려워져 일반 게이머들이 외면하게 되고 그렇다고 액션을 강조하다보면 비행슈팅게임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의 주요 비행 시뮬레이션 개발사들은 사실성을 강조할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이들이 만든 게임들은 마니아 게임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대표적인 게임을 꼽자면 ‘IL2 스트루모빅:포가튼배틀’ ‘팰콘40’ ‘프라잇시뮬레이터 2002’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이중에서도 아쉬움이 남는 게임은 ‘IL2 스트루모빅’이다. 러시아의 무명 개발사인 1C:매드독스게임스가 만든 이 게임이 두드러져 보이는 점은 장르에 충실해 사실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IL2 스트루모빅’에는 미국의 무스탕·코브라·콜세어, 영국의 스핏파이어·허리케인, 소련의 폴리가르프·IL2, 독일의 하인켈, 수투카 등 2차대전의 유명한 비행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각 비행기간의 미묘한 차이가 뚜렷하게 묘사됐다. 이 게임만 있으면 수십종의 프로펠러기를 몰아 볼 수 있는 것이다.
비행 시뮬레이션의 공통된 문제점은 비행기가 지형지물이 별로 없는 하늘을 나는 데다 컴퓨터 성능의 한계 때문에 지상의 모습을 충실하게 구현하기가 어려워 게이머들에게 날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실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이 게임의 빼어난 그래픽은 마니아들로부터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해 냈다는 평을 받았다. ‘IL2 스트루모빅’은 게이머의 비행기가 적기의 총탄에 맞게 되면 캐노피에 총알자국이 그럴듯하게 나고 기체 겉표면에도 손상이 묘사된다. 또 실제와 똑깥은 각 비행기 기종별 칵핏(조종석)도 제공된다.
이 게임은 2차대전 동부전선을 배경으로 하며 오로지 기총에만 의지하는 구식 프로펠러기가 등장한다. 따라서 항법이라든가 레이더, 무장운영 등과 같은 골치 아픈 공부를 할 필요가 없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일반 게이머들에게 비행 시뮬레이션이란 장르의 벽은 여전히 높았고 ‘IL2 스트루모빅’은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극소수의 마니아들만이 즐기는 게임에 머물고 말았다.
최근 몇년째 비행시뮬레이션 분야에서는 이렇다할만한 게임이 나오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게이머들의 호응이 없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추세라면 비행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가 아예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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